"내놔" "못 줘" 고객 정보 공개 두고 정부·IT기업 갈등

조선일보
  • 강동철 기자
    입력 2015.09.25 03:05

    "'아이메시지' 감청해 마약·폭력사건 수사"
    美 법무부 요구에 애플 "따를 수 없다"

    고객 정보를 사이에 두고 IT(정보기술) 기업과 현지 정부 간 갈등이 잇따르고 있다. 한국에선 작년 모바일 메신저인 '카카오톡'에 대한 감청영장 집행을 두고 카카오와 검찰이 갈등을 빚었다. 미국에서는 대표적인 IT 기업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MS)가 수사 목적을 위해 고객 정보를 내놓으라는 미국 법무부와 잇따라 대립했다.

    미국 법무부는 최근 마약·폭력 사건 수사와 관련해 애플의 스마트폰 아이폰에서만 쓰는 문자 메시지인 '아이메시지' 감청영장을 법원에서 발부받았다. 범죄와 관련된 사람들의 아이메시지를 감청해 범인을 잡겠다는 것이다. 북미 시장에서 애플의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은 44%에 이를 정도다. 범죄 정보를 주고받는 데 아이폰을 이용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애플은 "아이메시지는 암호화가 된 상태로 전송되기 때문에 우리로서는 (영장을) 따를 수 없다"며 미국 정부의 요청을 거부했다.

    미국에서 IT 기업과 정부가 개인정보 제출·감청 등과 관련해 갈등을 빚은 것은 처음이 아니다. MS는 2013년 12월 마약 밀매 용의자의 이메일 내역을 건네달라는 법무부의 요구를 거절했다. MS는 "이메일 저장 서버가 유럽 아일랜드의 더블린에 있기 때문에 아일랜드 법원의 영장이 없으면 압수수색에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과거 빌 클린턴 정부 시절에는 통신업체가 암호화한 디지털 메시지를 정부가 풀 수 있도록 하는 '클리퍼 칩'을 제공하도록 하는 법안을 추진하기도 했었다.

    한국에서도 작년 카카오와 검찰이 카카오톡 감청 여부를 두고 첨예하게 대립했다. '검찰과 국정원 등에서 카카오톡을 통해 오가는 메시지를 감시하고 있다'는 논란이 일자 이석우 당시 대표이사는 기자회견을 열어 "수사기관의 감청영장 집행에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카카오와 네이버는 지금까지 메신저에 대한 감청영장 집행에는 응하지 않고, 매년 두 차례씩 '투명성 보고서'를 발간해 정부 및 수사기관의 개인정보 제공 요청 및 처리 현황에 대해 공개하고 있다.

    IT 기업의 고객 정보를 둘러싸고 갈등이 계속 터져 나오는 이유는 개인의 의사소통 수단이 IT 기기 중심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전화·편지 대신 모바일 메신저와 문자 등 IT 기기와 모바일 서비스를 통해 대부분의 의사소통이 이뤄지는 것이다. 정부는 테러 예방과 범죄 수사 등을 위해 모바일 메신저, 문자메시지에 대한 감청과 개인정보가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IT 업계는 '고객의 개인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시민권을 침해하는 것이고 정보 제공 과정에서 자칫 외부로 유출될 우려도 있다'며 협조를 꺼리고 있다. 2013년 미국 NSA(국가안전보장국)에서 일하던 에드워드 스노든이 미국 정부에서 국민들을 감청해왔다는 사실을 폭로한 것도, 정부에 개인정보를 제공하는 데 대한 IT 업계의 거부감을 부추긴 측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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