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투자자에서 이용자 2억 카카오 CEO로

조선일보
  • 강동철 기자
    입력 2015.09.25 03:05

    23일 주총서 선임된 임지훈 신임 대표

    지난 23일 카카오의 주주총회와 이사회에서 최고경영자(CEO)로 선임된 임지훈(35) 대표.
    지난 23일 카카오의 주주총회와 이사회에서 최고경영자(CEO)로 선임된 임지훈(35) 대표. 창업주가 아닌 전문 경영자로서는 IT업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젊은 경영자이고, 경영 경험이 거의 없는 투자 심사 전문가 출신이라는 점에서 그의 행보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 카카오 제공
    이용자 수가 2억명에 달하는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을 운영하는 카카오가 지난 23일 제주도에서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열고 임지훈(35) 대표이사를 정식 선임했다. 공동 대표를 맡아왔던 이석우·최세훈 대표이사는 각각 CEO 직속 자문기관인 '경영자문협의체'와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자리를 옮긴다.

    앞으로 시가총액 7조5000억원 규모의 카카오를 이끌 임지훈 신임 대표는 벤처 투자 전문가로 경력을 쌓았다. 카카오 최대 주주인 김범수 이사회 의장의 최측근이기도 하다. 임 대표는 앞으로 한국 대표 모바일 기업 카카오를 어떻게 이끌어 갈까.

    '김범수 키드' 임지훈, 카카오 새 선장으로

    임 대표는 업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젊은 '투자 전문가'였다. 대표적인 워커홀릭(workaholic·일 중독자)이기도 하다. 오전 7시 전에 출근해 하루 15시간씩 일하는 날도 많다고 한다.

    그는 국민 게임으로 성장한 '애니팡'을 개발한 선데이토즈의 가능성을 미리 점쳐보고, 2010년 30억원을 투자했다. 애니팡이 성공을 거둔 것이 2012년 하반기라는 점을 보면 무려 2년 앞서서 미리 투자해 '대박'을 친 것이다. 그 외에도 케이큐브벤처스 대표로 재직하면서 영화 추천 서비스 '왓챠'등에 연이어 투자했다.

    IT업계는 임 대표에 대해 "투자자가 경영자로 변신할 수 있겠느냐"는 의구심을 여전히 갖고 있다. 성공할 만한 아이템은 잘 찾지만, 이를 성공시킬 때까지의 과정은 경험해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대규모 조직과 사업 경험도 없다.

    임 대표가 가장 중요한 가치로 '사람'을 꼽는다는 점에서 조직 운영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그는 평소에 "투자에 가장 중요한 기준은 사람"이라며 "우리는 스타트업의 베스트 프렌드가 되겠다"고 강조한다. 단순히 재무제표와 사업 아이템으로 기업을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들의 역량, 조직 내부의 관계 등을 우선시한다는 것이다.

    임 대표는 매달 스타트업 대표들이 모이는 '케이큐브 패밀리데이'도 열면서 연쇄 창업 집단으로 성장시키고 싶다는 포부를 내비쳐 왔다. 이런 그의 모습은 단순한 투자자가 아니라 기업과 조직 전반을 아우르는 경영자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실제로 임 대표는 카카오 CEO 내정자 신분이었던 지난달 말부터 카카오의 각종 서비스를 운영하는 팀과 셀(cell) 단위 조직원들과도 한 번씩 미팅을 갖고 사업을 점검했다. 또 미리 면담을 신청한 100여명의 임직원들과 각각 일대일 면담을 하면서 회사 운영 전반에 대한 논의를 했다고 한다. 카카오 관계자는 "앞으로 모바일 분야에서 빠르고 집중된 전략으로 사업을 확장해 나갈 것"이라며 "스타트업과 오랫동안 일해온 임 대표는 그런 부분에서 적임자일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 전문가, 회사 경영도 잘할까

    임지훈 대표는 카이스트(KAIST) 산업공학과를 최우수로 졸업하고 컨설팅 업체 액센츄어를 거쳐 NHN(현 네이버) 기획팀에서 일했다. 당시 김범수 의장은 NHN 공동 대표로 재직 중이었지만 별다른 인연은 없었다고 한다.

    두 사람이 가까워지게 된 계기는 임 대표가 벤처 투자회사인 소프트뱅크벤처스 심사역으로 재직 중이던 2011년이다. 당시 김 의장의 카카오는 전자상거래 업체인 로티플의 인수를 추진하고 있었는데, 이 회사에 이미 투자했던 임 대표가 카카오의 협상 상대로 나섰다. 당시 김 의장은 임 대표의 협상 능력과 기업을 분석하는 시각 등을 눈여겨본 것으로 알려졌다.

    2012년 사재를 털어 벤처 투자회사인 '케이큐브벤처스'를 설립한 김 의장은 이 회사의 최고경영자(CEO)로 임 대표를 영입했다. 이후 두 사람은 거의 매주 만나 식사를 하거나 차를 마시면서 사업 현안에 대해 논의를 해왔다.

    이 과정에서 임 대표는 카카오의 주요 경영상 이슈에 대해서도 의견을 냈다고 한다. 이를 통해 사외(社外)에서 자연스럽게 카카오의 경영자로 육성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임 대표는 카카오 외부에 있었지만, 가장 대표적인 '김범수 키드(kid)'"라며 "임 대표의 향후 행보를 보면 김범수 의장의 의중을 정확하게 읽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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