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샌프란시스코 중심가를 관통하는 '마켓 스트리트'의 웨스트필드 쇼핑센터. 이곳에서는 미국을 대표하는 IT 기업 3곳의 매장이 서로 마주 보며 치열한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MS), 애플의 직영 매장이다. 쇼핑몰 1층에 들어서면 바로 '아마존' 매장이 보이고, 바로 위 2층에 마이크로소프트 매장이 있다. 애플 매장은 쇼핑몰 안은 아니지만 바로 큰길 건너 눈에 잘 띄는 곳에 자리 잡았다. 한눈에 봐도 서로를 의식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진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웨스트필드 쇼핑센터에 있는 MS 매장에서 사람들이 진열된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이곳에서는 태블릿PC와 게임기, PC 등을 사용자들이 만져보고 구매할 수 있다.

체험형 오프라인 매장 연 아마존

아직 이 기업들의 오프라인 매장은 우리나라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이 중 가장 생소한 아마존 매장부터 들러 봤다. 온라인으로만 판매하는 줄 알았던 전자책 단말기 '킨들(Kindle)', 스마트폰 '파이어폰', 온라인 영화와 드라마를 볼 수 있는 셋톱박스 '파이어TV', 태블릿PC '파이어HD', 헤드폰, 스피커, 오디오 등 아마존 브랜드의 다양한 제품을 모두 체험해 볼 수 있었다.

판매 가격은 인터넷과 동일했다. 보통 오프라인보다 온라인 매장의 가격이 저렴한 우리나라와 다르다. 매장 직원 스탁턴씨는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고객에게 똑같은 가치를 전달하자는 것이 회사 방침"이라고 했다. 하지만 시내 한가운데 비싼 쇼핑센터에 위치한 매장 유지 비용을 생각하면, 온라인만으로도 충분히 팔 수 있는 제품을 굳이 오프라인에서까지 팔 필요가 있을까. 아마존은 1994년 창업 이후 온라인 유통의 효율성을 앞세워 성공한 회사다. 그런 회사가 오프라인으로 역행(逆行)한 것이다.

스탁턴씨는 "3가지 이유가 있다"고 설명했다. "첫째, 인터넷으로만 제품을 팔면 소비자들은 실제 제품이 어떤지 직접 경험해 보고 선택할 기회가 적습니다. 둘째, 매장 자체가 아마존의 브랜드를 알리는 '광고판' 역할을 하기 때문에 상당한 홍보 효과가 있죠. 셋째, 소비자들의 반응을 직접 확인하고 서로 소통할 수 있죠. 제품의 어떤 점이 좋은지, 불편한 점은 무엇인지 알아보고, 궁금해하는 것을 바로 상담해 줄 수 있습니다." 아마존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매장 운영비도 못 뽑을 줄 알면서도 지난해 10월 뉴욕과 이곳 샌프란시스코에 사상 첫 오프라인 매장을 연 것이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아마존 매장(위쪽)과 애플 매장. 고객들이 다양한 제품을 체험해 볼 수 있도록 매장을 꾸몄다.

사용자 경험 중시하는 MS

아마존의 위층에 위치한 MS 매장 역시 마찬가지 콘셉트로 돼 있다. 매장은 2층에서 3층으로 통하는 에스컬레이터 옆 가장 목 좋은 곳을 차지하고 있다. 이 매장에선 국내에서는 보기 드문 윈도 스마트폰을 비롯해 태블릿PC 서피스(Surface), 게임기인 엑스박스원(Xbox ONE), 윈도를 탑재한 다양한 형태의 PC를 모두 전시하고 있었다. 마우스와 키보드 등 각종 주변기기와 패키지 소프트웨어는 물론, 상담 부스도 갖추고 있었다.

매장 관계자는 "첨단 제품일수록 사용자 경험(user experience)이 중요하고, 이는 그 회사의 브랜드 이미지와 직결된다"면서 "비용이 들더라도 이런 공간을 통해 가능한 한 많은 사람에게 MS가 공들여 만든 제품을 경험해 보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그 '경험'에는 제품뿐만 아니라 매장의 인테리어와 편안한 분위기도 포함되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도 상당히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MS 역시 비교적 최근인 지난해 8월부터 이곳에서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브랜드 이미지 높이는 애플숍

이러한 첨단 IT 기업들의 오프라인 매장 바람은 애플이 주도한 것이다. 전 세계 주요 도시에 있는 애플의 직영 매장 '애플숍'은 제품 시연·판매장일 뿐만 아니라 브랜드 이미지를 홍보하는 홍보관이다. 신제품이 출시될 때마다 엄청난 인파가 모이면서 애플 팬들의 축제가 벌어지는 이벤트 공간이기도 하다. 아직 우리나라에는 직영 '애플숍'이 한 곳도 없다.

일부 애플숍은 매출액보다도 높은 운영비를 각오하고 거액의 비용을 들여 한 건물의 1~2개 층을 모두 차지하는 넓은 공간에 유리와 금속, 원목 느낌의 고급 인테리어를 한다.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애플 매장은 아마존이나 MS보다 규모가 훨씬 컸다. 마켓스트리트 큰길가 건물 두 층을 모두 차지하고, 아이폰·아이패드·노트북PC·데스크톱PC 등 애플의 제품 외에도 다양한 주변기기를 전시·판매하고 있다.

최근 손님들이 몰리는 곳은 애플워치를 전시하고 있는 공간이다. 전체 전시 공간 중 애플워치의 진열대가 4개로 가장 많다. 손님들은 100개 이상의 애플워치를 직접 체험해 보고, 손목에 차 볼 수도 있다. 매장 직원은 "하루 2000~4000명 정도가 애플워치를 보고 간다"면서 "이 중 상당수가 아직 애플워치가 출시되지 않은 국가에서 온 사람"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