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근무하니… 부장님 대신 엄마가 자꾸 부르네요"

조선일보
  • 박순찬 기자
    입력 2015.06.24 03:04

    [메르스로 4주째 在宅근무… '스타트업' 스마트스터디 직원들의 하루]

    얻은 건 여유·자유 - 내 방에서 편한 옷 입고 업무
    출퇴근 시간 아껴 자기계발… 女직원 "화장 안해도 돼 좋아"

    잃은 건 소통·효율 - '메신저 대화' 시간 오래 걸려
    인터넷 성능도 회사만 못해 "자꾸 침대에 눕고 싶어져"

    "내일부터 전사(全社) 재택 근무를 시행합니다."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가 확산되던 지난 3일 영·유아 교육 스타트업(창업 초기기업) 스마트스터디 직원들은 이런 짤막한 제목의 이메일 한 통을 받았다. 이튿날 대표부터 막내 사원까지 전 직원 91명이 재택(在宅) 근무에 들어갔다. 3주가 지난 지금까지도 스마트스터디는 여전히 재택 근무 중이다. 일부 직원을 대상으로 재택 근무제를 실시한 기업은 있었지만 전 직원을 대상으로 한 경우는 이례적이다. 지난 3주간 집에서 일해보니 이들은 '장·단점이 뚜렷했다'고 말한다.

    "집은 최적의 업무공간"

    집에서 일해도 회사는 잘 돌아갈까. 스마트스터디는 삼성출판사의 자회사로 올해 창업 5년째를 맞는 영·유아 교육 전문 기업이다. 세계 100여개국 구글·애플 앱스토어에서 교육 부문 1위를 차지한 '핑크퐁' 앱이 이들 작품이다.

    재택근무 중인 직원들을 상대로 설문을 해보니 '업무효율이 향상됐다'는 응답은 52%, '비슷했다'는 응답은 40%였다. 김민석(34) 대표는 "실제로 일이 잘되는지를 정량(定量)적인 숫자로 다 표현하긴 어렵지만 업무에 쓰이는 프로그램, 시스템 등의 가동률을 분석해봐도 재택 근무 이전과 큰 차이가 없었다"고 했다.

    스마트스터디의 전 직원이 재택근무에 돌입한 지 이틀째인 지난 5일 서울 서초동에 있는 회사 사무실이 텅 비어 있다.
    스마트스터디의 전 직원이 재택근무에 돌입한 지 이틀째인 지난 5일 서울 서초동에 있는 회사 사무실이 텅 비어 있다. /스마트스터디 제공

    업무 효율보다는 직원들의 만족도가 더 높았다. '생활에 도움이 됐느냐'는 질문에 76%가 손을 들었다. 특히 여(女)직원들의 만족도가 높았다. '아침마다 화장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큰 이유였다. 또한 지하철·버스 타고 출퇴근하는 하루 2~3시간을 아낄 수 있다 보니 독서나 운동, 인터넷 강의를 들을 수 있어 자기계발에 도움이 됐다는 직원도 많았다. 직원들 간의 의사소통은 네이버의 '라인' 메신저로, 토론이 필요할 때는 구글의 '행아웃' 프로그램으로 화상 회의를 했다.

    직원 대부분이 20~30대 젊은 직원들이다 보니 집에서 편한 복장으로, 좋아하는 음악을 스피커로 틀어놓고, 원하는 온도·습도를 조절해가며 '최적의 업무환경'으로 일할 수 있다는 점을 장점으로 꼽았다. 집에서는 집중이 안 돼 자발적으로 집 근처 도서관, 조용한 카페에 노트북을 들고 가 일한 직원도 있었다. 빨래와 같은 집안일을 중간중간 해결하고, 일찍 퇴근한 남편과 오붓하게 산책을 할 수 있어 가정 생활에 대한 만족도도 한층 높아졌다. 재택 근무를 한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소위 '쿨한 회사'에 다닌다는 자부심으로 애사심(愛社心)이 높아졌다는 직원도 생겼다.

    스마트스터디 김민석(왼쪽) 대표가 재택근무 중인 직원과 노트북 카메라로 화상 회의를 하고 있다.
    스마트스터디 김민석(왼쪽) 대표가 재택근무 중인 직원과 노트북 카메라로 화상 회의를 하고 있다.

    김민석 대표는 "재택 근무를 사전에 준비한 적은 없고, 창업할 때부터 언제 어디서든 노트북만 있으면 일할 수 있는 업무 환경을 구축해 둔 상태였다"며 "덕분에 메르스로 재택 근무하자는 얘기가 나왔을 때 5~10분 고민하고 곧바로 결정할 수 있었다"고 했다.

    유연한 스타트업의 문화가 전원 재택 근무를 가능케 한 것이다. 기업정보 공유 서비스 스타트업 잡플래닛도 이달 초 메르스 여파로 60여명의 임직원들이 4일간 전사 재택 근무를 시행했고, 현재는 희망자에 한해 지속하고 있다.

    "재택근무는 나·가족과의 싸움"

    단점은 역시 '의사소통의 어려움'이었다. 업무 특성상 수시로 얼굴을 보며 토의하고 결정을 내려야 하는 팀도 있는데, 메신저와 이메일로 의사 전달을 하려다 보니 시간이 더 걸리고 설명도 어려웠다는 것이다. 고성능의 PC·모니터·프린터, 빠른 인터넷, 넓은 책상과 편안한 의자 등 회사만큼 시설이 구비돼 있지 않아 업무 효율이 떨어졌다는 지적도 있었다. 때문에 직원의 10% 정도는 자발적으로 회사에 나와 일했다.

    '나와의 싸움'도 문제였다. 집이 편하다보니 계속 누워 있고 싶고, 휴일처럼 느껴지고, 회사만큼 긴장감이 없어 집중력이 떨어졌다고 고백하는 직원들도 여럿 있었다. 또 하나의 변수는 '가족'이었다. 집에 있으니 어머니가 '뭐 좀 사와라' '나와서 이것 좀 도와줘라'하면서 자꾸 뭘 시켜 난감했다는 직원, 아내가 자꾸 말을 걸어서 '나 지금 사무실이야'라면서 회사 사원증을 목에 걸고 일했다는 직원도 있었다.

    스마트스터디는 이번 주말 재택근무를 종료할 예정이다. 이 경험을 교훈 삼아 지방에 위성사무소를 운영하거나, 재택근무를 병행하는 등 추후 경영에도 활용할 계획이다. 박현우 부사장은 "재택근무 실험을 통해 직원들이 스스로 '일을 어떻게 하면 되겠다'는 힌트와 '왜 회사에 나와야 하는지'에 대해 깨닫는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