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비상] 메르스 백신 왜 없나

조선비즈
  • 이재원 기자
    입력 2015.05.31 17:55 | 수정 2015.06.03 11:28

    국내에서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메르스) 환자가 급격하게 늘고 있는 가운데 이 병을 예방할 백신에 대한 궁금증도 커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사망자가 나오지 않았지만, 중동지역에서는 치사율이 높았던 만큼 예방책이 있는지에 관심이 쏠리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현재 개발된 백신은 없고, 눈에 띄는 개발 프로젝트도 없는 상태다.

    31일 미국 국립보건원(NIH)과 유럽 의약품청(EMA)의 임상시험 검색 시스템에 따르면 현재 메르스 예방용 백신을 개발하기 위해 진행 중인 임상시험은 없는 상황이다.

    메르스는 지난 2012년 중동지역에서 처음 발견됐다. 지난 16일까지 23개국에서 1142명의 환자가 발생해 465명이 사망했다. 환자는 사우디아라비아(996명)에서 가장 많이 발생했고, 이 중 428명이 사망했다.

    이렇게 치사율이 높았지만 아직 글로벌 제약사들이 메르스 백신을 개발한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널리 퍼진 질병이 아닌 만큼 백신을 개발해도 경제성이 떨어지는데다, 예방보다 치료 쪽이 효율적일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백신은 우리 몸이 바이러스를 죽일 능력(항체)을 갖추도록 돕는 의약품이다. 백혈구 등 우리 몸에 있는 면역 체계는 바이러스가 들어오면 적으로 인식하고 이를 죽일 항체를 만드는 능력이 있다. 백신은 쉽게 말해 진짜 바이러스와 똑같이 생긴 가짜 바이러스다. 진짜 바이러스와 똑같이 생겼으면서 실제로 병은 일으키지 않는 물질을 몸 안에 집어넣어 항체 생성을 유도하는 것이다.

    현재의 과학기술 수준으로 메르스 백신을 만드는 것이 어려운 일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하버드 의대 면역학자인 웨인 A. 마라스코(Wayne A. Marasco)는 지난해 메르스 바이러스를 막거나 치료할 것으로 기대되는 항체를 찾았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의약품을 하나 개발하는 데는 많은 시간과 돈이 들어간다. 백신이 될만한 물질을 만들어도 안전성과 효율성 등을 검증해야 하기 때문이다. 뇌수막염 백신을 예로 들면 6년의 세월과 5억 달러(약 5500억원) 이상의 비용이 들어갔다.

    백신을 개발했다가 실패한 사례가 많다는 점도 제약회사들을 주저하게 한다. 10년 전 카이론이라는 제약사는 급성호흡기증후군(SARS, 사스) 백신을 개발하고 있었다. 사스는 메르스와 같은 코로나바이러스 계열이다. 카이론의 이 백신은 동물실험에서 성공적인 결과를 얻었지만,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을 시작도 해보지 못했다. 사스가 통제 가능한 질병이 된 덕분이다.

    필립 도미쳐(Philip Dormizer) 노바티스 백신 바이러스 책임자는 지난해 5월 내셔널지오그래픽과의 인터뷰에서 “백신을 만드는 것이 질병을 정복하는 데 가장 좋은 방법인지, 개발 중인 여러 백신 중 어떤 것이 우선순위에 둬야 하는지 등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기에 메르스가 사스 등 다른 질병보다 전염력이 약하다는 판단도 백신 개발이 시작되지 아낳은 이유로 꼽힌다. 미국의 경우 메르스에 걸렸던 남성 환자가 사우디 병원에서 일했던 남성과 40분간 회의를 한 것만으로 메르스에 걸렸지만, 이들과 같은 버스 및 비행기를 탔던 다른 사람들이 감염되지 않으면서 전염력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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