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계시대 뉴리더] 정의선⑤ 정주영 회장이 아끼던 손자…남다른 가족愛 과시

조선비즈
  • 설성인 기자
    입력 2015.05.28 14:49 | 수정 2015.05.29 11:29

    정의선 부회장이 공식 석상에 등장할 때 그의 얼굴에서는 좀처럼 미소를 찾을 수 없다. 차가운 느낌 마저 든다. 학창시절부터 남다른 배포와 승부욕을 가진 그는 업무에 관해서는 냉철한 판단력과 의사결정을 갖고 있다. 하지만 그를 사석에서 만난 사람들은 “따뜻하고 배려심이 많다”고 전한다.



    대한양궁협회장인 정의선 부회장이 부인 정지선(오른쪽 두번째)씨와 함께 지난해 9월 인천아시안게임에서 활짝 웃고 있다./조선일보DB

    정 부회장은 서울 경복초등학교와 구정중학교, 휘문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조현식 한국타이어 사장, 구본상 LIG넥스원 사장과는 초등학교 동창이다. 이들과는 가끔씩 만나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는 학연은 없지만 국내 재계를 대표하는 후계자들이기에 ‘호형호제’하며 가까운 사이다.

    정 부회장은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후, 1994년 현대정공(현대모비스)에 과장으로 입사했다. 병역은 담낭절제라는 병명으로 면제받았다. 경영학에 대한 견문을 넓히기 위해 미국 샌프란시스코대에서 유학했다. 경영학 석사(MBA)를 마치고 일본 이토추상사 뉴욕지사에 둥지를 트는 외도를 했는데, 이는 당시 일본에 대한 관심이 많았기 때문이다.

    2년간 상사맨 생활을 마치고 귀국한 그를 둘러싼 환경은 달라져 있었다. 아버지 정몽구 회장이 현대자동차 회장에 취임했고, 쓰러져가는 기아차까지 품에 안았기 때문이다. 정 부회장은 1999년 현대차그룹에 입사, 본격적으로 자동차 사업과 인연을 맺었다.

    첫 보직은 자재본부 구매실장(이사). 이후 애프터서비스(A/S), 영업, 기획 등을 거쳐 2005년 기아자동차 사장으로 승진했다. 2004년에는 기아차 슬로바키아 공장 착공이 토지매입 문제로 지지부진하자 직접 현장을 찾아 현지 정부 관계자들과 담판을 짓고 문제를 해결했다.

    기아차의 제품 라인업을 강화하고 경영 정상화를 추진하는 것은 물론 디자인 DNA를 심어 경영능력을 인정받았다. 기아차 사장 시절에는 격의 없이 직원들과 어울렸고 많은 대화를 나눴다고 한다. 이후 2009년에는 부회장 직함을 달고 현대차에 복귀, 아버지를 도와 글로벌 경영에 시동을 걸었다.

    정 부회장은 자동차 회사의 CEO답게 자동차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다고 한다. 북미국제오토쇼, 제네바모터쇼, 프랑크푸르트모터쇼 등을 직접 둘러보고 경쟁사 대비 현대·기아차의 부족함은 무엇인지 장·단점을 면밀히 분석하고 지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대차가 서울 강남 도산대로 사거리 한복판에 수입차와 경쟁하기 위해 최고급 전시장을 만들고, 세계적 자동차 경주대회 월드랠리챔피언십(WRC)에서 조기에 성과를 거둔 것도 정 부회장의 전폭적인 지지 덕분이라는 평가가 많다.

    정 부회장은 가족에 대한 사랑이 남다른 것으로 유명하다. 재계 오너 일가 자제들이 자신의 가족을 대외에 노출시키는 것을 꺼리는 것과 달리 화목한 가정의 모습이 종종 목격되곤 한다. 올 1월 미국 소비자가전전시회(CES) 2015와 북미국제오토쇼 출장 사이에도 하와이에서 가족들과 함께 휴가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정 부회장이 장기간 해외 출장을 다녀올 때면 공항에 아내와 자녀가 종종 목격된다.

    부인 정지선씨는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의 장녀로, 정 부회장 친구의 사촌 여동생이었다. 미국 유학시절 두 사람은 본격적으로 교제를 했고 마침내 결혼까지 골인했다. 하지만 정지선씨가 정 부회장의 사촌인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과 동명이인인데다 성도 같아 고민도 있었다고 한다. 정주영 명예회장은 서로 본이 다르다는 점을 인정하고 흔쾌히 허락해 난관을 이겨냈다.


    정의선 부회장이 누나인 정성이 이노션 고문(왼쪽 두번째)과 함께 지난해 11월 고 이동찬 코오롱그룹 명예회장 빈소를 다녀가고 있다./조선일보DB

    정 부회장은 위로 누나만 3명이 있다. 누나 중에는 정성이 이노션 고문과 막역해 두 사람이 모터쇼 등에 같이 다니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지난해 11월 별세한 고 이동찬 코오롱그룹 명예회장 빈소에도 나란히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할아버지인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손자 사랑은 남달랐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래서 정 부회장은 어렸을 때부터 청운동 본가를 자주 다녔고, 정주영 명예회장이 와병중이었던 때도 꼬박꼬박 할아버지의 병문안을 챙겼다.

    정 부회장에게 정몽구 회장은 사업의 스승이자 엄한 아버지로 통한다. 때문에 정 부회장은 막내 같이 철 없는 모습보다는 의젓하고 믿음직한 인상을 준다. 평소에도 예의가 바르다. 정몽구 회장이 외부 행사에 등장할 때면 정 부회장은 먼저 행사장에 도착해 아버지를 맞이할 준비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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