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계시대 뉴리더] 정의선③ 빨라지는 세대교체…누가 왕자의 남자인가

조선비즈
  • 설성인 기자
    입력 2015.05.28 14:47 | 수정 2015.05.29 11:25

    2015년 1월 2일, 현대자동차그룹 시무식이 끝나고 정몽구 회장이 김용환 현대차 전략기획 담당 부회장의 안내를 받아 퇴장했다. 현대차그룹 부회장, 사장들은 정 회장에게 고개를 숙여 깍듯이 인사를 했다. 하지만 잠시 후 자리를 떠나는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에게는 별도의 인사를 하지 않았다.


    왼쪽부터 피터 슈라이어 현대·기아차 사장, 알버트 비어만 현대차 부사장, 조원홍 현대차 부사장/현대차 제공

    현대차그룹 내에서 정몽구 회장의 지배력은 아직 절대적이다. MK(정몽구 회장)맨들은 회장에게 절대 복종하고 충성한다. 부회장과 사장단을 통틀어 가장 나이가 어린 정의선(45) 부회장은 현안을 논의하거나 공식 석상에서 동행하지만 경영수업중인 후계자이기에 아직까지는 대내외에 영향력을 행사하기에 조심스러운 상황이다.

    최근 들어 MK맨으로 불리던 인사들이 줄줄이 짐을 싸면서 ‘예전부터 해오던 수시인사가 이번에는 조금 다른거 같다’는 말이 현대차그룹 안팎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세대교체를 통한 후계구도 준비가 서서히 시작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초고속 승진을 거듭했던 최한영 현대차 부회장이 2014년 2월 갑작스럽게 물러났으며, 두달 후엔 설영흥 부회장이 자리를 내놓았다. 같은해 10월에는 박승하 현대제철 부회장이, 2015년 4월에는 안병모 기아차 부회장까지 퇴임했다.

    정 부회장의 인사스타일은 본격적으로 사내 인사에 개입하기보다는 외부에서 필요한 인재를 수혈하는데 역점을 두고 있다. 회사 경쟁력 확대에 필요한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하면서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는 평가다. 정 부회장이 스카우트해 회사의 기둥으로 자리잡은 사람을 꼽으라면 피터 슈라이어 사장이 빠질 수 없다.

    정 부회장은 기아차 사장 시절이던 지난 2006년 디자인 혁신을 위해 아우디와 폴크스바겐 출신인 세계적 자동차 디자이너인 슈라이어를 데려왔다. 슈라이어 사장은 쏘울과 K5, K7 등을 성공시켰고, 2012년 말 그룹 본사의 첫 외국인 사장이 됐다. 페르디난드 피에히 전 폴크스바겐그룹 이사회 의장은 정 부회장에게 슈라이어를 뺏긴 것을 두고두고 후회했다는 후문이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 말 BMW의 고성능차 브랜드 ‘M시리즈’의 개발 총괄 책임자 출신 알버트 비어만 부사장도 영입했다. 현대차그룹이 앞으로 개발할 고성능차 프로젝트를 주도하는 것은 물론 기존 모델의 주행 성능을 높이겠다는 의도다. 정 부회장은 2013년 세계적 자동차 경주 대회 WRC(월드랠리챔피언십)에 출전하기 위해 법인을 만들고 전폭적인 지원에 나서는 동시에 고성능차 관련 인력 충원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김경배 현대글로비스 사장/현대차그룹 제공

    정 부회장은 2010년 브랜드 고급화 전략 강화 차원에서 컨설팅 회사 모니터그룹코리아 대표를 지낸 조원홍 마케팅사업부장(부사장)을 영입했다. 조 부사장은 정 부회장이 관심 깊게 추진중인 문화마케팅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면서 향후 입지가 탄탄해질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김경배 현대글로비스 사장의 역할도 주목된다. 김 사장은 1990년 현대정공에 입사, 고 정주영 명예회장을 보필한 수행비서 출신으로 선대에서 얻은 신임이 정몽구 회장까지 이어졌다. 2007년에는 현대차그룹 비서실장을 맡았고, 2009년 40대 중반의 나이에 현대글로비스 대표이사로 발탁됐다. 현대글로비스가 정의선 부회장이 23.29%의 지분을 가진 최대주주라는 점을 감안할 때 향후 회사의 성장에 따라 그룹 내 입지도 달라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현대차그룹 내에서 정 부회장과 대학(고려대) 동문인 인사는 최성기 중국전략담당 사장, 김걸 기획조정1실장(부사장), 이용우 HMB법인장(부사장), 장원신 해외영업본부장(부사장), 정형중 정책개발팀장(전무), 이봉재 현대차 의전실장(이사) 등이 있다.

    기아자동차의 사외이사인 이두희 고대 경영학과 교수는 정 부회장의 은사다. 정 부회장이 재학중이던 1990년부터 고대 경영학과에 재직하고 있으며, 한국 마케팅학회에서 선도적 연구자로 활동하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 “현대차그룹 안팎에서는 삼성동 신사옥(글로벌비즈니스센터) 입주를 계기로 정 부회장의 역할이 대폭 강화될 것으로 본다”면서 “이에 따라 정 부회장의 인사스타일이 반영된 인재들이 수면 위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