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계시대 뉴리더] 정의선② 복잡한 승계 방정식 해법 있나…삼성동 시대 밑그림은?

조선비즈
  • 설성인 기자
    입력 2015.05.28 14:46 | 수정 2015.05.29 11:23

    정의선 부회장의 현대차그룹 핵심 계열사 지분은 경영권 승계의 딜레마다. 현대차그룹의 지배 구조는 크게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형태를 보이고 있다. 정몽구 회장은 현대모비스의 지분 6.96%, 현대차 지분 5.17%를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정의선 부회장은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현대모비스의 주식이 1주도 없다.

    조선일보DB

    정 부회장은 기아차 1.74%를 비롯해 현대글로비스 23.29%, 현대엔지니어링 11.72% 등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현대차그룹을 지배할 수 있는 지분을 확보하지는 못한 상태다.

    올해 77세인 정몽구 회장이 아직 건강상에 특별한 문제는 없다. 그러나 장남인 정의선 부회장이 아버지의 바통을 이어받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지배구조 개편은 필수적이다. 삼성그룹이 와병중인 이건희 회장 입원 이후 자연스럽게 승계절차를 밟고 있는 것에 반해 현대차그룹은 정 회장의 ‘결자해지’가 없다면 승계 준비작업이 더딜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재계 관계자들은 정주영 회장이 2세로의 승계를 늦추는 바람에 많은 잡음이 일었던 것을 교훈삼아 현대차그룹이 지금부터라도 미리 흔들림 없는 승계 체제 마련에 들어가야 한다고 조언한다.

    시장에서는 정의선 부회장이 그룹 내 지배력을 높이기 위해 현대모비스 지분에 나서거나 정 부회장이 대주주로 있는 현대글로비스를 활용한 지배력 확대가 유력한 방안으로 분석한다. 현대모비스의 지분을 매입하기 위해서는 현금이 필요하다.

    정 부회장은 올 2월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피하기 위해 현대글로비스의 지분 8.59%를 매각했으며, 아버지인 정몽구 회장도 4.8%를 팔아 두 사람은 약 1조1000억원의 현금을 확보했다. 지난해 8월 정 부회장은 지난해 8월 현대차그룹 내 광고회사인 이노션 보유지분 40% 중 30%를 팔아 약 3000억원의 자금을 확보했다.

    추가적인 현금 창구로는 현대엠코를 흡수합병한 현대엔지니어링이 있다. 정 부회장은 현대엔지니어링의 지분 11.72%를 보유하고 있으며, 상장시 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보유지분 현금화가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은 고민거리다.

    현금확보가 여의치 않을 경우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현대모비스를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분할한 다음, 정 부회장이 대주주로 있는 현대글로비스를 현대모비스 지주사와 합병하는 방식도 거론된다. 하지만 합병에 양측 주주가 쉽게 동의할 지는 조심스러운 상황이다.

    대신경제연구소는 “정몽구 회장-정의선 부회장으로의 경영권 승계 방정식은 지배구조개선 효과와 함께 주가 가치를 고려하도록 진행돼야 할 것”이라며 “최근 현대차그룹 내에서 활발하게 진행된 계열사간 지배구조 개편은 경영권 승계작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는 간접적인 증거”라고 했다.

    현대차그룹이 서울 삼성동에 짓는 글로벌비즈니스센터의 모형도/서울시 제공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서울 삼성동 한국전력 부지를 손에 넣으면서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들처럼 사옥과 전시장, 컨벤션 기능을 아우를 수 있는 글로벌비즈니스센터 건설을 추진중이다.

    하지만 10조5500억원이라는 천문학적인 금액을 쏟아부은 것은 외국인 투자자들 사이에서 과잉투자라는 비판을 받았다. 급기야 올 3월 현대자동차 2015년 주주총회에서는 해외 투자자들이 주주의 권익을 보호하는 ‘거버넌스위원회’를 설치하라고 제안했다. 거버넌스위원회는 이사회에 직접 참여해 경영진이 독단적으로 판단하지 않고 주주의견을 반영하도록 감시한다. 회삿돈을 미래가치 창출에 합당하게 사용하느냐도 살핀다.

    현대차는 주주들의 제안을 받아들여 지난달 이사회를 열고 이사회 내에 ‘투명경영위원회’를 설치키로 결정했다. 하지만 현대차그룹 투자자들은 앞으로 다가올 정의선 부회장 체제에서는 지금보다 투명하고 계획성 있는 경영활동이 실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밑그림이 나와야 장기적인 신뢰를 갖고 투자에 나설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부 외신은 오너 1인을 정점으로 한 지배구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제기하기도 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일부 투자자들은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에 대해 걱정한다”면서 “2011년 현대건설 인수 당시에도 (인수를 위한 명분으로) 주주의 가치보다는 가문의 자존심(family pride)이 우선했다는 비판이 나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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