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계시대 뉴리더] 정의선① 자동차 제국의 황태자…모터쇼서 영어발표 깜짝 등장

조선비즈
  • 설성인 기자
    입력 2015.05.28 14:45 | 수정 2015.05.29 11:21

    2015년 4월 3일(현지시각) 중국 허베이성 창저우에서 열린 현대자동차 중국 제4공장 기공식 현장. 중앙 연단에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올라가 축사를 시작했다. “허베이성 창저우 공장 설립을 계기로 중국 파트너와 이룬 ‘현대 속도’와 ‘현대 기적’을 다시 쓰고자 합니다.”

    그의 강한 어조는 현대 신화를 일군 할아버지 고 정주영 명예회장과 뚝심 경영으로 현대·기아차를 세계 5위 자동차 메이커에 올려놓은 정몽구 회장을 연상케 한다.


    2015년 4월 3일 중국 허베이성 창저우에서 열린 현대차 중국 제4공장 기공식에서 정의선 부회장(왼쪽 첫번째)이 박수를 치고 있다./현대차 제공

    이날 행사에는 정의선 부회장이 현대차그룹을 대표해 참석했다. 재계는 정 부회장이 중국 4공장 행사를 주도한 것은 ‘그에게 힘이 실리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했다. 지난해 말 중국 4, 5공장 증설 발표 직전까지 현대차그룹은 현지 정부의 허가가 나지 않아 애를 태웠고, 정몽구 회장이 직접 진두지휘에 나서는 등 필사의 노력을 펼쳤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정 회장은 중국 4공장 기공식이라는 중요행사를 아들에게 맡겼다. 정 부회장은 이날 행사를 통해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 중국을 개척하겠다는 의지를 대외에 천명했다.

    정 부회장의 발언 역시 의미심장하다. 현대 속도와 현대 기적 같은 단어는 중국 산업계에서 불도처처럼 누적판매 1000만대를 가장 빨리 달성한 현대·기아차의 저력을 의미한다. 이 단어를 인용한데는 할아버지와 아버지에 이어 3대를 잇는 현대 특유의 추진력을 발휘하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정 부회장이 이끄는 현대·기아차는 숙원사업이었던 중국 공장 증설을 계기로 2018년까지 중국 생산능력을 270만대까지 키워 1위 폴크스바겐, 2위 GM과 본격적인 선두 경쟁에 뛰어들 태세다.

    정 부회장이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나 본격적인 대외 행보에 나서고 있는 사례는 비단 중국 공장 기공식 만이 아니다. 올 1월 미국 소비자가전전시회(CES) 2015와 북미국제오토쇼 2015 참관, 올 2월 보후슬라프 소보트카 체코 총리 현대차 울산공장 안내, 올 4월 두바이 ‘현대차 세계 대리점 대회’, 이번달 러시아 시장점검까지 숨가쁘게 전 세계를 동분서주하고 있다. 아버지를 따라 경영수업을 받는 입장에서 이제는 미래 최고경영자(CEO)로서 당당히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정 부회장의 뒤에는 ‘파격’이라는 단어가 따른다. 그의 행동은 다른 오너가 자제와 다르다. 일례로 2015년 1월 12일(현지시각) 미국 디트로이트 코보센터에서 열린 ‘북미국제오토쇼 2015’ 현대차 전시관에서는 정 부회장이 직접 중앙무대에 올라 영어로 스피치를 했다. 5분간의 프리젠테이션을 통해 회사 브랜드 소개부터 전략차종인 ‘쏘나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공개까지 실수 없이 마무리했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2015년 1월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북미국제오토쇼 2015’에서 현대차의 전략과 ‘쏘나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발표하고 있다./현대차 제공

    재계 관계자들은 오너가 자제가 직접 북미국제오토쇼처럼 큰 행사에 나서 실수라도 한다면 구설수에 오를 일이지만, 그만큼 자신이 있기에 나선 것이 아니겠냐고 분석한다. 특히, 정 부회장은 한국 기자단 앞에서도 민감한 질문에 거침없는 답변을 내놓았다.

    올 1월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피하기 위해 추진한 현대글로비스 지분 매각건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승계보다는 지배구조를 개편하기 위한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고 답했다. 여타 기업들은 현대글로비스 지분 매각건과 같은 사안이 발표했을 때 홍보실을 통해 일방적인 입장을 전하거나, 무대응으로 일관한다. 하지만 정 부회장의 경우 본인에 대한 궁금증을 소통으로 대응한 것이다.

    요즘 정 부회장은 국내 시장에서 수입차에 밀려 점유율이 70% 밑으로 추락한 현대·기아차에 대한 걱정을 많이 하고 있다. 정 부회장은 “수입차가 늘어나는 건 현실이고, 내부적으로 비상으로 생각한다”며 “어느 때보다 더 신경쓰고 긴장하고 있으며, 직원들의 아이디어(국내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한)를 실현할 수 있게 사내에서 고민중”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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