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플렉스.

5월 27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남쪽으로 1시간여를 달려 마운틴 뷰의 찰스턴 로드로 들어섰다. 일정한 간격으로 심어진 나무 길을 지나고 전면이 유리에 흰색 글씨로 'Google'이라 적힌 건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세계 최대 IT회사 구글의 본사 '구글플렉스'다.

오후 2시가 되자 궂었던 날씨가 풀렸고, 뙤약볕이 내리쬈다. 여느 회사라면 일에 몰두할 시간이지만, 구글 직원 4명은 짝을 지어 하얀 모래가 깔린 배구장에서 배구를 즐겼다. 구글의 색인 빨강, 초록, 빨강 파라솔 아래 직원들은 무릎에 얹은 노트북에 시선을 파묻고 있다.

구글 43번 빌딩의 입구.

메인로비와 방문자 체크인이 있는 43번 빌딩에 들어서자 커다란 스마트폰 모형이 놓여 있었다. 화면에는 구글의 주요 서비스인 '구글 맵스', '지메일' 등의 아이콘을 비췄다.

천장에는 로켓 모양의 대형 비행 물체가 매달렸다. 최초의 민간우주비행 로켓항공기 '스페이스십 원'이다. 구글의 공동 창업자인 래리 페이지가 제작에 참여한 프로젝트로, 실물은 워싱턴DC의 스미소니언 항공우주박물관에 있다.

구글플렉스는 일터와 놀이터를 자유자재로 오가는 곳이었다. 대학 캠퍼스 문화를 간직한 듯했다. 직원들의 복장은 대부분 후드티나 운동복, 운동화와 같은 캐주얼 차림이었다. 건물과 건물을 회사가 마련한, 또는 자신의 자전거로 옮겨다니는 모습도 흔했다.

구글 본사의 사무실.

심각해야할 회의실도 장난기가 가득하다. 의자는 구글 로고가 박힌 자동차 좌석이었고, 회의 참가자들은 바닥에 앉거나 벽에 기대서서 의견을 말했다. 구글플렉스 오가는 일부 직원은 유치원생을 연상케 하는 알록달록한 모자를 썼다. 모자에는 새로 입사한 직원을 뜻하는 '뉴글러'라는 글자가 새겨졌다. 우스꽝스러운 모자에는 '진지해지지 말자'는 창업주들의 철학이 담겼다.

구글 신입사원에게 주어지는 ‘누글러’ 모자.

사무실은 서서 일할 수 있는 높은 책상과 개들이 누워 쉬는 쿠션을 갖췄다. 구글 직원을 뜻하는 구글러들에게 개를 직장에 데리고 오는 것은 매우 흔한 일이기 때문이다. 한 예로 구글의 카페테리아(구내식당) 중 하나인 '요시카의 카페'는 글의 운영담당 수석 부회장인 우어스 회즐(Urs Hoelzle)이 키우던 개의 이름을 땄다.

구글 요시카 카페.

이런 자유로움은 구글을 '가장 일하고 싶은 직장'으로 만들었다. 최고 연봉과 탄탄한 경력을 보장하는 IB(투자은행)와 컨설팅 회사를 제치고, 경제전문지 포천(Fortune)이 선정한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 1위에 올랐다.

자율성은 혁신을 낳기 위한 필수 요소이기도 하다. 구글플렉스 앞 공도를 돌아다니는 자율주행차들은 물론, 직원으로 하여금 100% 업무중 20%를 자기가 관심있는 분야의 프로젝트에 쏟게 하는 '20% 타임제'는 이를 뒷받침할 좋은 예다.

공도를 주행중인 구글 자율주행차.

구글이 새로 지은 방문자 센터에는 직원들이 20% 타임제를 통해 내놓은 결과물을 전시했다. 거리의 모습을 360도로 촬영해 구현한 '액체 은하(liquid galaxy)'를 비롯해, 구글을 방문한 온갖 유명 인사들과 찍은 사진집 등이다.

구글에는 '150' 원칙이라는 게 존재한다. 임직원들이 150 걸음 이내에 음식을 제공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25개의 카페테리아를 비롯해 '푸드 트럭' 등이 일터 곳곳에 있다. 이날은 커피와 프레츨 등 간식을 제공하는 트럭이 직원들에게 일용할 양식을 제공했다. 캘리포니아의 한 차고에서 인스턴트 음식으로 대충 끼니를 때우던 창업자 래리 페이지(Larry Page)와 세르게이 브린(Sergey Brin)이 꿈꾸던 일터의 모습이다.

구글 ‘차고’.

마지막으로 방문한 곳은 ‘차고(The Garage)’였다. ‘차고’는 머릿속에서 상상했던 것들을 실제로 만들어 볼 수 있는 구글 본사 내의 공간이다. 차고를 빌려 사업을 시작한 구글의 창업정신을 잇기 위해 만든 곳으로, 3D 프린터 등을 갖추고 있어 직원들이 상상하는 제품이 있으면 바로 시제품으로 만들어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