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음식의 역사] 김밥

조선비즈
  • 김정미 시나리오 작가
    입력 2015.05.09 04:00

    김정미 시나리오 작가
    바야흐로 나들이의 계절이 다가왔다. 요즘은 외식문화 발달로 특별히 도시락을 싸지 않는 경우가 많지만, 나들이하면 도시락, 도시락 하면 김밥이 최고였던 시절이 있었다. 특히 70,80년대 학교 소풍의 대표 음식이었던 김밥은 엄마의 손맛을 서로 자랑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형형색색 각 가정마다 다른 속재료를 채워 넣은 김밥을 나눠먹는 점심시간이야말로 소풍의 하이라이트였다. 이렇듯 김밥은 일상적인 음식이 아니라 특별한 때에만 먹을 수 있는 음식이었기 때문에 그 자체가 이벤트적인 특성이 강했다.

    하지만 특별 가정식이던 김밥은 1990년대 말 김밥 전문점이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가볍게 한 끼를 해결하는 음식의 대명사로 이미지를 탈바꿈했다. 최근 조사에 의하면 김밥은 오랫동안 부동의 1위를 하던 김치찌개를 제치고 직장인 점심메뉴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일상적인 음식이 되었다. 그것은 아마도 김밥이 가진 간편성이 빠르게 돌아가는 현대 사회의 속성과 맞아떨어졌기 때문이 아닐까. 그렇다면 이제 한국 사람들에게 특별할 것 없는 간단음식의 대명사가 되어 버린 김밥을 우리는 언제부터 먹어온 것일까.

    오늘날 우리가 먹는 형태의 김밥, 즉 소금과 참기름으로 간을 한 고소하고 짭짤한 밥에 달걀, 단무지, 시금치나물을 기본으로 하여 갖가지 다른 재료를 채워 만 김밥은 1950년대 이후부터 완성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 이전에는 김밥을 먹지 않은 것일까.

    김밥의 유래에 대한 주장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우리나라의 고유한 복쌈문화에서 발전했을 것이라는 주장과 일본의 김말이에서 유래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복쌈은 정월 대보름날 복을 싸서 먹는다는 의미로 김이나 취에 밥을 싸서 먹는 풍속이다. 19세기 중반에 나온 '동국세시기'에 의하면 우리 민족은 고래로부터 정월 대보름에는 배춧잎과 김으로 밥을 싸서 먹었다고 한다. 김밥의 주재료인 김은 조선 초기 세종 때 만들어진 '경상도지리지'에 김이 경상도의 토산품이라는 기록이 나오고, 15세기 성종 때 편찬된 '동국여지승람'에서는 전라남도 광양군 태인도의 토산품으로 기록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이 시기부터 이미 김 양식이 이루어졌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남아있는 조선시대 음식레시피에 김은 쌈보다는 나물처럼 무쳐먹는 경우가 많았다. 이로 볼 때 복쌈은 정월 대보름의 특별식이 아니었나 한다.

    김밥/조선일보DB

    김밥의 일본 유래설은 일본의 후토마키에서 유래했다는 주장이다. 후토마키(太巻き)는 말 그대로 크게 싼다는 의미인데 식초와 설탕으로 간을 한 초밥에 갖가지 회재료를 넣어 두텁게 만 것이다. 이 후토마키는 19세기 후반 도쿄의 도박장 한량들이 도박을 하면서 간편하게 집어 먹기 위한 음식을 초밥집에 부탁해 만들어진 것이라고 한다. 후토마키는 속재료를 밥 안에 넣고 김으로 싼다는 점에서 김밥과 유사하지만 밥을 초밥으로 만든다는 점과 속재료로 주로 회를 이용한다는 점에서 김밥과는 또 다른 맛을 내는 음식이다. 이로 볼 때 오늘날 우리가 먹는 김밥은 한국 고유의 쌈 전통에 일본의 김초밥 형태가 녹아들어 만들어진 새로운 음식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오늘날과 같은 형태와 맛의 김밥은 언제부터 한국인의 입맛을 사로잡은 것일까. 그것은 김 양식의 발달과 소비의 역사와 궤를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조선시대부터 이루어진 김 양식은 한말 남해안을 중심으로 크게 확대돼 이 지역 어민들의 주요 수입원이 될 정도로 발달했다. 이 김들은 주로 일본으로 수출됐다. 해방 후, 김 양식업은 해외시장 상실로 잠시 주춤하는 듯 했으나 국내 경제사정이 좋아지면서 국내시장으로 활로를 찾았다. 그러면서 오늘날과 같은 형태의 김밥이 만들어져서 각 가정에 널리 퍼졌던 것이다. 그럼에도 김은 70,80년대까지는 꽤 고가의 식재료였기에 특별한 행사, 가령 소풍과 같은 이벤트에 그 간편성에 힘을 입어 등장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김밥의 대중화는 1990년대 중반 시작된 즉석 김밥전문점의 출현으로 급속도로 이루어졌다. 대량생산이 가능해져 김 가격이 내려가면서 1000원에 한 줄이라는 매력적인 가격을 내놓은 즉석 김밥집이 유행하면서 김밥의 이벤트성은 사라졌다. 최근에는 갖가지 음식재료를 넣은 김밥의 영양학적 우수성이 주목을 받기 시작해 저렴하다는 이미지에서 벗어나 제대로 된 재료로 정성들여 만든 김밥을 표방하는 고급 김밥전문점도 생겨나고 있다. 김밥은 속재료에 따라 그 이름이 김치김밥, 소고기김밥 등등으로 달라지는 유연성처럼 그 존재 이유 또한 시대에 따라 유연하게 변함으로써 앞으로도 오랫동안 한국인의 입맛을 사로잡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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