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서 守勢 구글, 한국 공정委를 방패 삼았지만…

조선일보
  • 정철환 기자
    입력 2015.05.06 03:04

    [잇따른 불공정거래 혐의에 공정위 무혐의 판정 내밀어]

    공정위가 2년前 찾지 못한 '다른 포털 영업 방해 행위'… EU 집행위가 증거 확보
    반박하는 구글에 재반격

    구글 조사했던 공정위 직원, 구글 변호하는 로펌으로 이직

    유럽에서 잇따른 불공정거래 혐의로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는 구글이 우리나라 공정거래위원회를 '방패막이'로 내세우는 아이러니한 일이 벌어졌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구글이 인터넷 검색 시장에서 반(反)독점법을 위반했다는 혐의로 법원에 제소한 데 이어 구글이 스마트폰 제조사에 자사의 검색 앱(응용프로그램)과 서비스까지 강제로 탑재하게 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도 추가로 조사 중이다. 이와 관련해 구글은 "2년 전 유사한 사안에 대해 한국 공정위가 무혐의 판정을 내렸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EU집행위가 이를 뒤집는 증거를 내놓으면서 우리나라 공정위의 신뢰성마저 덩달아 의심받는 처지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증거 없다더니… 한국 공정위 판정, EU에서 뒤집히나

    EU집행위는 최근 "구글이 자사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사용하는 스마트폰 제조사들에 구글 검색 앱과 유튜브(Youtube), 구글 플레이스토어(앱 장터) 등을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한 혐의가 있다"며 이를 공식 조사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스마트폰에 미리 이런 앱이 깔려있으면 비슷한 앱을 만드는 경쟁사보다 훨씬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번 조사는 EU 집행위가 지난달 15일 "구글이 인터넷 검색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경쟁사에 손실을 끼쳤다"며 유럽사법재판소(CJEU)에 제소한 데 이은 후속 조치다.

    유럽서 守勢 구글, 한국 공정委를 방패 삼았지만…
    /일러스트=정인성 기자
    구글은 이 과정에서 지난 2013년 7월 우리나라 공정위가 내린 판정 내용을 내세우며 대응에 나섰던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 포털사업자인 네이버다음은 2010년 "구글이 스마트폰 제조사에 자사 검색 앱을 사전 탑재하도록 해 다른 업체의 경쟁 기회를 빼앗았다"며 구글을 제소했다. 하지만 공정위는 3년간의 조사 끝에 "구글 검색 앱을 미리 탑재한 후에도 구글의 검색 시장점유율은 거의 변동이 없었고, 네이버나 다음에 대해 영업 방해(경쟁 기회 제한) 행위를 했다는 증거도 찾지 못했다"면서 '무혐의' 판정을 내린 바 있다.

    그러나 취재 결과 EU집행위는 공정위가 "찾지 못했다"던 구글의 영업 방해 행위와 관련된 증거를 다수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EU집행위가 있는 벨기에 브뤼셀의 EU 관계자는 "구글이 내세운 해외 기관의 판단과는 배치되는 내용의 문건들이 있다"면서 "이 문건들은 구글이 마이크로소프트나 한국의 네이버 등 타 검색 포털에 대한 경쟁을 제한했다는 유력한 근거"라고 말했다. 다만 EU집행위는 공식적으로는 "현재 조사 중인 사안에 대해 언급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구글 조사한 공정위 직원, 구글 변호하는 로펌으로 이직

    EU집행위가 확보한 증거 문건 중엔 구글과 삼성전자 간의 '모바일 앱 유통계약서(MADA·사진)'가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계약서의 2조 1항에는 '해당 지역에서 배포가 허용된 모든 구글 앱이 깔려 있어야 디바이스(스마트폰을 지칭)의 유통이 가능하다'고 돼 있다. 또 3조 4항에는 '각각의 디바이스에 모든 구글 앱이 미리 탑재(pre-load)돼 있어야 하며, 구글 검색은 기본 검색 제공자로 지정돼야 한다"는 내용도 있다. EU집행위는 2012년부터 진행된 구글과 미국 소프트웨어 회사 오라클 간의 법정 다툼을 조사하다 이 문서를 입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이 지난 2011년 삼성전자와 맺은 모바일 앱 유통계약서(MADA).
    구글이 지난 2011년 삼성전자와 맺은 모바일 앱 유통계약서(MADA).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 체제를 이용하는 스마트 폰은 구글 검색 앱 등을 미리 탑재해야 한다는 내용 등이 담겨 있다. EU 집행위원회는 이 계약서 조항들이 다른 검색 사업자와의 공정한 경쟁을 방해하는 내용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공정위 관계자는 "구글코리아에 대한 현장 조사를 여러 번 했지만 (위법 행위에 대한) 증거는 찾지 못한 것으로 안다"며 "한국 조사 때는 (구글 검색에 관한) 시장점유율 변화가, EU에서 진행 중인 조사는 구글 앱의 강제 탑재가 초점"이라고 말했다.

    당시 구글코리아에 대한 조사를 직접 진행했던 공정위 담당자는 올해 초 공정위를 그만두고 국내의 한 유명 로펌(법률회사)으로 이직한 상태다. 이 로펌은 공교롭게도 구글의 법률 자문을 맡아 온 곳이다. 로펌 측은 "해당 직원이 (공정위에서) 옮겨온 지 얼마 되지 않았다. (구글 등) 기업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고 밝혔다.

    대법관 출신의 한 원로 법조인은 "만약 공정위에서 특정 분야를 조사하던 사람이 공직을 떠나 그 분야의 기업을 변호하는 입장이 된다면 국민은 앞으로 공정위 판단이 공정한지 의심을 가질 수 있다"면서 "또 다른 전관예우 논란이 일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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