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볼모로 잡은 공무원연금 개혁 '막전막후'

조선비즈
  • 김명지 기자
    입력 2015.05.04 15:57

    5월 1일 밤샘 협상서 여야 간사 따로 모인 후 ‘포함’
    4.29 재보선 참패한 야당 “이것마저 밀릴 순 없다” 강공

    “공무원연금 개혁에서 국민연금 얘기가 갑자기 왜 나왔는지 모르겠다”

    여야가 공무원연금을 ‘30% 더 내고 10% 덜 받는’ 방식으로 개혁한 대신 절감한 재원(70년간 333조원)을 공적연금 강화에 쓰기로 합의하고, 현행 40%대인 국민연금의 명목 소득대체율(소득 대비 연금액)을 50%로 높이기로 했다.

    그러나 소득대체율을 50%로 높이려면 월급에서 국민연금으로 떼는 돈의 비율을 현행 9%(본인 4.5%, 사용자 4.5%)에서 16.7%로 두 배 가까이 올려야 한다는 정부의 재정추계 결과가 밝혀지면서 국민적 불만이 커지고 있다.

    ◆ 공무원연금-국민연금 연계, 지난해 말부터 요구

    공무원연금개혁을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과 연계하자는 주장이 갑자기 나온 얘기는 아니다. 지난해 10월 안전행정부는 본격적인 개혁 논의에 앞서 공무원 노조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거쳤는데, 공무원노조 측(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공노총)은 이 때부터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 포괄적으로 논의할 것을 요구했다.

    올해 1월 국회는 여야 의원과 학계 시민단체로 구성된 공무원연금 개혁을 위한 특별위원회와 대타협기구를 구성했다. 2월 대타협기구에서 공무원단체로 구성된 '공적연금강화를 위한 공동투쟁본부'(공투본) 소속 분과위원 2명이 국민연금 전반을 논의하자고 공개약속을 요구하기도 했다.

    공무원연금개혁 국민대타협기구의 노후소득보장 분과위원회 관계자들이 2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6차회의에서 소득대체율 인상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전기병 기자

    이때까지 정치권은 이 같은 인식에 부정적이었다. 김현숙 새누리당 의원은 "국민연금 논의를 막을 생각은 없지만 국민연금, 기초연금법 개정안을 동시에 만들어 합의하는 것은 권한 밖"이라며 공무원연금 개혁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3월 12일 대타협기구에 참여한 야당 의원들이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의 균형을 맞추자는 방안을 내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홍종학 새정치연합 의원은 “공무원연금 개혁을 공적연금과 연계하자는 것은 야당의 일관된 주장이었다”고 설명했다

    4월 공무원연금개혁 실무기구가 출범한 이후 야당의 ‘공적연금 연계’주장을 여당이 수용하느냐 여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특위 시한 사흘 전인 4월 29일 까지만 해도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공무원연금개혁으로 절감한 재정을 공적연금 강화에 쓰자는 주장은 물타기”라고 반대의 뜻을 명확히 했다.

    ◆ 4.29재보선 참패 야당 “이것 만은 밀릴 수 없다”

    상황이 급변한 것은 5월 1일 여야의 막판 협상 때다. 여권 관계자는 “5월 1일 오후 4시까지만 해도 공적연금 강화 부분을 두고 여야가 팽팽하게 맞섰는데, 밤샘 협상을 하는 과정에서 여야 특위 위원들이 따로 모여 회의를 하더니 그 부분(야당 요구)이 반영됐다”고 털어놨다.

    이 같은 상황 변화는 4.29 재보선 결과가 한몫했다. 야당이 광주를 포함해 4:0으로 참패를 한 상황에서 공무원연금까지 여당에 밀렸다가는 또 다른 지지 기반인 노동계를 잃을 수 있다는 위기의식 때문에 여당을 강하게 압박했다는 것이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왼쪽)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조선일보DB

    여권 관계자는 “4.29 재보선에서 야권이 자신의 지지기반인 광주를 잃었는데, 이번에 연금개혁에서도 밀리면 또 다른 축인 민주노총으로부터도 외면당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커 보였다”고 귀띔했다.

    우윤근 새정치연합 원내대표는 이날 저녁에 강기정 간사 등을 따로 불러 2시간 가량 ‘밀리지 말라’는 취지의 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새누리당은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었다. 또 다른 여권 관계자는 “김 대표는 재보선을 크게 이긴 상황에서 향후 대권에 도전할 때 프로필에 '공무원연금개혁을 타결한 업적'을 올리는 것이 가장 중요하게 보였을 것”이라면서 “아마 세부적인 내용은 신경도 못썼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 ‘연금개혁’ 강기정 의원의 개인적 열망 작용

    야당이 공적연금 강화 연계를 강하게 요구한 것은 공무원연금개혁 특위 야당 간사인 강기정 의원의 개인적인 배경도 작용했다. 강기정 의원은 노무현 정부 때인 2007년 국민연금 개혁, 2009년의 공무원연금 개혁을 주도했었다.

    강기정 새정치민주연합 정책위의장(오른쪽)/조선일보DB

    이에 홍종학 의원은 “과거의 기억이 그에게 아픈 상처로 남아 있는 듯했다”면서 “그는 이번만은 제대로 연금개혁을 하겠다는 의욕에 넘쳤다”고 말했다.

    야당 관계자는 “강기정 의원은 오히려 정부와 여당이 공무원연금 개혁에 파투를 놓으려고 하면 오히려 자신이 나서서 공무원단체를 다독이며 주도하는 모습을 보였다”면서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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