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소유한 여수 궁항마을 땅 내부 주요 위치에 타인이 소유한 땅의 모습을 표시한 위성지도.

주민 40명이 고작인 한적한 전남 여수 앞바다의 한 시골 마을. 대부분 임야로 돼 주민 빼고는 오가는 인적도 드물었던 이 마을이 어느 날 갑자기 세간의 주목을 끌기 시작했다.

2004년부터 2006년까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전남 여수시 소라면 사곡리 일대 11개 필지와 인근 섬(모개도) 등 8만4000여㎡의 땅을 사들인 사실이 뒤늦게 2007년 세상에 알려지면서 활 모양을 닮았다 해서 이름이 붙었던 궁항(弓港)마을은 ‘이건희 마을’로 회자되기도 했다.

2005년 10월에는 이 회장이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함께 헬기를 타고 직접 땅을 둘러볼 정도로 이곳에 애착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당시 부동산 시장에서는 이 회장이 개인 별장이나 영빈관을 짓거나, 일대를 복합리조트 단지로 개발할 것이란 소문도 무성했다.

궁항마을이 ‘이건희 유명세’를 타면서, 이 회장 매입 당시 3.3㎡ 당 5만원 수준이던 땅값은 이내 3.3㎡ 당 40만원선까지 급등했다.

이처럼 궁항마을이 ‘이건희 랜드’로 알려졌지만, 정작 궁항마을의 알짜 부지는 이 회장이 아닌 한 지방대학 강모 교수가 보유하고 있다.

강 교수는 이 회장 소유 땅의 중심부이자, 3개 백사장 중 가장 긴 백사장 바로 앞 토지 3953㎡
를 보유하고 있는데, 부동산 업계는 궁항마을에서 사실상 가장 알짜 땅으로 보고 있다.

사정이 이런 가운데 시간이 흐르면서 당초 거론됐던 개발설들이 수면 아래로 가라 앉자 이 회장이 '알박기' 때문에 개발사업에 발목이 잡힌 것 아니냐는 추측마저 나돌았다.
실제로 이 회장 쪽에서 2004~2006년 땅 매입 시 강 교수에게 매각을 의뢰했으나 강 교수 측이 팔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강교수는 ‘알박기’와 전혀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노후를 보낼 주거지로 이 땅을 사들인 것으로, 매각할 생각은 조금도 없다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이건희 회장의 개인 자산 토지기 때문에 회사 내부에서는 해당 토지 개발에 대해서는 알 수가 없다”며 “더욱이 이 회장이 와병 중인 상태에서는 더욱 논의할만한 사항도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