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9일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3.4%에서 3.1%로 낮췄다. 지난해(3.3%)보다도 낮다. 글로벌 환율 전쟁과 세계 경기 회복 지연으로 한국 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했던 수출이 둔화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기획재정부)는 여전히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3.8%로 유지하고 있지만, 국내외 전문가들은 2%대로 추락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일본계 노무라증권은 2.5%, 프랑스계 BNP파리바는 2.7%다.

이주열 총재는 수출 둔화 조짐에 대해 "중국의 성장이 둔화되고, 달러화에 대한 원화 가치가 다른 나라 통화보다 적게 떨어져 환율 측면에서 우리나라 수출에 불리한 영향을 주고 있다"면서 "수출 여건과 전망이 녹록지 않다"고 했다. 한은은 올 상반기 수출 증가율이 -0.6%에 불과하고, 연간으로도 2.9%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은은 저유가와 소비 위축 등을 반영해 올해 물가상승률도 1.9%에서 0.9%로 크게 낮췄다. 연간 물가상승률이 0%대에 그친 것은 외환위기 당시인 1999년(0.8%) 이후 처음이다. 장민 한은 조사국장은 "소비자물가 조사 품목 481개 가운데 석유류 관련 7개 품목의 가격이 집중적으로 낮아지는 것이 원인"이라며 "모든 품목의 가격이 내리고 성장세가 악화되는 디플레이션을 걱정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은은 이처럼 성장률과 물가상승률 등의 전망을 큰 폭으로 낮췄지만, 이날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 금리를 현행(연 1.75%)대로 동결키로 결정했다. 이 총재는 "성장률 하향 조정을 미리 반영해 지난달에 금리를 선제적으로 인하했고, 최근 가계대출 증가세가 높다는 점 등을 감안해 금리를 현 수준으로 유지키로 했다"고 말했다. 7명의 금융통화위원회 위원 가운데 1명은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는 소수 의견을 냈다고 한은은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