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형석 미미박스 대표 “IPO 할 것…넥스트 웨이브는 중국”

조선비즈
  • 박원익 기자
    입력 2015.03.20 06:35 | 수정 2015.03.20 08:24

    ▲하형석 미미박스 대표

    “미미박스는 사업 형태가 복잡해 저만 운영할 수 있는 회사라고 생각합니다. 독특한 사업 모델이다 보니 다른 큰 회사에 인수될 수도 없을 것 같아요. 저희는 기업공개(IPO)밖에 없습니다.”

    18일 오후 4시 역삼동 미미박스 사무실. 내부가 훤히 들여다 보이는 회의실로 찢어진 청바지를 입은 남자가 걸어 들어왔다. 몸을 움직이는 일이 많다 보니 찢어진 청바지가 편하다는 것이다. 실리콘밸리의 쟁쟁한 투자자들로부터 최근 2950만달러(약 330억원) 규모의 시리즈 B 투자(Series B, 후속 투자)를 유치한 하형석(32) 미미박스 대표다.

    하 대표는 지난 2012년 2월 미미박스를 창업했다. 미미박스는 다양한 브랜드의 화장품을 모아 판매하는 쇼핑 플랫폼이다. 지난해 실리콘밸리 유명 액셀러레이터(창업 투자·육성 업체)인 와이컴비네이터(Y-Combinator)로부터 투자를 받아 화제가 됐는데, 1년여 만에 시리즈 B 투자까지 유치한 것이다.

    투자자들의 면면도 화려하다. 투자를 주도한 구본웅 포메이션8 대표와 에릭 김 굿워터캐피탈 대표외에도 야후 공동 창업자이자 중국 알리바바의 2대 주주인 제리 양, 비트코인 투자자로 유명한 윙클보스 형제, 디즈니·갭 최고경영자 출신인 폴 프레슬러, 드롭박스 1호 투자자인 페즈먼 노자드, 구글 초기 투자자 바비 야즈다니 등이 이번 투자에 참여했다.

    -창업 3년만에 시리즈 B 투자까지 유치했다.

    “1년 동안 3개의 투자 라운드가 진행됐다. 2014년에 시드(seed)부터 시작해 시리즈 A, B까지 다 마친 것이다. 와이컴비네이터에 들어갔을 때도 우리가 꽤 큰 스타트업(창업 초기 기업) 중 하나였는데, 와이컴비네이터의 창업자인 폴 그레이엄(Paul Graham)의 말로는 펀딩 규모나 직원 수, 매출액 등 고려할 때 미미박스가 842개 투자 기업 중 30위 정도라고 한다.

    1위는 드롭박스나 에어비앤비일 것이다. 우리가 유일한 한국 기업이니까 더 잘하고 싶은 욕심이 있다. 우리 기수에선 1등이다.(와이컴비네이터는 기수별로 스타트업을 선별해 투자하고 있다)

    와이컴비네이터 내부에서도 처음엔 한국 스타트업이나 아시아 스타트업에 대한 의심이 있었다. 그런데 한번 픽업이 되니까 시리즈 A 투자가 되고, B도 됐다. A 투자 완료된 것이 작년 7월인데, 투자 제안은 3월에 받았다. 투자 하겠다고 하는 걸 매번 바쁘다고 서류 작업을 미뤄서 그 때 된 것이다.

    ‘난 회사 운영이 더 중요하다 돈(투자)보다 이게 더 중요하다. 미안하다’며 양해를 구했었다. A 라운드 끝나고 연락이 많이 왔다. 바로 B 투자 얘기가 나왔다.”

    -쟁쟁한 투자자들이 투자했다.

    “한 명의 투자자에서 시작하는 것 같다. 누가 첫 투자자인지가 중요하다. 와이컴비네이터도 있었고, 페즈만이란 투자자가 있다. 실리콘밸리에서 25년간 양탄자 사업을 한 사람인데, 마크 저커버그가 이 사람한테 시드 라운드 투자해 달라고 메일을 보낸 일화도 있다.

    드롭박스 1호 투자자로도 유명하다. 페즈만은 표면에 드러나 있진 않지만 실리콘밸리에서 통로나 다름 없는 인물이다. 미미박스도 페즈만이 와이컴비네이터 이후 1호 투자자였다.

    가장 영향력 있는 엔젤투자자 중 한 사람이기 때문이 이 사람이 투자했다면 믿어도 된다는 분위기가 있다. 페즈만의 투자 후 기관 투자자나 출자자(LP)들도 다 연락이 됐다. 페이팔 마피아 중 한 명인 맥스 레브친도 만났다. 기관 투자자만 몇 십 개 만난 것 같다.”

    -와이컴비네이터는 어떤 도움을 줬나.

    “와이컴비네이터는 데모데이(사업 아이디어 발표)때 저희를 많이 밀어줬다. 발표가 4개 세션으로 나눠져 있었는데, 첫 세션 마지막에 하도록 시간을 잡아줬다.

    세션이 끝나자마자 쉬는 시간에 연락이 아주 많이 왔다. 아주 공격적으로 발표를 했는데, 그날 연락 온 곳만 100군데 이상이었다. 너무 연락이 많이 와서 회사 이름만 보고 90개는 지우고 10개만 컨택했다.”

    -데모데이 때 발표를 훌륭하게 했던 모양이다.

    “폴 그레이엄이 발표의 천재다. 폴이 하라는 대로 토씨 하나도 건드리지 않고 그대로 했다. 데모데이 4일 전부터 폴 앞에서 계속 발표 연습을 했다. 폴은 ‘영어 발음이 왜 그렇냐’. ‘이 단어에서는 R을 길게 발음해라’ 이런 식으로 아주 디테일 한 부분까지 코치를 해줬다.

    3분간 발표를 하는데 ‘상대방이 듣고 싶은 것은 이것이다’라고 딱 집어준다. 난 무슨 디즈니인 줄 알았다.(웃음) 3분간 완벽하게 짜임새 있는 스토리텔링을 진행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폴이 시키는 대로 하니까 사람들이 진짜 좋아하더라.

    미미박스가 가진 비즈니스 모델의 장점도 있지만 이 스토리텔링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을 훨씬 보기 좋도록 키워줬다. 와이컴비네이터에 있으면서 거의 매주 투자자를 소개 받았는데, 실리콘밸리에선 커뮤니티 안에 들어가는 게 중요한 것 같다. 나를 커뮤니티 안에 넣으려고 많이 노력했다.”


    -시리즈 B 투자 목표금액이 300억원이었나.

    “아니다. 우리가 원래 원했던 금액은 더 적었다. 원래는 다해서 200억원 초반 정도로 생각했었는데 1주일도 안돼서 금액을 다 채웠다. 투자자들이 너희 정도 규모의 회사면 이러 이러한 것이 더 필요할 거라고 조언해서 금액을 늘렸다.

    예를 들면 우리 회사가 3개국에 진출해 있고 변호사 팀이 5개 있다. 한국, 미국, 중국, 홍콩에 총괄 로펌까지 운영해야 한다. 세무법인도 마찬가지인데. 해외 법인까지 다 관리해야 하고 이런 것에 들어가는 경영 비용들이 크더라. 창업가들은 대체로 이런 상황을 잘 예상하지 못한다.”

    -지분 투자를 많이 받았는데 지분 희석에 대한 우려는 없나.

    “회사 사업 형태가 나만 운영할 수 있는 것이다. 독특한 모델이어서 우리는 인수될 수가 없다. 인수 되기에는 사업 구조가 복잡하다.

    우리는 IPO 밖에 없다. 요즘 크라우드 펀딩, 공유경제 이런 개념이 많이 나오는데 벤처라는 것 자체가 그런 구조다. 아이디어 내는 사람이 있고 투자금 대는 사람이 따로 있다.

    여러 이해 관계자들을 강력한 커뮤니티로 묶는 것이다. 설립자들이 회사를 시작하더라도 이익을 다 가져가는 형태가 아니다. 스타트업이 커가는 과정에서 백만장자가 많이 나오면 나올수록 좋은 구조인 것이다.”

    -투자자들과 커뮤니케이션은 많이 하나.

    “나는 투자자들에게 (미미박스에) 취직한 것으로 생각하라고 얘기했다.(웃음) 두 번째는 솔직하게 얘기해 달라고 부탁했다. 피드백이 중요하다. 여러분이 투자한 돈이니까 피드백을 많이 해주면 해줄수록 부자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구본웅 대표나 에릭 김 대표가 전화해서 ‘내가 무엇을 하면 좋을까’라고 묻는다. 그러면 저는 지원자 좀 뽑아 달라고 하던지 요청 사항을 말한다. 투자사에서 일하는 사람도 안 가리고 채용 가능 대상자로 포함한다.

    다만 회사의 방향과 전략은 우리가 다 짠다. 투자자들은 돈을 떠나 시간을 투여하는 것이 중요한데, 인재 채용이나 미팅 조직하는 것 등등에서 도움을 받고 있다. 직원들 눈치는 보는데 오히려 투자자 눈치는 크게 보지 않는다.”

    -IPO를 언급했는데 구체적인 계획이 있나.

    “직원들이 각자 ‘나스닥 상장’ 뭐 이런 목표를 모니터에 써 붙여 놓고 있다. 아직 상장에 대한 막연한 생각만 있고 구체적인 계획은 세우지 못한 상태다. 다만 계속 회사는 성장하고 있다.

    2014년부터 KPMG에서 외부감사도 받게 됐고, 회사 내부에 회계사를 채용하거나 직원들에게 스톡옵션을 주는 문제 등도 논의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제품만 잘 만들면 됐는데 상황이 달라졌다.

    창업을 하는 이유는 전략을 수립하고 상품 만들고 이런 걸 하고 싶어서 하는 건데, 현실을 봤더니 내가 강남구청에 가야 되고 세무사나 회계사들과 얘기해야 한다. 재밌는 일은 다른 사람이 다 하더라. 은행에 가면 회사 재무회계 팀장은 지점장님이 모시고 들어가고 나는 번호표 뽑고 기다린다.”

    -투자금은 어디에 쓰나.

    “인프라 비용으로 많이 쓸 것 같다. 물류나 엔지니어링에 쓸 계획이다. 3개국에 진출해 있기 때문에 물류나 엔지니어링에 돈이 많이 들어간다. 서버 수 늘리고 엔지니어 팀 인원 늘리는 시스템 구축 비용 등이다. 물류 창고 확보 비중도 크다. 지게차 같은 장비도 사야 한다. 시리즈 B 투자금 중 반 이상이 여기에 들어가고 나머지는 운영 비용이라고 보면 된다.”



    -코스맥스와 함께 제품도 직접 제작한다고 들었다.

    “한국 화장품 산업의 성장은 코스맥스(044820)같은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제조업자개발생산(ODM) 업체 때문에 가능했다. 제조는 이런 곳에서 다 해줬는데 제조의 퀄리티가 좋아지면서 한국 뷰티 산업이 가파르게 성장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기본적으로 제조기술이 뛰어난 나라다. 제조사와 모바일 디앤에이(DNA)를 가진 회사가 만나서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면 어떨까 해서 시작하게 됐다.”

    -화장품 업계의 패스트패션 업체로 봐도 되겠다.

    “그렇다. 우리는 패스트패션 업체들처럼 고객 데이터를 면밀하게 분석한다. ‘20대는 핑크색을 좋아한다’, ‘미미박스를 이용하는 고객들은 대체로 40일에 한번 꼴로 상품을 산다’와 같은 정보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 정보를 바탕으로 빠르게 제작에 들어간다. 코스맥스와 함께 만드는 미미뷰티가 론칭한지 4개월차에 접어 들었는데, 벌써 전체 거래액 20~25%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올해 목표는.
    “일단 거래액 1000억원으로 잡고 있다. 거래액과 매출액이 매년 4~5배씩 성장하고 있다. 거래액을 키우는 게 중요한데, 지금 작은 쇼핑몰에서 중소기업이 되는 단계다. 내부적으로 보면 관리가 중요해지는 시기다. 지금 직원이 200명인데, 더 늘어날 것이다.

    매출액은 아직도 많이 부족한 느낌이다. 스타트업이 관연 얼마짜리 회사가 돼야 할지 생각해 보는데, 벤처캐피털(VC)이 20배 수익(리턴)을 원할 경우 이번에 330억원이 투자됐기 때문에 최소 6000억원이 돼야 한다.

    -중국 시장은 어떻게 보나.

    “전략적 결정을 할 때 절대 도박을 하지 않는다. 중국은 세계에서 뷰티 산업이 가장 빨리 성장하고 있는 시장이다. 지금까지 데이터와 현상을 면밀하게 살피며 미미박스의 비즈니스 모델도 계속 바꿔왔다. 2012년에 화장품 서브스크립션(subscription, 구독)에서 시작해, 커머스에 초점을 맞추게 됐고, 미국과 중국 진출에 이어 화장품을 직접 제조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예를 들어 모바일 거래액을 보면, 모바일 비중이 지난해 5월에만 해도 2%수준이었는데, 같은 해 12월엔 80%가 됐다. 이와 같은 트렌드 변화에 집중하고 있다. 변화의 파도가 크다 보니 여기에 올라타면 한번에 쭉 올라가게 되더라.”

    -다음에 올라탈 파도는 무엇인가.

    “모바일 커머스의 확대는 향후 10년 동안은 지속될 것 같다. 세부적으로 꼽자면 올해는 케이뷰티(K-beauty) 트렌드를 보고 있다. 다만 한국 화장품을 찾는 이런 현상이 오래 가진 않을 것으로 본다.

    중국이 조만간 ‘메이드인 차이나’ 제품을 쓰게 될 것이다. 지금은 케이뷰티 트렌드를 타고, 다음에는 중국의 물결(웨이브)을 타는 것이다. 중국인들은 자부심이 강하기 때문에 자국 제품을 쓰는 시대가 온다.

    물류 측면에서 보면 물류 센터 규모를 1000평에서 3500평으로 늘렸다. 소비 트렌드를 봤을 때 모바일과 물류 센터는 무조건 해야 했던 것이었기 때문이다. 광고시장을 봐도 인터넷에서 모바일 광고로 넘어가고 있다. 우리는 신규 사업이 있으면 내부에서 제일 시니어 조직을 신규 사업으로 돌린다. 한번 물결을 타본 사람이 다른 물결도 잘 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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