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 커머스 업체 티켓몬스터 직원들.

‘세계 최대 전기차 업체 테슬라모터스(tesla motors), 월 사용자가 8억명에 이르는 동영상 공유 사이트 유투브(youtube), 세계적 인맥 관리 서비스로 자리잡은 링크드인(LinkedIn)’

전자 결제 서비스 페이팔(Paypal) 출신 기업인들이 만든 회사들이다. 페이팔을 설립한 피터 틸(Peter Thiel)과 창업 초기 멤버들은 2002년 회사를 이베이(ebay)에 매각한 뒤 각자 새로운 회사를 창업하거나 유망 벤처기업에 투자했는데, 이것이 큰 성공을 거뒀다. 이들이 만든 회사 중 10억달러(약 1조1000억원) 이상의 가치를 지닌 회사가 7개이며, 관련 기업의 가치를 모두 합치면 3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들은 ‘페이팔 마피아’로 불리며 끈끈한 네트워크를 과시한다. 서로 인재풀을 공유하고 서로의 기업에 투자하기도 한다. 페이팔의 공동 창업자인 맥스 레브친, 테슬라모터스의 최고경영자 앨런 머스크, 유튜브의 창업자인 채드 헐리와 스티브 챈, 링크드인을 설립한 리드 호프먼 등이 페이팔 마피아의 구성원이다.

1990년대 말 닷컴 열풍에 이어 2차 벤처 붐이 일고 있는 우리나라에는 이와 비슷한 모델이 없을까. 벤처업계 관계자들은 소셜 커머스 업체인 티켓몬스터가 한국의 '페이팔 마피아'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다. 창업한 회사를 매각하고 다시 새로운 창업에 나선 것이나 서로 인재를 공유하고 서로의 회사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는 점이 비슷하다는 것이다.

◆ 회사 매각 후 우후죽순 창업

신현성 티켓몬스터 대표가 회사를 창업한 것은 지난 2010년. 설립 이후 1년에 만에 국내 3대 소셜커머스 업체 중 하나로 자리잡았고, 2011년에 미국의 소셜커머스 업체인 리빙소셜에 인수됐다. 현재는 그루폰으로 주인이 바뀐 상태다.

눈에 띄는 점은 회사가 매각된 후 티켓몬스터의 초기 멤버들이 적극적으로 새로운 창업에 나섰다는 점이다. 회사 측에 따르면 현재 티켓몬스터 출신이 설립한 스타트업(창업 초기 기업)이 10여개에 이른다. 이미 글로벌 벤처투자 업계에서 인정받는 회사도 나왔다. 회사가 이베이에 인수되자 각자 새로운 스타트업 프로젝트를 시작했던 페이팔의 사례와 비슷한 길을 걷고 있는 것이다.

2014년 11월 25일 서울 광진구 워커힐로 쉐라톤워커힐호텔에서 세계 최대 스타트업 축제인 '스타트업 네이션스 서밋 2014'가 열리고 있다. 노정석 파이브락스 창업자, 신현성 티켓몬스터 창업자, 박지웅 패스트트랙아시아 대표가 좌담회를 갖고 있다.(사진=남강호 기자)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미미박스’다. 미미박스는 화장품 전문 쇼핑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로 티켓몬스터에서 B2B팀장을 맡았던 하형석 대표가 창업했다. 특히 지난해 초 미국의 유명 액셀러레이터(창업 투자·보육 업체)인 와이컴비네이터(Y-Combinator)로부터 10만달러(약 1억1000만원)를 투자받아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와이컴비네이터는 세계적인 숙박 공유 서비스 에어비앤비(Airbnb), 클라우드 데이터 저장 서비스 드롭박스(Dropbox) 등을 키워낸 미국의 대표적 벤처투자 업체다.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 사건이 처음 알려진 곳으로 유명한 회사별 익명 게시판 서비스 ‘블라인드’도 티켓몬스터 출신 기업인들이 만들었다. 티켓몬스터에서 각각 브랜드마케팅과 프로덕트매니저(PM)를 했던 정영준, 문성욱 대표가 팀블라인드라는 회사를 창업해 이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블라인드는 같은 직장에 다니는 사람끼리만 익명으로 소통할 수 있어 최근 인기를 얻고 있다.

티켓몬스터의 운영그룹장이던 이관우 대표는 버즈빌을 창업, 스마트폰 잠금화면에 모바일 광고를 제공하는 ‘허니스크린’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고 신사업개발팀장이던 이충희 대표는 교육 프로그램 업체 브레이브팝스를 창업했다.

티켓몬스터 지역사업그룹장이었던 김천식 대표는 누벤트라는 O2O(online to offline) 회사를 만들었으며 B2B실장이었던 정규화 대표는 뷰티 멤버십 서비스 업체 헐크팸을 창업했다. 직원이었던 정영목 대표는 맞춤형 모자 및 신발 제작 업체 스냅하이를, 정원준 대표는 공간 대여 서비스 업체 핀스팟을 창업했다.

◆ 끈끈한 네트워크… 다른 유사 사례는?

신현성 티켓몬스터 대표는 박지웅 전 스톤브릿지캐피탈 수석심사역, 노정석 파이브락스 창업자와 함께 벤처투자회사인 패스트트랙아시아를 설립해 투자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티켓몬스터 출신 기업인들이 창업할 때 서로 인재풀을 공유하도록 돕고 직접 투자에 나서기도 하며 끈끈한 네트워크를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는 페이팔의 창업자인 피터 틸이 링크드인을 창업한 리드 호프먼에 50만달러를 투자하고, 페이팔의 마케팅 디렉터였던 데이브 맥클루어가 벤처투자업체인 500스타트업(500startups)을 설립해 활발하게 투자활동을 진행하고 있는 것과 유사하다. 서로 인력과 자본을 공유하며 시너지를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다.

미국 포춘(Fortune)지가 소개한 '페이팔 마피아'의 모습. 대표적인 인물이 페이팔의 공동 창업자인 피터 틸(앞줄 왼쪽)과 맥스 레브친(앞줄 오른쪽)이다.

패스트트랙아시아는 옐로모바일에 인수된 병원정보 애플리케이션 업체 ‘굿닥’에 투자했는데, 굿닥의 창업멤버 중 한 명이 티켓몬스터 출신 개발자인 김종훈씨다. 패스트트랙아시아는 앞서 언급한 교육 프로그램 업체 브레이브팝스에도 투자했다.

한 벤처투자 업계 관계자는 “1990년대말 닷컴열풍을 타고 대기업으로 성장한 네이버와 다음(현 다음카카오) 출신 창업가들도 많긴 하지만, 끈끈한 네트워크라는 측면에서 볼때 이들을 마피아로 부르기엔 다소 부족하다”며 “네이버와 다음이 매각되지 않았다는 점도 페이팔이나 티켓몬스터와는 다른 점이다”라고 전했다.

게임빌의 창업멤버 출신인 조성문 오라클 프로덕트 매니저는 한국의 페이팔 마피아로 ‘테터앤컴퍼니’를 꼽는다. 노정석 파이브락스 대표가 2005년에 창업한 이 회사는 블로그 전문업체로 지난 2008년에 구글에 인수됐는데, 이후 테터앤컴퍼니 출신인 김보경, 한영, 차경묵, 정윤호, 김창원씨 등이 새로운 스타트업을 창업했다.

미국 IT업계의 주요 인맥으로는 페이팔 마피아 외에도 썬마이크로시스템즈(sun microsystems) 출신, 페이스북 출신, 구글 출신 등이 있다. 구글의 CEO인 에릭 슈미트가 썬마이크로시스템즈 출신이며 마크 저커버그와 함께 페이스북을 창업한 더스틴 모스코비츠는 소프트웨어 업체 ‘아사나’를 창업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