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 누구를 구할 것인가?

조선비즈
  • 박원익 기자
    입력 2014.12.06 20:00

    토머스 캐스카트 지음|노승영 옮김|문학동네|152쪽|1만2000원

    “갈림길을 만나면 주저하지 말고 선택하라”

    미국 프로야구 명포수 출신의 명감독이었던 요기 베라가 남긴 말 중의 하나다. 경기의 승리를 넘어 인생의 성공을 위한 교훈이기도 하다. 살다 보면 누구나 선택의 갈림길에 서고 그 결과는 가차없다.

    선택의 결과를 예측하기란 지난한 일이지만, 적어도 왜 그런 결정을 내리는지에 대한 나름의 근거는 분명히 해 둘 필요가 있다. 그런 생각을 토대로 자신만의 원칙을 확립해 두면, 나중에 비슷한 일이 닥쳤을 때 주저 없이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된다.

    이 책이 의미 있게 다가오는 것은 그런 이유에서다. 책이 다루고 있는 ‘전차 문제(The Trolley Problem)’는 일종의 사고(思考) 실험이다. 50여 년 전 영국의 철학 전문 학술지에 처음 발표됐다. 이 문제에 대한 사색은 단순한 지적 유희 이상의 의미가 있다. 도끼를 미리 갈아두면 나무를 잘 벨 수 있듯이, 이 사고 실험을 통해 비판적 사고 능력을 기를 수 있다.

    제시되는 상황은 이렇다. 여기 브레이크가 고장난 채 질주하는 전차가 있다. 앞쪽 선로에는 인부 다섯 명이 있고, 갈라진 선로에는 한 명이 있다. 당신은 선로를 바꿀 수 있다. 전차의 방향을 바꾸는 게 옳은가 아니면 그대로 두는 것이 옳은가.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의 저서 ‘정의란 무엇인가’에도 소개된 적이 있는 이 문제는 이 책에서 더 다양한 변주를 거친다.

    제3자로서 선로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전차를 직접 운전하는 기관사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선로를 바꿀 수 없는 대신 다른 사람을 밀어뜨려 전차를 막을 수 있다면? 사고로 위독 상태에 빠진 5명을 응급실 의사가 건강한 환자 장기를 적출해 살렸다면?

    언뜻 비슷해 보이는 상황이지만 설문 조사의 결과는 확연히 다르다. 저자는 왜 사람들이 각 사례에 대해 다른 답을 내놓는지, 선택의 차이는 어디에서 발생하는지 면밀하게 분석한다. 딱딱한 전문 용어를 쓰지 않고 법정 드라마 형식을 빌려 분석했다는 게 큰 장점이다.

    선로를 바꿨다가 검찰에 기소된 대프니 존스의 재판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벤담, 칸트, 흄, 니체 같은 유명 철학자들의 논리와도 마주하게 된다. 철학을 뛰어넘어 심리학자가 사건을 바라보는 견해, 종교인이 바라보는 견해, 한정된 자원을 분배해야 하는 정책 결정자의 견해까지 등장한다. 각각의 주장은 나름의 근거가 있지만 정답은 없다.

    비판적인 사고력을 기르거나 사회 현상을 보는 다양한 시각을 접해 보고 싶은 독자라면 읽어볼 만하다. 다만 낙태, 존엄사, 동성애 같은 사회 현안에 대한 답을 기대하는 독자라면 다소 실망할 수도 있다. 이 책은 어디까지나 철학적인 사고 실험, 특히 논리학에 치우쳐있다. ‘A는 B와 비슷하고, C는 D와 비슷하다. B는 D와 다르다. 그러므로 A와 C는 다르다’ 같은 논증에 많은 부분을 할애한다. 이런 실험을 통해 단련된 사고력을 현실적인 윤리 문제에 어떻게 적용할지는 독자의 몫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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