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도시 걷기여행 통해 행복감 느껴보길

입력 2014.11.25 14:25

 
선주성 스포츠레저부장
중앙선 전철 첫차 타고 양수역에 내렸다. 옅은 어둠이 깔려 있다. 전철 안에서 준비운동을 했기에 몸이 따뜻하게 데워져 있다. 아주 천천히 북한강 방향으로 달리기 시작한다. 얼마전까지 기차만 다니던 양수철교에 다다른다. 남한강 자전거길 개통 이후 양수철교는 명소가 되었다.

금강산에서 발원해 화천, 춘천, 가평, 청평을 거쳐 온 북한강 끝자락에 있는 다리다. 다리 중간 쯤에 서서 양수리 두물머리 쪽을 본다. 남한강과 합쳐져 한강으로 흘러가는 모습이 장엄하다. 뒤돌아 운길산을 바라본다. 푸른 잎을 떨군 나무 숲사이 8부 능선에 있는 수종사가 점으로 보인다. 전망좋은 수종사가 유혹하지만 오늘은 그냥 능내 쪽으로 달려간다.

양평쪽 방향으로 고개를 돌려본다. 연이어 있는 산줄기의 실루엣을 앞에 두고 붉은 해가 떠오른다. 두물머리에는 물 안개가 피어오를듯 말듯 하다. 내가 달리는 반대방향으로 달리기 여행을 하는 사람이 가끔 지나간다. 자전거 여행객은 더 자주 만난다. 능내역 지나 봉안터널로 들어간다. 중앙선이 단선철로로만 다니던 시절 기차터널이다. 영화 인터스텔라에서 본 블랙홀 장면처럼 형체를 삼킨 밝은 빛이 어둠의 끝에 있다.

팔당역에 도착했다. 휴일 아침 달리기 여행의 끝지점이다. 땀에 젖은 웃옷만 갈아 입고 전철에 오른다. 행복감이 가득하다.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이자 행복연구센터장인 최인철 교수의 조사에 따르면 여가생활과 행복과의 관계에서 행복감 지수가 높은 사람일수록 여행빈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교수는 최근 나온 책 ‘당신은 중산층입니까’(21세기북스)에 실린 ‘한국 사회에서는 누가 행복한가’라는 글에서 “삶의 만족도와 경제적 부에 대한 주관적 만족도는 많은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나지만, 긍정적 정서경험이 행복감에 더 중요하게 영향을 미친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적었다.

최 교수는 또 SBS CNBC의 한 프로그램에서 ‘행복은 몸에 있다’라는 강연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자유, 유능함, 관계’의 요소를 포함하는 긍정적 정서경험 활동에서 행복감을 많이 느끼고 있다는 조사결과를 보여주었다. 즉 운동이나 여행을 하면 더 행복해진다는 것이다.

걷기여행이나 달리기여행, 자전거여행 등은 이 둘의 장점을 모두 취할 수 있다. 이런 여행을 위해 멀리 떠날 수 있다면 가장 좋을 것이다. 그러나 시간과 비용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필자가 즐기는 달리기 여행도 비용과 시간을 적게 들여 할 수 있는 일상의 여행이 될 수 있다. 달리기 보다는 걷기 여행이 더 접근하기 쉽다. 걷기 여행을 위해 꼭 제주 올레길까지 갈 필요도 없다. 그래서 도시 걷기 여행이 확산되고 있다. 골목길 탐방, 출근길 걷기도 목표를 가지고 서두르지 않으면 걷기여행이 될 수 있다.

매주 토요일 아침, 종각에는 워킹서울(Walking Seoul)이라는 이름으로 10여명이 모여 서울성곽이며 골목길, 마을, 미술관 등 서울의 이곳 저곳을 걸어 여행한다. 아침 일찍 모여 점심 먹고 끝난다. 지금까지 2년 동안 매주 거르지 않고 해왔다. 참가자 중 한명인 김문영씨는 “서울을 걸으며 새로운 것을 알고, 대화도 할 수 있는 이 시간은 나만의 자유시간”이라며 “끝나고 작은 맛집에서 점심을 먹고 나면 행복감이 밀려온다”고 했다.

2013년 한국사회학회 조사에 따르면 스스로 중산층이라고 인식하는 사람은 20.2%에 불과했다. 같은 조사에서 객관적으로 분석한 중산층은 62.8%다. 이재열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62.8%의 중산층 중 20.2%만 자신을 중산층으로 인식하는 것은 ‘심각한 자학증상’이다”고 분석했다. (‘당신은 중산층입니까’ 중 “중산층이 사라진 서민사회의 등장” 글에서)

객관적으로 살만하다고 생각하는데 행복하지 않다면 여행을 떠나는 것이 행복감을 느끼는데 도움이 된다는게 최인철 교수의 결론이다. 시간과 돈이 없다면 도시여행이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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