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햇빛 없는 곳에서도… 태양에너지, 水素(수소)로 저장해서 쓴다

조선일보
  • 이영완 기자
    입력 2014.10.06 03:04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이용 태양에너지 수소로 전환해 저장… 실리콘 전지보다 제조 원가 저렴
    韓 연구진, 효율 17.9% 전지 개발… 실리콘 전지 곧 따라잡을 듯

    태양은 무한(無限)의 에너지원이다. 한 시간 동안 지구에 비치는 태양에너지는 1년간 지구 전체가 쓰는 에너지 총량과 맞먹는다. 하지만 태양광 발전(發電)은 날이 맑은지, 흐린지 기상 조건에 따라 들쭉날쭉하다. 태양광 발전이 지구 전체 전력 수요의 1%밖에 감당하지 못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스위스와 한국 과학자들이 이 문제를 해결할 길을 찾았다. 태양에너지를 친환경 연료인 수소로 전환해 저장하는 방법이다. 수소를 태우면 전기와 물만 나온다. 저장과 수송도 편리하다. 햇빛이 없는 곳에서도 태양에너지를 이용할 길이 열린 것이다.

    ◇태양에너지를 저렴하게 수소로 저장

    스위스 로잔연방공대의 마이클 그랏첼(Gratzel) 교수와 성균관대 박남규 교수(화학공학부) 공동 연구진은 지난달 26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태양에너지의 12.3%를 수소로 전환하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세계 최고의 수소 전환 효율이다. 연구진은 태양전지로 전기를 만들고, 이 전기로 물을 분해해 수소를 생산했다. 전환 효율 또는 발전 효율이 12.3%라는 것은 태양에너지 100을 이용해 생산한 수소가 12.3의 에너지를 낸다는 말이다.

    실험에는 최근 차세대 태양전지로 떠오른 '페로브스카이트(perovskite)' 태양전지가 쓰였다. 이 전지는 19세기 러시아 광물학자 레프 페로브스키(Perovski)의 이름을 딴 것이다. 이 전지는 다이아몬드처럼 깎여진 면이 많은 결정(結晶) 구조로 전기·자기적 성질이 우수한 것이 특징이다.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가 햇빛을 받고 내놓은 전자는 전극으로 이동해 물을 수소와 산소로 분리한다. 수소는 햇빛이 없을 때 전기를 생산하는 연료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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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반적인 실리콘 태양전지가 아닌 페로브스카이트 전지를 실험에 사용한 것은 크게 전압과 제조 원가라는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먼저 고(高)전압을 만들기 위해서다. 물을 전기분해해서 수소를 생산하려면 기본적으로 1.7볼트 이상의 전압이 필요하다. 현재 상용화된 실리콘 태양전지는 전자가 가질 수 있는 에너지 폭이 좁아 최대 전압이 0.7볼트에 그친다. 물을 전기분해 하려면 태양전지판을 3개 이상 겹쳐서 전압을 높여야 한다. 하지만 페로브스카이트 전지는 전자의 에너지 폭이 넓어 전압도 1.5볼트로 높다. 이 전지판 2개만 있으면 물분해가 가능한 것.

    제조 원가도 훨씬 저렴하다. 실리콘 전지는 고온에서 가공해야 한다. 페로브스카이트 전지는 상온에서 기판에 화학용액을 겹쳐 바르고 말리면 돼 간단하다. 원료도 탄소·수소·질소·납·요오드 등 자연에 흔한 원소이다. 현재 실리콘 태양전지로는 1와트 발전에 50센트가 든다. 영국 옥스퍼드대 헨리 스네이스(Snaith) 교수는 2016년이면 페로브스카이트 전지의 와트당 가격이 10센트로 떨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발전효율 최고치 국내서 달성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는 2009년 일본 도쿄대 미야자카 쓰토무 교수가 처음으로 학계에 발표했다. 당시엔 발전 효율이 3.8%에 그쳐 상용화는 한참 뒤의 일로 여겨졌다. 올 7월 한국화학연구원 석상일 박사 연구진은 '네이처 머티리얼스'지에 발전 효율 17.9%의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를 발표했다. 미국 재생에너지연구소(NREL)는 석 박사팀의 페로브스카이트 전지가 같은 종류 중 세계 최고 효율이라고 공인했다. 단, 이 전지는 수소 생산 방식에 사용되지는 않았다.

    성균관대 박남규 교수는 페로브스카이트 전지의 결정을 크게 만드는 방법을 개발했다. 큰 결정은 작은 결정보다 빛을 이용하는 특성이 좋기 때문에 더 많은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다.

    물론 극복해야 할 과제도 있다. 첫 번째는 물에 취약하다는 점이다. 박남규 교수는 "요즘 스마트폰 등에 쓰이는 화면표시장치인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도 물에 취약하지만 캡슐화 공정이 나오면서 상용화됐다"며 "이 전지도 타 분야의 성과를 활용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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