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리 교수 "아바타 쥐 이용해 암 정복에 성큼"

조선비즈
  • 임솔 기자
    입력 2014.09.30 15:51 | 수정 2014.09.30 16:13

    유력한 노벨상 후보자로 꼽히고 있는 찰스 리 서울대 석좌초빙교수/조선일보 사진부 제공
    “하버드의대 교수로 재직하던 시절 환자들의 유전체를 주로 연구했습니다. 진료기록을 볼 때마다 어른 외에도 어린이 암 환자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것이 눈에 띄었습니다. 학자이면서 세 딸의 아빠로서 아직 앞길이 창창한 어린 환자들에 도움을 주는 연구를 하고 싶었습니다.”

    찰스 리 (Charles Lee) 서울대 의대 석좌초빙교수가 밝힌 연구 계기는 의외로 소박했다. 리 교수는 2014년 톰슨로이터 수상자이자 강력한 노벨상 의학·생리학 분야 수상 후보자로 선정됐다. 미국으로 다시 출국하기 직전인 29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 연건캠퍼스 암연구소에서 그를 만났다. 리 교수는 “아직 연구가 끝난 것이 아니다. 맞춤형 암 치료제 개발을 위해 갈길이 멀다”며 겸손해했다.

    리 교수는 2004년 인간게놈(Genome) 지도를 만드는 프로젝트가 완성된 이후 유전체 서열 외에 구조적인 차이가 있다는 것을 밝혀내면서 학계를 놀라게 했다. 2006년 유전체 서열이 99.9% 같더라도 0.1%의 구조가 다른 ‘단위반복변이(copy number variation)’가 있다는 것을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 지금까지 세계적 학술지인 네이처 등에 140여편의 논문을 내며 인간 유전체 변이를 끊임없이 조명했다.

    리 교수는 유전체 변이에 따른 개별 맞춤형 치료의 가능성을 확인하고 ‘아바타(Avatar ·대역)쥐’를 활용한 연구에 착수했다. 면역체계를 제거한 쥐에 암세포를 주입한 다음, 개별 암 환자에 적합한 치료제를 추려내는 방법이다. 암 환자가 암 세포 추출과 유전자검사를 동시에 하면 1~2일 내로 적합한 치료제를 찾을 수 있다. 암 환자 데이터베이스가 쌓이면 1차 분석만으로 70~90%의 치료 성공률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세계적인 아바타 마우스 연구기관인 잭슨랩 유전체연구소장으로 새롭게 둥지를 틀었다. 하버드의대에서 해온 연구에서 나아가 실제적으로 암 환자들을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서다. 서울대 의대와 협력해 한국에서의 연구도 적극적으로 추진한다. 리 교수는 1969년 서울에서 태어나 이듬해 가족과 함께 캐나다로 이민을 떠나 캐나다 앨버타대에서 의과학 박사 학위를 받은 뒤 지난해까지 하버드대 교수로 일했다.

    한국에서 연구를 시작하게 된 것은 그와 같은 피가 흐르는 한국 환자들을 외면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리 교수는 “한국에서도 유전체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 2006년부터 매년 2~3차례 정도 서울의대 강의에 초대됐다”며 “지난해에는 서울의대 초빙교수로 임명돼 매년 5~6차례 정기적으로 한국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리 교수는 2006년 처음 한국에 왔을 때와 비교해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고 했다. 학계 전반에 유전체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이 크게 늘었다는 것이다. 연구 수준이 높아지면서 서울대 의대 유전체 연구가 국제학술지 네이처나 사이언스에 소개되는 일도 늘었다. 덕분에 한국에서도 빠른 속도로 유전체 샘플이 모이고 있다. 지금까지 서울대병원을 비롯해 가톨릭중앙의료원과 길병원의 환자 사례 200여개가 모였으며, 다른 병원들과도 공동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리 교수는 인류가 ‘암 정복’에 한 걸음 다가서고 있다고 기대했다. 1~2년 안에 위암과 유방암의 맞춤 치료제의 상용화가 나올 것이란 전망도 내놨다. 1000달러(100만원) 짜리 유전체 분석 서비스가 확산되면서 이 분야 연구가 더 진일보할 것이란 기대감도 높다고 했다.

    리 교수는 정부와 학계가 지금보다 유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암 치료는 하루가 멀다하고 변화하고 있으며, 매년 새로운 기회를 맞고 있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미국 정부는 규제가 먼저가 아니라 환자들에게 어떤 치료를 할 수 있는지부터 묻는다”며 “한국도 암 정복을 위해 정부와 학계, 병원이 모두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톰슨로이터는 매년 노벨상 수상 가능성이 높은 의학·생리학, 화학, 물리학, 경제학 분야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연구자를 선정하고 있다. 이를 위해 방대한 논문 인용데이터를 분석해 예측값을 내놓는다. 올해 노벨상 의학·생리학상 수상의 영예를 안을 수상자는 10월 6일(현지시각) 발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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