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판도라 상자를 열 기세다. 전 정부에서는 부동산 시장이 아무리 어려워도 총부채상환비율(DTI)나 주택담보인정비율(LTV)에는 손대지 않았다. LTV와 DTI는 부동산 관련 규제의 핵심으로도 여겨졌지만, 가계부채 위기를 증폭시키는 것을 막아온 1등 공신인 탓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LTV·DTI를 손보려는 이유는 부동산 시장이 웬만해선 살아지지 않는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지난 13일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현재 부동산 규제는) 주택이 나오면 바로 불티나게 팔리던 한여름에 입던 옷”이라며 “지금 시장은 한겨울인데 아직 한여름 옷을 입고 있으니 감기 걸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 규제를 완화해 부동산 시장 살리기에 적극 나서겠다는 의사를 표명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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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극약처방 효과 있을까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에서 한국의 피해가 상대적으로 크지 않았던 이유는 DTI와 LTV 등 금융 규제 덕분이라는 평가가 많다.

DTI는 매월 갚아야 하는 대출 원리금과 이자의 합산액이 월 소득의 50~60%를 넘지 못하도록 규제하는 제도로 2005년 도입됐다. LTV는 집값의 40~60% 이하만 대출받을 수 있는 제도로 2002년부터 시행됐다.

전문가 다수는 DTI와 LTV 완화 조처가 단기 효과만큼은 확실할 것으로 본다. 다만 어느 정도 규제가 완화될지는 지켜봐야 한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부동산팀장은 “수도권에서 특히 환영할 만한 규제 완화라고 볼 수 있다”며 “구체적으로 어떤 식으로 결정될지 모르겠지만, 부동산 시장에 대한 활성화에는 나름 충분히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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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요즘 무리하게 대출받아 집을 살려는 성향이 과거보다 덜하기 때문이다. 김지은 주택산업연구원 책임연구원 “시장에 뛰어드는 사람이 많아야 해당 규제 완화 효과가 나타날 텐데 지금은 심리가 움직이지 않고 있다”며 “확 묶어놨다가 조금씩 풀어지는 형태라서 효과를 보기에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 금융불안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이번 대책이 금융 불안을 키울 것이란 지적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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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TV, DTI 등 부동산 규제를 풀었을 때 가계부채가 더 늘어날 수 있다. 정부는 그간 LTV와 DTI를 풀지 않고 부동산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생애최초주택구입자금대출, 전세담보대출 등 온갖 금융지원책을 시행해왔다. 여기에 LTV와 DTI까지 완화되면 가계부채가 눈덩이처럼 증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전문의원은 “가계 부실을 심화시키고 금융 자산 건전성을 헤칠 수 있다”며 “완화 방향으로 선택할 때는 그에 따른 대비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