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정통 아웃도어 브랜드'를 모토로 내걸었던 네파가 갑작스럽게 이탈리아를 뺀 채 '정통 아웃도어 브랜드'라고만 홍보하는 것으로 확인돼 그 배경에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네파는 과거 사용하던 '이탈리아 정통 아웃도어 브랜드'라는 수식어를 사용하지 않고 있다. 네파가 언론 등에 배포하는 보도자료에는 정통 아웃도어 브랜드라고만 명기돼 있다.
경쟁 아웃도어 브랜드들이 여전히 홍보에 브랜드를 라이센싱한 나라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과 대조된다.
네파가 이탈리아를 삭제한 이유는 네파가 지난해 4월쯤 사실상 국내 토종 브랜드라는 점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네파는 부산의 신발 제조업체를 운영하던 조모씨가 국내와 이탈리아에 등록한 등산화 브랜드다.
네파에서 근무하며 관련 업무를 담당했던 한 퇴직자는 "사업 초기 이탈리아 정통 브랜드라고 홍보할 당시 네파는 이탈리아 현지에 공장은커녕 매장조차 없었다"며 "이탈리아에서 열린 전시회에 제품을 출품한 것이 전부였다"고 설명했다.
네파는 이탈리아 브랜드가 아니라 국내 토종 브랜드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네파는 사실이 아닌 점을 이용해 마케팅 활용해 소비자를 기만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네파가 이를 의식해 공식 보도자료 등에서도 '이탈리아'라는 수식어를 슬며시 뺀 것이다.
이탈리아 브랜드는 한국 시장에서 그 가치를 인정받는다. 국내 소비자 상당수가 이탈리아 브랜드는 디자인과 품질이 최상급이라고 인정한다. 이탈리아에는 세계 유명 명품 브랜드가 많다. 페라가모·돌체엔가바나·몬츄라·구찌·알마니·페레가모·프라다·에스카다 등은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에서도 최고급 브랜드로 인정받는다.
이탈리아 등산 브랜드도 세계 정상급으로 평가받는다. 알프스 산맥과 맞닿은 지리적 특성에 힘입어 오래전부터 등산 문화가 발달했고, 그 결과 아웃도어 산업이 발달했기 때문이다. 빙벽 등반화로 인기가 높은 라스포르티바와 등산화 유명 브랜드 잠발란 등도 이탈리아 태생이다.
이탈리아는 유명한 산악인도 배출했다. 산악인들 사이에 전설처럼 존경받는 라인홀트 메스너(Reinhold Messner)를 들 수 있다. 라인홀트 메스너는 히말라야의 8000미터 14좌를 최초로 모두 정복했다. 이탈리아 아웃도어 브랜드가 한국 시장에서 인정받는 까닭이다.
네파는 언론 보도자료에는 이탈리아를 뺏지만 자사 홈페이지(http://www.nepa.co.kr)에선 아직도 이탈리아 브랜드인양 홍보하고 있다.
네파는 홈페이지에서 이탈리아 네파 법인이 1996년 이탈리아 베르가모에 설립돼 등산화 제품으로 사업을 시작됐고, 2007년 들어 등산화·암벽화를 전문적으로 제조해 이탈리아·독일·스위스·호주·덴마크 등 유럽 전역 200개 이상 매장에서 판매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업계는 네파가 이탈리아에서 설립됐다고 주장하지만 제품을 생산하지 않았는데 이탈리아 브랜드라고 홍보하는 것이 맞는지 의문이라는 입장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네파가 이탈리아 유명 브랜드를 들여와 생산한 것인양 홍보한다. 동종 업계에서 알만한 이들은 모두 아는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브랜드를 이탈리아에 등록했을 뿐이다. 네파의 행태는 사기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네파 브랜드로 국내 아웃도어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낸 김형섭 전 평안엘앤씨 대표는 네파를 사모펀드 MBK에 매각해 1조원가량을 챙겼다. 또 지난해 전문 경영인에게 경영을 맡기고 은퇴하면서 네파와 평안엘앤씨로부터 187억원의 급여와 퇴직금을 받아 회사의 이익을 임직원들과 제대로 나누지 않고 독식했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입력 2014.05.28. 07:00
오늘의 핫뉴스
100자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