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엽 고대안암병원 유방내분비외과 교수.

두달전 갑상선암 진단을 받은 임지영(가명·25)씨는 수술을 망설이고 있다. 임씨는 건강검진의 초음파 검사에서 갑상선 이상이 발견돼 미세침 흡인세포 검사를 한 결과, 1.2㎝ 크기의 암 조직이 발견됐다. 처음엔 당연히 수술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얼마전 뉴스에서 갑상선암은 그냥 둬도 위험하지 않다는 얘기를 듣고 혼란스러워졌다. 나이가 젊은 아가씨인데 흉터도 걱정이다. 암 조직의 변화를 몇 년 지켜본 뒤에 수술해야 할 지, 다른 부위로 전이되거나 커지기 전에 빨리 수술하는 게 맞을지 고민이다.

국내 의학계는 갑상선암 진료를 놓고 뜨거운 공방을 벌였다. 서홍관 국립암센터 가정의학과 박사를 비롯한 8명의 의사가 ‘갑상선암 과다진단 저지를 위한 의사연대’를 결성하고 혹이 만져질 때만 초음파 검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한국의 갑상선암 발병률이 세계 평균의 10배로 높은 것은 과잉 검진의 결과다. 경우에 따라 치료가 오히려 손해라고 지적했다. 한번 암을 진단 받은 환자는 수술과 약물치료로 의료비 부담이 늘고, 정신적 고통을 평생 떠안아야 한다고 했다.

내분비내과나 외과 등 갑상선암을 주로 치료하는 의사들은 과잉 검진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갑상선암 발생률이 증가하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이며 수술하지 않으면 심각한 상태에서 발견되거나 사망할 확률이 높다고 주장했다. 대한내분비학회는 손으로 혹이 만져지거나 목이 쉬는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회는 지금처럼 검진 효과에 대한 명확한 연구결과가 없는 상태에서는 환자에게 초음파 검사를 받으라고 권할 수도, 하지 말라고 할 수도 없다고 덧붙였다. 이 가운데 지난달 30일 ‘갑상선암, 무엇이 환자를 위한 최선인가’를 주제로 건강강좌를 열었던 김훈엽 고대안암병원 외과 교수에게 갑상선암 수술에 대해 물었다.

-최근 갑상선암 환자가 크게 늘었는데.
"급격히 늘면서 2005년부터 국내 여성의 발생율 1위 암이 됐다. 갑상선암 발견이 늘어난 것은 과거 10여년 전만 해도 종합검진에서 빠져있던 갑상선 초음파 검사가 기기 발달과 여성들의 유방암에 대한 관심 고조로 증가한 이유가 크다고 본다. 유방암을 검사할 때 갑상선 검사도 손쉽게 같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갑상선암의 95% 이상을 차지하는 일반적인 갑상선암들은 다른 암에 비해서 성장 속도가 느리고 수술 결과와 예후도 좋은 편이어서 진단을 받더라도 걱정할 필요는 없다."

갑상선암이 초기에 발견돼 수술을 기다릴 경우 3~6개월마다 정기 검사를 받으며 평소처럼 지내면 된다. 갑상선암 수술 뒤 3년간은 6개월 간격으로 초음파 검사를 받으며 재발 여부를 확인한다.


-갑상선암 수술을 꼭 받아야 하나.
"갑상선암이 급증하면서 사회적 관심과 더불어 잘못된 정보들이 만연한 것 같다. 최근 일본의 한 기관에서 1㎝ 미만의 암을 수술하지 않았던 경과를 보고했고, 언론이 이를 토대로 갑상선암은 수술할 필요가 없는 것처럼 오보했다고 생각한다. 아직까지 수술 이외에 갑상선암을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물론 수술은 암의 크기와 종류 등에 따라 전문의와 상의해 환자가 최종 결정할 일이다. 다만 다른 치료들은 수술의 보조적인 방법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수술 이외의 방사성 동위원소 치료나 갑상선 호르몬제제 복용 등의 약물치료는 수술 후 혹시 남아있을 수 있는 갑상선 세포를 제거하거나 억제하기 위한 보조적인 치료법이다. 간암의 치료 방법으로 사용되고 있는 고주파 소작법은 갑상선 양성종양의 치료에는 최근 많이 시행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갑상선암의 1차 치료로는 권장되지 않고 있다."

-갑상선암은 왜 생기나.
"다른 암도 마찬가지지만 갑상선암의 경우에도 세포를 구성하는 DNA(유전물질)의 손상으로 유전자 발현에 이상이 생겨 나타난다. 갑상선암과 관련되는 유전자 발현 이상으로는 암 종류에 따라 여러 가지가 있는데 대표적인 것은 'BRAF'라는 유전자의 돌연변이에 의해서 생긴다고 알려져 있다."

-갑상선암은 유전되나.
"갑상선암은 세포 유형에 따라 크게 유두암, 여포암, 수질암, 미분화암 등으로 나뉜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유두암과 여포암 등의 대부분 분화암은 유전과 관련이 없습니다. 그러나 갑상선암 중 수질암의 약 20%는 유전과 관련이 있다. 따라서 가족력이 있는 수질암의 경우 부신과 부갑상선 등 다른 부위의 종양과도 관련이 있을 수 있어서 유전자 검사를 하는 것이 좋다. 반면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유두암은 약 5%의 가족력을 가지고 있다. 가족 중 유두암이 있는 경우 발생 위험이 약 4~10배까지 높다고는 알려져 있다."

-갑상선 수술을 하면 목소리가 변하나.
"갑상선 수술을 할 때 주의해야 할 신경이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우선 반회 후두신경의 한쪽이 손상되면 쉰 목소리가 나거나 사래가 잘 들릴 수 있다. 반회 후두신경이 양쪽 다 손상되면 기도가 폐쇄되는 합병증을 초래할 수도 있다. 일시적인 손상은 약 2~7%, 영구적인 손상은 1% 미만에서 보고될 정도로 사례는 매우 적다. 또한 상부 후두신경의 외측가지의 손상은 큰 목소리나 고음을 낼 때 어려움을 호소하는 경우들이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신경 모니터링의 사용해 이러한 후두신경의 손상을 최소화할 수 있어 합병증 없이 갑상선을 깨끗이 절제할 수 있다."

-수술 흉터로 갑상선암 수술을 고민하는 환자도 많다.
"현재 내시경이나 로봇 수술법이 많이 발달돼 목 부위에 상처를 남기지 않고 미용적으로 수술할 수 있다. 이 방법으로는 모니터에 비춰진 확대된 영상을 통해 세밀한 수술이 가능하며, 전통적인 수술법과 비교했을 때 수술 결과와 합병증의 차이가 없다고 알려져 있다. 물론 내시경이나 로봇수술 접근법을 통해 수술할 경우에도 지속적인 신경 모니터링을 통해 삶의 질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목소리와 관련된 신경을 보존하면서 갑상선을 깨끗이 절제한다. 최근에는 몇몇 병원에서 유두나 겨드랑이가 아닌 입안으로 접근해 갑상선을 절제하고 있다. 피부에 흉터가 전혀 남지 않는 '무흉터 경구 갑상선 절제술'이다."

-수술 한달 뒤에도 목이 부어 있고 목 부위가 당긴다면.
"모든 수술은 하고나면 유착이 어느 정도는 있다. 대개 수술 후 약 3개월까지는 상처 치유의 과정으로 인장력이 증가해 당기는 느낌이 점차 심해지다가 그 후부터는 제 살 같은 느낌이 들면서 좋아진다. 최근에는 여러 종류의 유착 방지제가 개발돼 갑상선 수술 후 비정상적인 유착을 최소화하고 씹고 삼키는 능력이 떨어지는 연하 곤란을 예방한다."

-갑상선암은 미역을 먹지 말라던데.
"평소에는 갑상선암 환자가 요오드(옥소) 섭취를 따로 줄일 필요가 없다. 다만 방사성 동위 원소 치료가 예정된 경우에만 2주 전부터 옥소 투여시까지는 옥소가 함유된 식품을 제한해야 한다. 치료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환자가 옥소 없는 소금을 따로 사용하는 게 좋다. 우리나라 사람의 평균 옥소 섭취량은 미국인의 10배 가량 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이는 바닷물 속에 높은 농도로 옥소가 있는데, 미역, 김, 다시마 등의 해초류나 생선, 젓갈 등의 음식을 많이 섭취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