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 실시하는데도 금융감독원이 심사하지 않는 유상증자가 있다. 바로 소액공모다.

소액공모는 기업이 경영상의 이유로 자금이 필요한데 시간이 촉박할 때를 위해 도입된 제도다. 증권신고서 제출이 면제되는 대신 10억원까지만 조달할 수 있다.

그런데 10억원이 없어 유상증자를 하는 기업 중에 제대로 운영되는 곳이 얼마나 있을까? 조선비즈가 2000년 이후 소액공모를 한 기업의 현재 상황을 살펴본 결과, 전체의 70% 이상이 현재 상장폐지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300여개사 중 1000여개 기업 상장폐지

2000년 이후 현재까지 시도된 소액공모는 총 3977건이다(실패한 공모건도 포함). 한 기업이 여러 차례 소액공모를 시도한 것을 제외하면 대략 1300개 기업이 소액공모에 도전했다. 일부 기업은 6~7번 소액공모를 시도한 경우도 있었다.

현재 상장폐지 사유 발생으로 거래 정지돼 있는 나노트로닉스, 현대피앤씨, 에이제이에스 등은 2011년 이후 2~3차례씩 소액공모를 진행한 기업이다.

2000년 이후 소액공모를 진행한 기업 중 현재까지 상장이 유지되고 있는 기업은 310개사에 불과했다. 생존율이 23%에 그친 것이다. 반대로 얘기하면 소액공모를 시도한 기업 중 4분의 3이 주식시장에서 퇴출당했다.

연도별로 보면 예전에 소액공모를 시도한 기업들의 상장폐지 비율이 높았다. 시간이 경과할수록 경영이 악화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001년에는 207개 기업이 소액공모를 진행했는데, 이 가운데 196개사가 퇴출당했다. 2002년과 2003년도에도 90% 안팎 기업이 상장폐지됐다.

지난해엔 91개사가 소액공모를 시도했고, 27개 기업이 상장폐지됐거나 퇴출당할 예정이다. 증권업계의 한 전문가는 "지난해 소액공모를 한 부실기업 중 아직 버티고 있는 기업이 많을 것"이라며 "추세를 보면 이 기업들도 상당수가 상장폐지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연초 실시하는 기업 더더욱 주의해야

소액공모를 통해 조달할 수 있는 금액은 2006년 20억원에서 10억원으로 축소됐다. 투자자 피해가 너무 크다는 지적에 금융감독원이 개선책을 내놓은 것이다.

하지만 소액공모 횟수 자체는 제도 개선 이후 도리어 늘었다. 2004년과 2005년 소액공모 시도는 133건, 298건 있었지만 2007년과 2008년엔 556건, 776건으로 대폭 증가했다.

소액공모가 대부분 9억9000만원 규모로 진행된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투자자 피해는 오히려 커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코스닥기업들 사이에서는 계약금만 주고 다른 상장사를 인수한 뒤, 인수한 기업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이 유행했었다. 다만 2012년과 지난해엔 횟수가 104건, 91건으로 줄었다. 한국거래소가 상장적격성 심사 등 부실기업을 솎아내는 정책을 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아직까지 상당수 부실기업이 소액공모를 하는 만큼, 소액공모가 추진되는 기업을 조심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특히 연초 소액공모를 하는 기업을 주의해야 한다. 자금 상태가 안 좋아 연초부터 자금을 서둘러 조달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얘기한다. 지난해 소액공모를 시도한 기업 중 상장폐지된 기업은 27개인데, 이 가운데 11개 기업이 1~2월 소액공모를 진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1년 초 소액공모에 도전한 기업 중에서는 42개, 2010년 초 소액공모를 시도한 기업 중에서는 51개사가 주식시장에서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