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현지시각) 오후 5시. 스페인 바르셀로나 시내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14 전시관 ‘피라 그란비아(Fira Gran Via)’부터 신시가지 ‘디아고날 마르(Diagonal Mar)’로 이어지는 도로에 교통 체증이 시작됐다. 이날 저녁 8시에 바르셀로나 인터내셔널 컨벤션센터(CCIB)에서 열리는 삼성전자(005930)의 갤럭시S5 언팩 행사장에 가기 위한 사람들이 ‘대이동’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MWC 2014 전시관에서 삼성전자의 모바일 언팩 행사장인 CCIB까지는 약 13km로, 평소에 차량으로 25분내 갈 수 있는 거리다. 그러나 이날은 4000여명의 인파가 갤럭시S5 언팩에 참가하기 위해 2~3시간전부터 채비를 하면서 바르셀로나 도로가 주차장으로 변했다. 교통 체증으로 주요 VIP들은 언팩 행사장에 지각을 했고 삼성전자의 언팩 행사도 정시인 8시에 시작하지 못하고, 약 12분 늦게 시작했다.
CCIB는 최대 수용 인원이 1만5000명에 달하는 대규모 컨벤션 센터이지만, 삼성전자는 약 4000여명만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CCIB 안팎은 행사 시작 2~시간 부터 인산인해를 이뤘다. 대형 버스, 택시, 승용차가 엉켜 도로 정체가 심해졌고 밖에선 건물 입장을 기다리는 사람들로, 안에선 강당 입장을 기다리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언팩 행사 리허설 도중에 강당 안을 몰래 훔쳐보는 사람들이 생길까봐 경비도 삼엄하게 이뤄졌다. 수천명이 사람들이 한곳에 몰리면서 휴대전화가 불통이 되기도 했다.
같은 시각 13km 떨어진 MWC 2014 전시관의 대강당에선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가 오후 6시부터 기조연설을 하기로 예정됐다. 행사가 시작하기 40분 전에야 자리가 꽉 찼지만 삼성전자 모바일 행사장의 수용 인원(4000명)보다 훨씬 적었다.
삼성전자는 언팩 행사 시작에 앞서 바르셀로나 오페라하우스 소속의 오케스트라를 초대해 경쾌한 환영 연주를 들려줬다. 작년 3월 뉴욕 라디오시티에서 갤럭시S4 언팩 행사를 열면서 뮤지컬 형식으로 진행해 ‘경박하다, 산만하다’는 지적을 받았던 것을 만회라도 하는 듯했다. 8시 정각이면 ‘짠’하고 갤럭시S5가 나타나길 기대했던 관람객들은 때아닌 오케스트라 연주에 어리둥절하면서 박수를 쳤다. 어떤 관람객은 “이 음악이 나중에 갤럭시S5의 벨소리로 쓰일 수도 있다”며 귀를 기울이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언팩 행사 이후 갤럭시S5, 기어2, 기어2네오, 기어 핏 등을 체험해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모바일 언팩 행사가 끝나자 무대 뒤에 설치된 벽이 비밀의 문처럼 열렸다. 벽이 열린 사이로 안개가 모락모락 피어나와 신비스러운 느낌을 줬다. 벽이 완전히 열리자 수백명의 기자들이 무서운 속도로 달려나갔다. 누구보다 더 먼저 갤럭시S5를 손으로 만져보고 취재하기 위해서였다.
제품을 만져본 기자들 사이에선 ‘와우 팩터(깜짝 놀랄만한 요소)’가 없다는 평이 나왔다. 포브스 기자는 ‘갤럭시S5에 없는 5가지’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스마트폰을 바꾼다면 굳이 갤럭시S5로는 바꾸지 않을 것 같다”고 평했고, 씨넷은 “이제껏 나왔던 갤럭시S 스마트폰을 반복해서 보여주는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는 4월 11일, 전세계 150개국에 갤럭시S5를 출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