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안 찍는 광고회사들…'제작0팀'이 하는 일은?

조선비즈
  • 안지영 기자
    입력 2014.02.24 15:57 | 수정 2014.02.24 18:18

    외국계 광고대행사 TBWA의 ‘제작0팀’은 지난해 4월 광고회사로서는 다소 이색적인 행사를 치렀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가 개최한 정신건강박람회에서 ‘톨스토이가 묻습니다’라는 행사 부스를 설치하고 방문자를 유치했다. ‘사랑 없는 결혼과 부도덕한 사랑 중 하나를 선택한다면?’ 등 안나 카레니나에서 영감을 얻은 질문에 대해 방문객이 아이패드로 자유롭게 답하게 했다.

    한국타이어가 광고대행사 이노션과 함께 진행한 프로모션 행사에서 선보인 투시 차량. /이노션 제공

    한국타이어(000240)는 지난 9월 서울 용산 아이파크몰에 ‘투시 차량’을 전시했다. SUV용 타이어 벤투스AS가 장착된 차량에 특수효과 장치를 설치하자 차량 본체는 투명해지고 타이어가 강조됐다. 광고대행사 이노션의 신설 조직 ‘더 캠페인 랩’이 아이디어를 내고 기획한 이 행사는 20~30대 젊은층을 타겟으로 한국타이어 제품에 대한 관심을 높이려는 목적에서 마련됐다.

    TV, 신문, 라디오, 잡지 등 전통적인 4대 광고 매체가 힘을 잃으면서 광고회사들이 본격적인 체질 개선에 나서고 있다. 온라인 ·케이블 ·IPTV·DMB 등 뉴미디어가 부상하고 방송 광고보다 비용은 적게 들면서 효과는 뛰어난 옥외 캠페인이 주목받는 데 따른 것이다.
    <자료=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콘텐츠진흥원>

    한국광고방송광고진흥공사와 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4대 매체가 전체 광고 산업 취급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해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2009년(49.3%)을 기점으로 4대 매체 취급액 규모는 전체 비중에서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2010년과 2011년은 각각 46.7%, 43.7%로 계속 감소세다. 반면 뉴미디어와 옥외 캠페인 등 ‘신개념 광고’는 2011년 기준 50.2%까지 치솟는 등 기세를 떨치고 있다.

    광고업계 지각 변동이 이어지자 광고 회사들은 속속 새로운 조직을 보강했다. 광고 제작 중심의 대행사로는 지속적인 성장이 어렵다고 판단, 새로운 매체 환경에 강한 팀을 두고 대응하려는 차원이다.

    제작1팀~11팀 체계를 운영하던 TBWA는 2013년 4월 제작0팀을 만들었다. 제작0팀은 제작과 기획, 홍보(PR), BTL(미디어를 통하지 않는 프로모션) 등 광고 제작과 관련한 인력과 프로젝트별로 필요한 외부 전문가를 유연하게 사용하고 있다.

    이노션의 ‘더 캠페인 랩’, HS애드의 ‘프로젝트 xT’ 팀도 마찬가지다. ‘더 캠페인 랩’은 광고에만 의존하는 캠페인이 아닌 소비자의 오감을 자극하는 경험을 제공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KT가 아이폰4의 첫선을 보일 때 박찬욱 감독이 아이폰4를 이용해 영화를 촬영한 사례나 지난해 코오롱스포츠가 40주년을 맞아 TV 광고 대신 프로젝트성 영화 제작을 택한 것도 ‘더 캠페인 랩’의 제안이었다.

    HS애드의 프로젝트xT팀은 광고기획자, 영상 전문가, 마케터 등 다방면의 인력이 한 데 모였다. 마케터가 광고주의 제안을 제작팀에 전달하면 이에 맞춰 광고를 만드는 방식에서 벗어나, 모든 인력이 동시 다발적으로 아이디어를 제시한다. 대한항공이 아프리카 케냐편 신규 노선을 운항하면서 진행한 온라인 이벤트 ‘지상 최대의 아프리카 퀴즈쇼’도 프로젝트xT팀 구상에서 나왔다.

    제일기획(030000)은 광고회사라는 이름표를 뗐다. 대신 광고주의 다양한 고민과 문제를 해결해 준다는 의미에서 ‘글로벌 마케팅 솔루션 기업’이라는 새로운 정체성을 부여했다. 소비자의 공감을 불러오는 사회공헌 활동을 제안하는 ‘굿 컴퍼니 솔루션 센터(GCSC)’도 신규로 개설했다. 매장에서 소비자가 실제로 느끼는 브랜드 체험이 점차 중요해지자 리테일팀을 리테일 사업본부로 승격하면서 기능을 강화하기도 했다.

    오세성 광고산업연구소 연구위원은 “기업 간 경쟁이 심화하면서 전통적인 광고 매체보다 더 창의적이고 입소문을 유발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실현하는 수단이 주목받고 있다”며 “광고회사가 광고주의 새로운 요구 사항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조직을 개편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키워드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