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설 연휴에 SBS에서 방영한 '설날특집 김병만의 정글일기'를 봤다.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리더 역할을 한 김병만이 눈물을 흘리는 부분이었다.
아프리카 나미비아에 있는 악어섬에서 부족원들과 일주일 동안 동고동락하며 온갖 역경을 극복한 김병만에게 주어진 마지막 임무는 악어섬을 탈출하라는 것. 작은 나뭇가지와 통나무를 얼기설기 엮고 부력을 높이기 위해 페트병을 덧대 뗏목을 만든다. 강을 건너던 중 삿대가 부러지고, 악어가 득실대는 물에 빠지기까지 하면서 천신만고 끝에 반대편에 다다르는 데 성공한다. 그런데 김병만은 환호성을 지르는 대신 흐느낀다. "건너 와서 하는 말인데 나 사실 섬에서 많이 힘들었다"라면서.
이처럼 리더로 산다는 것은 무척 외롭고 힘든 일이다. 목표를 달성하고 성과를 내야 한다는 중압감. 상사들은 결과에만 관심이 있고, 부하들은 모두 자기 일에만 몰두하는 것 같다. 자발적으로 팀이나 부서 성과를 위해 일하려 하거나, 자신의 처지를 이해해 주려는 부하도 없다. "이것들을 믿느니 차라리 내가 하고 말지!" "내가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해?" 혹은 "왜 다들 내 맘 같지가 않지?" 하는 생각이 퇴근 때마다 밀려오고, 이런 감정을 딱히 어디다 하소연할 곳도 없다. 더구나 TV와 달리 현실에서는 힘들고 서글퍼도 나약한 리더란 소리를 들을까 봐 울 수도 없다.
리더로서 성공하기 위해 역량보다 더 중요한 건 리더로서의 마음가짐과 태도이다. 진정한 리더가 되기 위해 다음 몇 가지를 명심하자.
①억울해하지 말라
리더로 산다는 것 자체가 희생하고 결과에 대한 책임을 감수하겠다는 헌신이자 약속이다. 그래서 솔선수범이란 단어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리더가 갖추어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이다. 부하들이 나 같지 않고 생각대로 움직여주지 않는다고 이에 대한 불만을 갖기 시작하면 리더십은 사라지고 명령과 지시를 일삼게 된다.
나만 이런 책임과 고통을 감수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우울해하지 말자. 불편함과 억울함은 리더라면 누구나 감수해야 할 책임일 뿐이다. 누구나 느끼지만 단지 표현하지 않을 뿐이다. 그러니 '부하는 원래 그런 거야. 그럼에도 내가 이끌어 주어야지!' 하는 느긋한 마음으로 이끌어 보자. 어느새 그들은 내 편이 되어 있을 것이다.
②멘토를 두라
리더가 되었다고 모든 것을 완벽하게 처리할 수는 없다. 그래서 리더가 되면 멘토를 주위에 두고 끊임없이 조언을 구하는 것이 더 중요해진다. 미처 보지 못한 사항을 보완해 줄 수도 있고, 감정에 휘둘려 최선의 결정을 하지 못할 때 쉼표를 한 번 찍어줄 수도 있다.
하지만 멘토에게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혜택은 정신적 위안이다. 리더도 어깨를 따듯하게 감싸주며 격려하고 위로해 줄 존재가 필요하다. 힘들 때 찾아가서 넋두리하고 하소연할 사람을 찾기 바란다. 주의해야 할 것은, 이런 위로를 부하들로부터 구하려 하지 말라는 것이다. 부하는 내가 처한 상황과 입장을 완전히 이해할 수 없는 위치에 있기 때문에 이들로부터 위안을 얻고자 하려다 오히려 맘만 상하고 관계가 더 악화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멘토를 구한다면 가급적 조직 외부에서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 내 행동과 의사 결정에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위치에 있다면 공정하고 진정성 있는 조언을 하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명의 멘토로부터 지속적인 위로와 조언을 얻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같은 상황에 부닥친 리더가 5명 정도 모여 고충을 털어놓고 서로를 위로해 줄 수 있도록 그룹을 만드는 것도 좋은 대안이다.
③착한 사람 병에서 벗어나라
사람은 누구나 본능적으로 주위 사람들에게 사랑받기를 원한다. 하지만 리더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부하들에게 인기가 많고 사랑과 존경을 받겠다는 욕망을 잠시 접어둘 필요가 있다. 좋은 리더십은 유권자들에게 좀 더 많은 표를 얻기 위해 이들이 원하는 무엇이든 할 용의가 있는 인기주의(populism)가 아니다. 리더로서 산다는 것은 때로 더 좋은 결과를 달성하기 위해 부하들이 선호하는 것과 반대되는 의사 결정을 과감히 할 수 있어야 함을 의미한다. 그리고 끈질기게 설득해야 하는 것도 리더의 역할이다.
부하들도 자신의 의견을 잘 따라주는 상사를 처음에는 좋아하겠지만, 결국은 '이 사람의 실체가 뭔가?' 하는 의구심이 들게 된다. 이제까지 '내가 이렇게 결정하면 부하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하는 착한 사람 병이 나를 힘들게 했다면, 과감히 이를 떨쳐내고 자신감 있게 리드해 보라.
그리고, 부하들이여! 리더의 눈물을 본 적이 있는가? 이들도 위로와 격려가 필요한 존재다. 상사의 어깨가 무거워 보인다면 가만히 다가서서 격려의 한마디를 전하라. 좋은 리더는 좋은 부하들이 만드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