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리의 뒷담화] 엑셀의 '엑'字도 모르는 J과장… 후배가 만든 보고서로 부장 총애 독차지

조선일보
  • 회사원 김준(필명·에세이스트)
    입력 2014.01.20 03:06

    J 과장은 부장의 총애를 받고 있다. 부장이 보기에 J 과장은 성실한 근무 태도와 윗사람에 대한 극진한 예의를 갖춘 후배인 데다, 원하는 자료를 순발력 있게 제시하고 탁월한 문제 해결 능력을 보여주는 믿음직한 직원이다. 무엇보다 발군의 보고서 작성 능력은 J 과장이 가진 최고 경쟁력이다. 부장은 'J 과장을 너무 편애하는 것 같다'는 직원들의 불만을 아랑곳하지 않고, 늘 J 과장에게 우수한 인사고과를 준다.

    그런데 J 과장의 '부(副)사수'인 입사 2년 차 K의 생각은 좀 다른 것 같다. K는 사수인 J 과장이 얄밉다. J 과장이 부장에게 칭찬을 듣고 사랑을 받는 그 많은 보고서는 K의 땀과 노력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사실 J 과장은 컴퓨터를 잘 다루지 못한다. 엑셀 프로그램은 기초적 수식만 쓸 줄 알고, 워드프로세서도 간단한 표 정도를 만드는 수준이다. 하물며 파워포인트의 현란한 그래픽은 J 과장에겐 미지의 영역이다.

    [김대리의 뒷담화] 엑셀의 '엑'字도 모르는 J과장… 후배가 만든 보고서로 부장 총애 독차지
    윗선에서 보고서 작성 요구가 내려오면 J 과장은 머릿속으로 그린 기본적 구상을 K에게 알려준다. 치열한 취업 관문을 통과하는 동안 온갖 스펙을 쌓아오고 컴퓨터 활용에 대한 거의 모든 자격증을 가진 K는 J 과장으로선 보고서 작성을 위해 써먹을 수 있는 아주 유용한 도구이다.

    K가 엑셀과 워드프로세서와 파워 포인트를 돌려가며 J 과장이 설명한 보고서를 만드는 동안 J 과장은 옆에 앉아 훈수만 두고 있다. 그렇게 완성된 보고서를 자신이 만든 것인 양 부장에게 제출한 J 과장은 부장의 총애를 독차지한다.

    "요즘 젊은 애들은 워낙 다들 컴퓨터를 잘하니까 나는 딱히 컴퓨터를 배울 필요도 없어." J 과장이 웃으며 말한다.

    후배가 가진 능력에 슬쩍 무임승차하는 J 과장은 '잘나가는 직장인'이 될 수 있는 있겠지만, '존경받는 상사'는 절대 못 될 것 같다고 K는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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