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편안한 한옥 만드는 건축가 조정구

조선비즈
  • 허성준 기자
    입력 2013.11.02 09:00

    건축가 조정구/박재형 사진작가
    건축가 조정구(47)는 올해 ‘진관사 템플스테이 역사관’으로 서울시 건축상 최우수상을 받았다.

    올해뿐만이 아니다. 그의 수상 경력은 화려한 편이다. 2000년 구가도시건축을 세운 뒤, 2007년 경주 한옥호텔 라궁으로 대한민국 목조건축대전 대상을 받았고, 2008년 가회동 선음재, 2011년 가회동 소안재, 2012년 삼청동 성연재 등 생활형 한옥으로 서울시 건축상을 휩쓸었다. 수상작이 대부분 한옥이다.

    권위 있는 건축상에 한옥으로 매번 이름을 올리고 있지만, 조정구는 스스로 한옥 전문가로 알려진 것이 부담스럽다고 했다.

    10월 30일 서울 종로구 가회동의 ‘구가도시건축’에서 만난 그는 “최근 숭례문(남대문)의 단청이 벗겨지는 것에 대해 자문이 와 깜짝 놀랐다”며 “나는 전통 한옥 전문가가 아니라 한옥이라는 전통 건축 양식과 각 요소를 이용해 현대인이 이용하기 좋은 공간을 만드는 건축가”라고 말했다.

    실제 조정구는 전통 건축을 전공하지 않았다. 1986년 서울대학교 건축학과에 입학해 동 대학원 석사 및 일본 동경대학교에서 박사과정을 거쳤고, 3년간 김승회·강원필의 건축설계사무소 ‘경영위치’에서 일했다.

    서양 중심의 현대건축을 공부한 그가 한옥에 관심을 가진 것은 ‘한국적인 건축’에 대한 과거 건축계의 풀이법이 이상했기 때문이다.

    조정구는 ‘전통 건축을 어떻게 현대적 방법으로 승화할 것인가’를 고민하기보단, 현재에도 존재하는 한옥을 현시대에 맞게 고쳐 편리하게 쓸 수 있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도시에도 한옥에서 생활하는 사람이 많은데, 이를 과거의 것으로 치부하고 새로운 방법론, 개념을 도출하는 것이 이상해 보였다. 오히려 많은 이들이 친밀감을 느끼는 한옥의 형태나 자재를 이용하면서도 공간 구성을 현대적으로 하면 현대의 주택 양식으로도 무리가 없을 것 같았다.”

    조정구는 전통 건축을 제대로 배우진 않았지만, 여러 현장을 돌며 지붕을 뜯어보고 구조를 스스로 공부하며 한옥 작업을 이어갔다. 2007년 경주 한옥호텔 라궁은 이런 배경에서 태어난 것이다.

    그는 “집의 틀이 한옥이지, 공간에 삶의 내용을 넣는 것은 다른 건축가가 하는 작업과 다를 바 없다”며 “한옥을 문화재처럼 떠받들거나 혹은 폐기돼야 할 과거의 것으로 치부하는 편향된 태도가 오히려 한옥의 본질을 흐린다”고 말했다.

    조정구는 최근 정부 차원에서 이뤄지는 한옥에 대한 장려책이나 마을 조성 등에 우려를 나타냈다. 정부가 한옥이 일반 콘크리트 건물보다 공사비가 비싸다는 것에만 초점을 맞춰 기술 개발 및 비용 절감에만 치중한다는 것.

    그는 “반값 한옥은 좋지만, 반값처럼 보이는 한옥은 의미가 없다”며 “한옥은 실력 좋은 목수와 설계자가 있어야 하는데, 이들을 육성·지원하지 않고 저품질 한옥을 양산하는 것은 오히려 한옥이라는 콘텐츠의 질을 낮추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정구는 개별 건물을 짓는 것과 별개로 10여년 넘게 일주일에 한 회씩 서울 도심 답사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까지 640회가 넘었고, 서울 성곽을 중심으로 시간의 켜가 쌓인 집과 골목을 취재·기록하고 있다.

    폐가로 방치되던 한옥을 발견하고, 사람 한명이 겨우 누울 수 있는 쪽방촌을 직접 체험하면서 철거-신축의 개발론을 벗어나 지속가능한 주거방식을 만들어가자는 취지다.

    “시간은 흘러서 개인에겐 추억이, 시대로 따지면 역사가 된다. 서울 도심은 고유한 땅의 형상에 따라 서울을 거쳐 간 수많은 사람의 흔적이다. 그 속에 우리 삶의 형상이 자리한다고 본다. 낙후된 동네도 주민의 삶이 묻어 있기 때문에 소중하다. 땅값에 기초한 싹쓸이식 재개발이 불러온 부작용은 이미 뉴스에서 보도되고 있지 않은가.”

    최근 그는 서울 종로구 체부동 지구단위계획 용역, 서울 성북구 삼선동1가 장수마을 기본계획 등에 참여해 주민과 그들의 삶을 유지하면서도 주거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고안하고 있다.

    조정구는 “10여년 넘게 해온 답사의 경험이 최근 실질적인 개선 작업에 밑거름이 됐다”며 “사무실의 이름처럼 많은 사람이 자신의 형편에 맞게, 자신의 삶의 형상을 ‘구가’할 수 있는 작업을 계속해갈 것”이라고 말했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