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통 공안통 격돌…檢 내분, 대검 감찰로 2차전 돌입

조선비즈
  • 최순웅 기자
    입력 2013.10.22 18:10

    황교안 법무부 장관, 채동욱 전 검찰총장 /조선DB

    검찰 내 계파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공안통과 특수통이 정면 충돌하고 있다. 계기는 ‘국정원 댓글 의혹 사건’ 수사다. 윤석열 전 국정원 댓글 사건 특별수사팀장(여주지청장)은 21일 서울고검 국정감사장에서 “수사 초기부터 외압이 심했다”고 폭로하며 황교안 법무부 장관(사법연수원 13기) 포함 검찰 수뇌부를 겨냥했다.

    검찰 수뇌부간 난타전이 생중계되는 사상 초유의 사건이 일어나면서 검찰 조직 전체가 충격에 휩싸였다. 한상대(연수원 13기) 전 총장 사퇴, 채동욱 전 총장(14기) 불명예 퇴진 등 잇따른 검란(檢亂)의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사실상 ‘검사동일체 원칙’이 무너지는 사태로 까지 확산되고 있다. 길태기 검찰총장대행(15기)은 22일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16기)의 요청을 받아들여 대검찰청 감찰조사를 지시했다.  

    지난 21일 서울고검,서울중앙지검 국정감사에 조영곤 지검장과 윤석열 여주지청장이 참석했다. 윤 지청장이 조 지검장 뒤를 지나가고 있다./조선DB

     

    ◆ 공안통과 특수통의 갈등 결국 수면위로

    검찰내 공안통과 특수통 간 갈등의 씨앗은 지난해말 뿌려졌다. 채동욱 전 총장은 지난해 12월 총장직무대행을 맡으면서 휘하 특수통 검사들을 중용했다. 채 전 총장은 지난 4월 국정원 댓글 사건 특수수사팀을 구성하면서 측근이자 특수통인 윤석렬 여주지청장을 팀장에 임명했다. 국정원 사건은 성격상 정치 사안이라 공안통이 맡는 것이 검찰 관례였다. 채 전 총장은 관례를 깨고 측근인 윤 지청장에게 선거 사건을 맡긴 것이다.

    윤 전 팀장은 정치적 파장을 고려하지 않고 수사를 밀고 나갔다. 수사 과정에서 번번히 공안통과 갈등을 빚었다는 것은 검찰 내부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 기소 당시 구속영장 청구와 공직선거법 위반 적용 여부를 두고 수사팀 내 공안통과 특수통간 갈등이 상당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검사는 수사 경력에 따라 특수통, 공안통, 강력통 등으로 나뉜다. 정치인 비자금·경제인 수사는 특수부, 간첩·선거 수사는 공안부, 마약·조직 범죄는 강력부가 맡는다. 형사부(고소·고발 사건 담당)와 특수부(인지수사 담당) 검사는 구분 없이 부서간 이동한다. 그러다 특정 분야에서 두각을 보이면 전문성을 인정받아 해당 분야만 전문 수사한다. 공안부는 다른 부와 달리 부서간 이동이 상대적으로 적다. 한번 공안부에 발을 들여놓으면 공안통의 길을 걷게 된다.

    윤 전 팀장은 대표적 특수통이다. 대구지검 특수부장,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대검 중수부 1·2과장을 거쳤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 이진한(21기) 서울중앙지검 제2차장은 공안통이다. 황 장관은 대검 공안과장,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장, 서울중앙지검 2차장검사를 지냈다. 이 차장도 황 장관과 같은 길을 걸었다. 조영곤 서울지검장은 강력통이나 지난 4월 취임사에서 “종북세력에 대해 엄정하고 단호하게 대처하겠다”며 공안 수사에 힘을 실었다.

    ◆ 채동욱 측근 윤석열 “바람막이 없어져 갈등 커졌다”

    윤 전 팀장은 채 전 총장과 인연이 깊다. 채 전 총장이 2006년 대검수사기획관을 지낼 때 함께 일했다. 채 전 총장이 국정원 댓글 수사팀을 공안통이 아닌 특수통인 윤 지청장에게 맡기자 둘 사이 인연이 다시 부각됐다.

    윤 전 팀장은 지난 6월 중간수사 결과 발표 당시 국정원 직원들의 댓글 활동이 선거법 위반이라고 판단하고 구속영장을 청구하려 했다. 황 장관, 조 지검장, 이 차장 등 공안통은 구속영장 청구와 선거법 위반 혐의 적용에 반대한 것으로 전해진다. 채 전 총장은 황 법무장관과 마찰을 빚으면서도 윤 전 팀장을 밀었다. 결국 원 전 원장 등 5명을 불구속 기소하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는 기소 내용에 포함시키는 선에서 타협이 됐다. 절충안 덕에 양측 갈등은 봉합됐다.

    채 전 총장이 9월 28일 불명예 퇴진하면서 윤 전 팀장은 기댈 벽이 없어졌다. 특별수사팀은 독자적으로 움직였다. 17일 상부 보고 없이 수사팀장 전결로 국정원 심리정보국 직원 3명을 체포하고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다. 서울중앙지검은 다음날 윤 전 팀장을 수사에서 전격 배제했다. 서울중앙지검 소속 한 검사는 “바람막이 역할을 해주던 채 전 총장이 사라지자 갈등이 커졌다는 말이 검찰 내부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조 지검장은 22일 자신에 대한 감찰을 대검에 요청했다. 검사장급 이상 고위 간부가 본인 감찰을 요청한 것은 이례적이다. 대검 감찰은 통상 제보나 언론보도 등을 기반으로 검찰총장 지시로 착수된다. 길 총장대행은 조 지검장과 윤 전 팀장에 대한 대검 감찰을 지시했다. 대검은 조 지검장이 윤 전 팀장을 직무에서 배제한 과정을 감찰하게 된다.

    조 지검장은 수사축소 지시 여부, 윤 전 팀장은 사전보고 누락 여부에 대해 감찰받을 것으로 보인다. 대검 감찰본부는 국정원 직원 체포영장청구 사전보고, 공소장 변경 신청승인 여부 등을 조사해 수사지휘권 행사의 적법성을 중점적으로 따질 예정이다. 조사 방법에는 방문과 서면 진술이 있다. 감찰 조사가 끝나면 대검 감찰위원회가 소집돼 사건을 심의하고 길 직무대행에게 처리 방안을 권고하는 수순을 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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