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LTE특허 절반 소유… 통신기술 독립시대 곧 온다

조선일보
  • 백강녕 기자
    입력 2013.10.21 03:06

    - 美특허청에 등록된 LTE특허
    삼성·LG전자가 각각 23%… 전자통신硏도 2% 점유율 기록

    - 퀄컴 등에 지불 로열티는 어떻게?
    LTE 기술이 보편화되면서 2·3세대 기술 채용 점차 줄어
    로열티 지급액도 함께 급감할 듯

    - "통신기술 독립은 2017년"
    "제5세대 이동통신 기술 표준이 정해지는 2017년, 명실상부한 통신기술 독립시대"

    LTE 필수특허 등록현황 그래프

    최신 통신 기술인 4세대 이동통신(LTE·Long Term Evolution). 이 분야에서 특허 최강국은 한국이다. 세계 특허의 절반을 삼성전자·LG전자 등 한국 기업과 연구기관이 차지하고 있다. 남의 특허를 빌려오고, 매년 팔리는 양에 비례해 천문학적인 로열티를 지급해 '돈 벌어 남 좋은 일만 시킨다'는 비아냥마저 받은 게 불과 수년 전이었다. 지난 1995년부터 2005년까지 국내 기업들이 통신특허 보유사인 퀄컴에 지불한 로열티만 3조원이 넘는다. 2005년 한 해에만 4억6724만달러(약 5000억원)를 냈다.

    가장 첨단인 통신기술 분야에서 가장 많은 특허를 지닌 한국의 기술력을 놓고 조심스럽게 '통신기술 독립 시대가 눈앞으로 성큼 다가왔다'는 희망 섞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기술 식민지에서 기술 독립국, 기술강국으로 뻗어나가고 있는 것이다.

    ◇세계 LTE 특허 절반이 우리 기업·연구기관 차지

    미국 시장 조사 업체인 테크아이피엠(TechIPm)은 최근 미국 특허청에 등록된 LTE 주요 특허를 분석했다. 결과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각각 전체의 23%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국내 최대 국가출연연구소인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도 전체 2%에 해당되는 특허를 갖고 있었다. 한국 기업과 연구소가 LTE 주요 특허의 절반가량(48%)을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뒤를 이어 점유율 3위를 차지한 업체는 모토롤라(9%)였다. 그 뒤를 노키아(8%), 퀄컴(7%)이 쫓고 있다. SK텔레콤 최진성 기술원장은 "2·3세대와 달리, 4세대 이동통신 기술 개발 경쟁은 한국이 주도하고 있다"면서 "우리나라가 LTE 개발 경쟁에서 승리해 통신 강국으로 발돋움할 발판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연구기관은 보유한 LTE 특허를 통해 적잖은 로열티 수입을 올릴 수 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 김흥남 원장은 "연구원이 가진 LTE 표준특허(LTE-A 포함) 숫자는 80개"라며 "특허 하나가 각각 1000만달러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표준특허란 휴대전화를 만들 때 반드시 사용해야 하는 공용 기술을 말한다.

    ◇해외 기술기업에 주는 로열티 크게 준다

    휴대전화를 제조하는 업체들은 LTE 특허를 이용해 외국 업체에 주는 기술 로열티를 크게 줄일 수 있을 전망이다. 이를테면 과거 국내 업체들은 휴대전화(CDMA폰)를 만들어 국내시장에서 팔 때 판매가격의 5.25%, 해외에 수출할 때는 수출가의 5.75%를 퀄컴에 내야 했다. 하지만, LTE 기술이 보편화되면 이 같은 로열티 지급액은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우리 업체들이 이미 적잖은 LTE 특허를 보유하고 있어, 다른 외국 기업의 특허를 사용할 때도 협상을 통해 로열티를 서로 상쇄할 수 있기 때문이다. LTE 통신은 현재 우리나라와 미국, 일본, 호주 등 20여개국에서만 서비스가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중국이 내년부터 LTE 통신 서비스를 시작하는 등 빠른 속도로 서비스 국가가 확대되고 있다.

    다만, 한동안은 지금과 같은 규모의 로열티 지출이 불가피하다. LTE 서비스가 시작된 이후에도 2·3세대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이들이 적잖아, 이들과 통화를 하려면 4세대 휴대전화에도 2·3세대 기술이 포함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최진성 원장은 "과거의 유산이 아직 국내 기업의 발목을 잡고 있는 셈"이라면서 "LTE 기술 특허 선점의 효과는 장기적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5세대 표준 정해지는 2017년엔 통신 기술 독립 가능"

    진정한 통신기술 독립은 언제 이뤄질 것인가. 전문가들은 “5세대 이동통신 기술 표준이 정해지는 2017년에는 우리 기업들이 명실상부한 통신기술 독립 시대를 열 것”으로 전망한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 김흥남 원장은 “제5세대 이동통신 기술은 2017년쯤 표준이 정해지고 2020년에 상용화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그때쯤에는 실질적인 통신 기술 독립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주요 기업과 연구소들은 5세대 통신기술 개발 경쟁에 돌입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5월 세계 최초로 5세대 통신용 장비를 개발·시연했다. LG전자도 2년 전 최고기술책임자(CTO) 산하에 제5세대 이동통신 연구 조직을 설치했다. 미래창조과학부도 한국전자통신연구원·삼성전자·SK텔레콤 등 주요 업체가 참여하는 5세대 이동통신 연구개발 프로젝트인 ‘기가코리아’를 가동하고, 오는 29일 프로젝트 킥오프 미팅을 연다.

    ☞4세대, 5세대 이동통신

    4세대 이동통신(LTE·Long Term Evolution)은 초당 75Mbps(초당 메가비트)의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는 최신 통신기술이다. 800메가 바이트 분량의 영화 한 편을 내려받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약 1분 25초. 5세대 이동통신은 4세대보다 1000배 빠른 차세대 통신기술이다. 초당 1Gbps(초당 기가비트) 이상의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다. 영화 한 편을 0.1초 안에 내려 받을 수 있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