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우주인 고산, 3D 프린터로 세계 제패 노린다

입력 2013.08.01 15:44 | 수정 2013.08.01 15:44

고산 타이드인스티튜트 대표가 자신이 설립한 3D프린터 전문벤처기업 에이팀이 최근 개발에 성공한 3D프린터 '스프린터(가칭)' 앞에서 활짝 웃고 있다. 에이팀은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4일까지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리는 대한민국과학창의축전에서 처음으로 일반에 공개됐다. 타이드인스티튜트 제공
한국 첫 우주인이었던 후보 고산씨가 최근 벤처 사업가로 깜짝 변신했다. 2011년부터 창업지원 전문 비영리단체인 '타이드 인스티튜트(TIDE Institute)' 대표를 맡아오던 그는 올초 입체(3D) 프린터를 만드는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을 차렸다. '에이팀(A Team)'으로 불리는 이 회사는 이달 초 보급형 초고속 3D 프린터를 선보였다. 상표 등록은 아직하지 않았지만 이 프린터에는 가칭 '스프린터(Sprinter)'라는 이름이 붙었다. 고씨는 지난달 30일부터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리는 대한민국 창의축전에서 이 3D프린터를 처음 공개했다. 고씨가 미국과 중국 기업들이 주도하고 있는 3D 프린터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것은 '우연'아닌 '운명'이었다. 지난달 31일 서울 종로 세운상가 건물 5층에 자리한 타이드 인스티튜트를 찾아 고씨를 만났다. 고씨가 건넨 에이팀 명함에는 사번 1번을 상징하는 1이란 숫자가 적혀 있었다.

"값싼 보급형 3D 프린터가 나오면서 누구나 아이디어를 구체화시키고 사업으로 연결시킬 수 있는 분위기가 무르 익고 있습니다. 개인제조를 중심으로 제조업에 큰 변화의 물결이 일고 있어요. 때마침 창업 지원을 하면서 뛰어난 동료들을 만나 속도를 낼 수 있었어요."

실제로 에이팀이 설립된 뒤 3D프린터 시제품을 만들어 대중에 공개하는데까지 걸린 시간은 4개월 남짓. 고씨는 9월쯤 미국의 크라우드 펀딩(대중이 자금을 모아 자금을 투자하는 방식) 사이트 전문 사이트 킥스타트를 통해 투자자를 모을 계획을 세웠다.
늦어도 올해 10월쯤에는 세계에서 속도가 가장 빠르고 가격도 비교적 저렴한 3D 프린터 양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그는 이달 1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리는 '스마트클라우쇼 2013' 국제콘퍼런스에 패널로 나서 창업 경험담을 내놓을 예정이다.

-3D 프린터로 이미 유명해진 기업들이 많은데 어쩌면 늦은 출발이 아닌지.
"사실 3D프린터 기술은 새로울 게 없습니다. 다만 누가 더 빠르고 값싸며, 성능 좋은 프린터를 내놓는가가 관건입니다. 중국산 저가 공세가 시작되기 전에 한국 시장도 지키고 해외시장에 진출는게 목표에요. 스프린터의 속도나 디자인은 지금 세계 시장에 내놔도 손색이 없어요. 컴퓨터에 문외한인 사람들도 사용할 수 있는 3D프린터를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에이팀(A-Team)은 1980년대 유행한 TV시리즈 에이특공대인데. 회사이름을 특별히 그렇게 이름 지은 이유가 있나요.

"회사를 함께 차린 동료들은 정말 자기 분야에서 뛰어난 분들입니다. 만난 과정부터가 독특합니다. 회사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실리콘밸리에서 24년간 창업을 하던 분이었습니다. 올해 3월 타이드인스티튜트가 개최한 스타트업 행사에 우연히 참석했다가 3D프린터 얘기를 하게 됐고 그뒤 의기투합해서 회사를 차리게 됐습니다. 얼마 뒤 휴대전화 설계 전문가와 디자인 전문가가 결합했고 얼마전에는 평소 3D프린터를 눈여겨 보던 목업(mock up)일을 하시는 사업체 사장님도 참여하시게 됐습니다. 최고 멤버들입니다."

-우주인에서, 창업 전문가로 변신을 해서 주변을 깜짝 놀라게 했습니다.

"불과 3년전만 해도 창업에 대한 생각 자체는 없었어요. 우주인 후보로 선발된 뒤 우주에 가지는 못했지만 우리나라에서 단 두명만 우주인 훈련을 받았잖아요. 자연히 우주•과학 정책을 포함한 공공정책에 자연히 관심을 갖게 됐어요. 미국 하버드대에서 공공정책으로 박사학위를 밟으러 갈 무렵 미국항공우주국(NASA•나사)가 미래학문 교육을 위해 만든 싱귤래러티(Singurarity•특이점)대학에 갈 일이 있었어요. 세계 곳곳의 벤처기업가와 발명가, 공대생, 경영학도들이 모이는 곳이었는데 그곳에선 정말 다양한 생각의 융합과 창업 아이디어들이 샘솟고 있었어요. '아 이런게 돌파구구나'했지요. 그뒤로 줄곧 창업을 생각해오다가 2011년 2월 한국에 들어와서 법인을 세우고 6개월 정도 준비를 한 뒤 7월 스타트업 스프링보드(창업 아이디어 대회)를 열었어요. 너무 잘 됐습니다."

-창업하는 걸 보다가 직접 창업을 한 스타트업 사업가로 나선 이유는 무엇입니까?

"창업을 지원하면서 자연스러운 분위기에서 회사를 차렸습니다. 시장경제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고 기술 기반 창업의 사례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때마침 3D프린터를 중심으로 제조업에 거대한 변화의 물결이 밀려오고 있다는 걸 직감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3D프린터 산업이 무너지면 안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냥 쓸려지나가면 안될 것 같았습니다."

고씨는 타이드 인스티튜트와 에이팀 사무실을 서울 종로3가 허름한 세운상가에 차렸다. 그는 1~2분 거리에서 쉽게 어떤 부품도 구할 수 있는 세운상가야말로 제조업의 새로운 혁명을 일으킬 적지라고 봤다고 했다. 이 곳을 근거지로 그는 국내외에서 18번이 넘는 창업 스프링보드 대회를 열었다. 미국 실리콘밸리와 뉴욕, 런던, 도쿄, 상하이에서도 창업의 열정을 가진 젊은이들을 불러모아 창업 경진대회를 열었다. 연세대와 경희대에 창업 관련 정식 과목도 개설하고 지방자치단체 지원을 받아 예비 창업자들에게 아이디어를 구체화시키는데 필요한 소프트웨어 프로그램 작성법과 3D프린터나 레이저커터 등 개인제작 장비 사용법을 집중적으로 가르치고 있다. 최근 회계사 허제씨가 펴낸 책 '3D프린터의 모든 것'도 타이드인스티튜트에서 진행된 워크숍에서 나온 다양한 아이디어를 모은 것이다.

-창업 열의가 그렇게 대단합니까?

"대단하지요. 국내는 물론 미국과 런던, 일본 등에서 창업대회를 열었는데 현지 유학생부터 교민 1.5세, 직장인 등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창업에 관심이 있다며 참가했습니다. 타이드 프로그램에는 이동형 전 싸이월드 창업자와 표철민 위자드웍스 대표, 박성동 쎄트렉아이 대표 등 이미 창업에 성공한 분들도 참여합니다. 이 분들은 아직도 새로운 창업에 대한 열정을 가지고 있고 다양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는 분들입니다. 삼성SDS나 SK플래닛 같은 대기업 회사들 역시 창업 지원에 나서고 있어요."

-하지만 열정만 가지고 창업을 하기에는 쉽지 않을 텐데.

"컴퓨터수치제어(CNC)와 3D프린터와 같은 디지털 제조기술은 특허가 풀리면서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이 됐습니다. 오픈 소스가 떠오르면서 컴퓨터 설계 프로그램(CAD)를 몰라도 누구나 가져다 자신의 아이디어를 구현할 수 있게 됐어요. 또 누구나 쉽게 다양한 센서나 모터를 작동시키는 컴퓨터가 등장하면서 콘셉트만 잡으면 누구나 쉽게 아이디어를 보여줄 수 있게 됐어요. '제조(Fabrication)'과 '연구실(Laboratory)'를 결합한 개념인 팹랩(Fablab) 서울은 그런 사람들을 위한 공간입니다."

-최근 한국은 새 정부가 '창조경제'를 내세워 글로벌 IT기업을 만들겠다며 소프트웨어를 강조하고 있는데.

"소프트웨어나 애플리케이션도 가능성은 있습니다. 하지만 거대 IT 공룡기업인 구글만 해도 뭘하는지 보세요. 안경을 만들고 무인차량을 만들지 않습니까.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기술 기반 창업의 성공 사례가 많지 않아요. 해외에선 유전체 분석기술을 이용해 질병을 진단하는 사업이 등장하기 시작했어요. 하지만 한국은 '그런 게 사업이 되겠어'하는 게 일반적인 생각입니다."

-앞으로 꿈이 있다면.

"창업을 하고 싶은 모든 한국인을 모은 창업 네트워크를 만들고 싶어요. 해외에 있는 한인들을 모으고, 젊은 학생들이 완성되지는 않았지만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고 여기서 사업 아이템을 자연스럽게 발굴하는 문화를 만드는 겁니다. 현재 추진 중인 3D프린터 사업 역시 글로벌 시장을 겨냥해 키울 예정입니다. 모든 초중고대학교에 과학실험실에 3D프린터가 들어갈 날이 머지 않았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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