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범석 쿠팡 대표 "벤처의 핵심은 아이디어 아닌 사람"

조선비즈
  • 송병우 기자
    입력 2013.07.17 10:30

    김범석 쿠팡 대표(35)는 "한국 벤처 커뮤니티의 밀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임직원에게 항상 "소비자는 기업보다 똑똑하다"고 강조한다. 똑똑한 소비자 덕에 쿠팡은 지난 8일 월 거래액 1000억원을 돌파했다. 김 대표가 쿠팡을 창업한지 2년 10개월만이다. /송병우 기자

    김범석 쿠팡 대표(35)는 1994년 열여섯 나이에 현대건설 해외 주재원인 아버지를 따라 미국에 건너갔다. 소년은 명문사학 '디어필드 아카데미'에서 레슬링과 농구를 즐기며 고교시절을 보냈다. 미국 하버드 대학에서 정치학을 전공했고, 교환학생 신분으로 서울대 법학과를 거쳤다. 2002년 보스턴컨설팅그룹(BCG) 본사에 입사했다. 3년 후 다시 하버드 비즈니스스쿨(MBA)에 입학해 경영학을 공부했다.


    그는 2010년 소셜커머스 쿠팡을 창업했다. 김 대표는 벤처 커뮤니티의 밀알이 되고 싶어 한다. 롤모델은 안철수 안랩 창업주다. 그는 임직원에게 "소비자는 기업보다 똑똑하다"고 강조한다. 똑똑한 소비자 덕에 쿠팡은 지난 8일 월 거래액 1000억원을 돌파했다. 창업한 지 2년 10개월만이다. 16일 오후 서울 역삼동 쿠팡 본사에서 김 대표를 만났다.

    - 어린 시절을 외국에서 많이 보냈다.
    "해외 주재원인 아버지를 따라 미얀마 등 동남아 지역을 돌아다녔다. 방학에만 한국에 있고 나머지는 해외에서 생활했다."

    - 쿠팡을 창업하기 전 사업 경험은 있나.
    "하버드대 재학 시절 대학생 독자 상대로 잡지 '커런트(Current)'를 창간했다. 콘텐츠와 커머스의 결합 모델로 운영하다 뉴스위크(Newsweek)에 매각했다. 미디어와 광고, 소비자 심리에 대해 많이 알게 됐다." 

    - BCG를 나와 창업한다고 했을 때 가족이 반대하지 않던가.
    "홍정욱의 7막7장을 인상깊게 봤다. 하버드생은 '하얀 양복'을 입고 있는 듯하다. 양복에 뭐라도 묻으면 큰일 난다고 생각한다. 부모님은 도전을 중요시했다. 이에 도전 의지를 강하게 피력했다."
     
    - 한국에서의 창업은 어땠나.
    "한국은 아시아의 실리콘밸리가 될 수 있다. 한국 젊은이의 결속력과 현명함은 세계 최고다. 소비자는 아주 똑똑하다. 학습력과 적응력이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문제는 창업 생태계의 조성이다. 정부 지원이 좀 더 구체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디지털 경제가 본격화하면서 '혁신' 자체가 민주화 되고 있다. 한국은 기회의 땅이다."

    - 창업생태계 조성에 규제 완화도 포함되나.
    "시장에 결정권을 좀 더 주는 편이 좋다고 본다. 한국 소비자는 빠르고 예민하다. 아이디어가 나쁘면 시장은 냉정하게 돌아선다. 미국에선 새 벤처가 나오면 새싹이라 생각해 보호하지만 한국에선 잡초로 취급하는 경향이 있다."

    - 그럼 정부가 대기업은 규제하고 벤처만 보호해야 하나.
    "좀 과장하자면 뉴욕은 돈이 전부다. 보스톤은 사회적 책임에 무게를 둔다. 뉴욕과 보스톤의 중간이 이상적이다. 규제도 마찬가지다. 한 쪽은 비만인데 다른 한 쪽은 굶주려선 안 된다."

    김 대표는 "농구팀의 감독이 아닌, 주장같은 CEO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벤처 창업을 준비하는 후배들에게 "번뜩이는 아이디어보다는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사람'에 집중하라"고 조언했다. /송병우 기자
    - 제 2의 안철수가 되고 싶나.
    "안철수는 한국 벤처의 역사다. 벤처기업인으로 존경한다. 정치인 안철수에 대해서는 언급하기 조심스럽다. 안 의원은 정치 분야에서 사회에 기여하고 나는 벤처 커뮤니티를 활성화해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  

    - 지난 8일 월 거래액이 1000억원을 넘어섰다.
    "고객 덕이다. 쿠팡이 커 가는 과정이다. 국내 전자상거래 업체는 1000개가 넘는다. 다른 회사가 어떻게 하는지 관심 없다. 우리는 오직 소비자만 본다. 앞으로도 우리 활동은 소비자에 맞춰질 것이다. 쿠팡은 이미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모바일앱 1위, PC 4위다. PC에서 우리보다 상위에 있는 곳은 오픈마켓 3사 뿐이다. 이젠 그 3사를 넘어서고 싶다."

    - 어떤 최고경영자(CEO)가 되고 싶나.
    "농구팀의 주장 같은 리더다. CEO라면 감독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난 선수와 함께 뛰고 다치고 호흡하는 주장이고 싶다."

    - 창업을 준비하는 후배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벤처라 하면 아이디어, 창업, 도전 등을 떠올린다. 틀렸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 사람과 교류, 관계, 리더십이 더 중요하다. 농구, 축구 등 팀스포츠와 같다. 많은 후배가 '벤처는 나 혼자 기막힌 아이디어를 내면 된다'고 생각한다. 그건 발명가다. 창업은 혼자 하는 게 아니다. 조직을 이끌고 즐겨야 한다. 리더십에 대한 고민이 80%, 나머지 비즈니스가 20%여야 한다. 벤처는 아이디어보다 사람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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