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세계가 주목하는 자동차 신흥 강국이다. 우리가 열심히 한 부분이 크지만, 도요타의 리콜 사태와 경제 위기에 주춤한 유럽 메이커 등이 우리나라 자동차를 상대적으로 돋보이게 한 부분도 무시할 수는 없다. 즉, 내가 앞으로 달린 부분도 있지만, 경쟁자들이 뒷걸음질친 부분도 있는 것이다.
후발 주자에게는 추격해야 할 대상이 뚜렷하다. 그래서 일등보다 조금만 더 잘하거나, 아니면 일등과 비슷한 제품을 저렴하게 판매하는 것으로 일등이 될 수 있다. 즉, 비교 우위를 획득하여 일등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비교 우위는 언제 무너질지 모른다. 왜냐하면, 내가 전에 했던 것과 같은 방법으로 따라오는 추격자는 무수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바로 그런 입장이다. 일본과 경쟁에서 처음에는 성능은 약간 떨어지지만 저렴한 가격으로 추격했고, 근래에는 동종 제품에서 동등하거나 우수한 제품을 약간의 가격 메리트로 제공해 우위를 점했다. 그런데 중국이 우리가 일본에 성공적으로 수행했던 전술을 들고 우리를 무섭게 쫓아온다. 즉, 비교 우위는 장기간 유지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일본 도요타가 위기에 빠졌던 이유 가운데 한 가지도 이 비교 우위에 집착했다는 점이다. 즉, 미국이나 유럽의 경쟁자들을 처음에는 가격으로 이기고, 나중에는 품질로 이겼다. 그리고 적시(JIT)와 같은 원가 절감을 통한 비교 우위 강화에 집중하다가 자신의 중요한 비교 우위였던 품질에 대한 신뢰를 시장에서 잃고 추락했던 것이다.
하지만 도요타는 비교 우위를 강화하는 한편 호황을 누리던 1990년대 말부터 도요타가 독보적일 수 있는 분야, 즉 절대 우위를 개척하기 시작했다. 그것이 바로 하이브리드 자동차다. 초기에는 원가와 가격에서 시장성을 의심받던 천덕꾸러기 하이브리드가 지금은 도요타를 몰락의 위기에서 건져낸 효자가 된 것이다.
작년 언젠가부터 국산차에 대한 해외 언론의 평가 기준이 엄격해지기 시작했다. 즉, 전에는 '중고 일본 차를 사느니 보증 수리도 좋은 한국산 새 차를 사라'는 식의 가격 대비 성능을 바탕으로 한 호의적 평가가 대부분이었다면, 요즘은 '디자인도 좋고 상품성도 좋은데, 이제는 주행 안정성도 더 좋아져야 하지 않겠는가'하는 식이다. 이렇게 한국차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미는 이유는 이제는 한국차가 세계 최고의 무엇, 즉 절대 우위에 도전할 때가 되었다는 기대이자 격려일 것이다.
좋은 시절은 지나간다. 지금이 아니면 언제 장기적 투자가 필요한 절대 우위의 개발을 시작할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