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국가 예산을 영종도에…개발사업 수백조원 황당한 인천시

조선비즈
  • 김참 기자
    입력 2013.07.05 11:36 | 수정 2013.07.05 16:00

    지난해 10월 31일 인천의 초대형 개발 프로젝트 설명회가 열린 서울 중구 신라호텔. 인천시는 설명회 참석자들의 눈이 휘둥그레질 초대형 개발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사업시행사인 독일계 글로벌 호텔·리조트 체인 켐핀스키그룹과 인천시는 호텔 행사장에 설치된 스크린에 에잇씨티의 완공 후 동영상을 보여줬다. 참석자들은 눈을 의심했다. 바다 한가운데 마카오 3배 크기의 8자 모양 도시 하나를 건설한다는 것에 못 믿어 하는 눈치였다.

    에잇시티 조감도

    "공무원 월급도 제때 못 주면서 사업은 무슨…."

    이후 본격적인 사업계획이 발표되자 이번에는 귀를 의심했다. 사업비가 317조원 규모라는 말에 또 한번 놀란 것이다. 우리나라 1년 예산을 바다 위 개발사업에 쏟아 붓겠다는 것인데, 현실가능성이 극히 떨어져 보였기 때문이다.

    송영길 인천시장/조선일보DB

    당시 송영길 인천시장은 "대한민국의 국가 백년대계를 이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서, 에잇시티는 국가적 사업으로 발전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 후로 7개월이 지난 지금 에잇시티는 어떻게 됐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좌초 직전이다. 켐핀스키그룹은 에잇시티 SPC 증자를 위해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 있는 5000만달러(571억원) 상당의 땅으로 출자하겠다고 밝혔다. 현금이 아닌 현물출자로, 그것도 외국에 있는 땅을 출자하는 만큼 계약이 해지될 가능성이 크다.

    ◆ 무산되는 인천시 초대형 개발사업

    사업이 불투명해진 것은 에잇시티뿐 아니다. 인천에는 루원시티, 미단시티, 로봇테마파크, 인천타워 등 갖가지 대형 개발 프로젝트가 난립해 있다. 모두 하나같이 수조원에서 수백조원의 재원이 들어가는 사업이다. 웬만한 지자체에서는 하나도 제대로 감당하기 어려운 사업들을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인천시에서 투자하는 대다수의 대형 프로젝트가 하나같이 좌초 직전이거나 진척 없이 표류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단시티의 경우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지난 2007년부터 영종도에 복합리조트 조성사업으로 추진한 프로젝트다. 하지만 5년 동안 투자 유치에 실패하면서 지난해 9월 행정안전부로부터 사업개선 명령을 받았다. 이 탓에 개발사업을 주도하는 특수목적법인(SPC) 미단시티개발㈜은 2차례 구조조정을 단행해 임직원을 줄여야 했다.

    미단시티 개발 계획안 /인천경제자유구역청 제공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달에는 정부가 리포&시저스와 유니버설엔터테인먼트 두 곳의 카지노 사전심사 청구에 대해 부적합 결정을 내리면서 개발사업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이 커졌다.

    송도인천타워도 투자자인 미국 포트먼그룹이 최근 151층에서 102층으로 층고를 낮춘 사업변경안을 인천시에 제출했으며, 이 과정에서 빌딩 연면적도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다.

    인천타워 조감도/인천시 제공

    로봇테마파크도 매번 개장 시점을 늦추는 등 사업 진척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 관계자는 "현재 사업이 원만하게 진행되는 것이 없다고 보면 된다"며 "대다수 사업이 시행사와 협의를 진행하는 초기 단계거나 사업자 내부 문제로 사업 진척이 미진한 수준이다"고 말했다.

    ◆ 개발사업 성공시켜 빚 갚는다?

    지난해 말 기준 인천시의 부채 규모는 9조4594억원. 송 시장 취임 당시인 2010년 6월 말보다 부채가 약 2조원 증가했다. 각종 도시개발사업 토지보상비와 초기 사업비로 거금을 투입했지만 부동산시장 침체로 투자금을 거의 회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빚더미에 앉은 인천시가 무리하게 사업들을 유치해 사업 파행을 야기했다는 '인천시 책임론'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일례로 루원시티는 인천시 재정 부담을 늘리는 대표 사례로 꼽힌다. 인천시는 2004년 한국판 '라데팡스'(프랑스 파리 서부 외곽에 건설된 현대식 상업지구)를 조성하겠다고 루원시티를 추진했다.

    하지만 루원시티는 2010년 부동산 경기가 꺾이고 사업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중단됐다. 이 탓에 인천시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해마다 이자로만 880억원을 물고 있다.

    루원시티 조감도/인천시 제공

    인천시의 무리한 개발사업 유치는 송 시장이 부임한 이후에도 계속됐다. 그간 벌인 대형 사업으로 발생한 빚을 다른 개발 사업을 성공시켜 갚겠다는 계획을 세워뒀기 때문이다.

    실제 인천시는 계속해서 신규 사업 유치에 나서고 있다. BMW레이싱센터, 람보르기니레이싱센터 등 조 단위 사업이 계속해서 진행되고 있다. 또 무산됐던 밀라노디자인시티 부지에 1조5000억원을 들여 가족, 쇼핑, 레저, 문화를 즐길 수 있는 테마파크형 복합 엔터테인먼트 쇼핑몰을 유치하는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 지리적 요건은 매력적…단계적 개발해야

    영종도에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시행사업자 관계자는 "인천은 불과 두시간 거리에 대도시들이 밀집해 있어 지리적으로는 매우 매력적인 곳"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수많은 개발사업을 한꺼번에 밀어붙이기에는 재정적으로도 힘이 부치는 상황이다. 우선 순위를 두고 단계별로 개발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개발 프로젝트의 주관부서가 제각각이라 전체적인 사업 조정 기능을 맡을 콘트롤타워가 없다는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실제 루원시티는 인천시에서 관할이며, 미단시티는 인천도시공사, 에잇시티는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맡고 있다.

    인천 지구별 개발 총괄도/인천경제자유구역청 제공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요즘같이 부동산 경기가 어려운 시기에 황당할 정도의 프로젝트들이 난립해 있는데, 우후죽순처럼 늘어난 사업들이 다 잘 될 리가 없는 만큼 될만한 사업부터 선별해 집중할 필요가 있다"며 "사업 규모도 현실에 맞게 줄일 것은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발생하는 주민 피해도 크다. 영종하늘도시의 경우 아파트만 입주해있고 다른 개발사업이 지지부진해지면서 사실상 유령도시로 전락한 상태다.

    루원시티도 2008년부터 5년이 지난 지금까지 기존 건물만 철거한 상태로 방치돼, 지역 주민들은 주변 지역이 슬럼화나 우범지역화 할까 염려하고 있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