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經-財 북리뷰] 기브 앤 테이크

조선비즈
  • 전병근 기자
    입력 2013.06.16 18:14 | 수정 2013.06.16 18:16

    애덤 그랜트 지음|윤태준 옮김|생각연구소|464쪽|1만6000원

    “내 인생에서 금전적으로 가장 만족스러웠던 순간은 큰 거래를 성사시키고 흥분했을 때나 거기서 큰 수익을 올렸을 때가 아니었다. 그런 순간은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도와줄 수 있을 때 찾아왔다.”

    유타 주의 76세 노 기업인 존 헌츠먼 시니어의 회고다. 그는 자수성가한 갑부로 유명하다. 1970년 화학 회사를 세워 세계 최대 규모로 키웠다. ‘포브스’가 집계한 세계 1000대 부자 중 한 명이다. 하지만 그의 진면목은 ‘착한’ 기업인이라는 데 있다. 1985년 이후 자선 사업에 몰두해 지금껏 전 세계에서 10억 달러 이상 기부한 19명 중 한 명에 들어간다. 3억5000만 달러를 들여 세계적인 ‘헌츠먼 암 연구 센터’도 만들었다. 지진 같은 재난이 일어나면 기부 명단에 늘 등장한다. 2011년 월가 점령 시위가 났을 때 “공감한다”고 했던 사람이다. 전 세계 여러 대학에서 명예 박사학위를 열두 개나 받았다.

    그는 회고록 ‘정직한 리더의 성공철학’에서 이렇게 썼다. “기억할 수 있는 가장 어린 시절부터 남을 돕는 것이 내 존재 이유라고 생각했다. 사회에 환원하고자 하는 내 열망은 경영학을 공부하고 그 지식을 토대로 컨테이너 회사를 세워 성공으로 이끌게 했다. 나는 그 경험 덕분에 차별적인 우리의 화학 회사를 지금까지 성장시켜왔다.”

    이 책에는 이처럼 선하게 성공을 이룬 인물들이 숱하게 등장한다. 이른바 ‘성공한 기버(Giver)’다. 저자의 3분법에 따르면 ‘기버’란 말 그대로 남에게 주는 데 더 관심이 앞서는 사람이다. 그 반대가 ‘테이커(Taker)’다. 자기 것만 챙기는 사람이다. 그 중간이 ‘매처(Matcher)’다. 받는 만큼 주고, 주는 만큼 받는 유형이다. 우리 통념으로는, 세상이나 조직 안에서나 테이커가 앞서간다. 그런 세상에서 살아남으려면 최소한 매처로 대응해야 한다. 기버는 ‘사람 좋다’는 말은 들을지 몰라도 저돌적인 테이커와 약삭빠른 매처에 밀려나거나 이용당하기 십상이다.

    하지만 이 책은 그 통념을 뒤집는다. 이 책의 개략적인 내용은 이미 본지 ‘해외 북리뷰’(5월 19일자)를 통해 한 차례 소개한 적이 있다. 이번에 우리말로 번역돼 나왔다.

    여기서는 저자의 집필 동기를 소개하는 것으로 리뷰를 대신한다. 그랜트는 열네 살 때 꿈이 다이빙 선수였다. 하지만 처음엔 도무지 유연한 자세가 안 나왔다. 오죽하면 별명이 ‘프랑켄슈타인’이었을까. 그만큼 몸이 뻣뻣했단 얘기다. 그 뒤 4년 동안 하루 여섯 시간씩 훈련에 몰두한다. 그 결과, 주 대회 결승에 두 번 오르고 청소년 올림픽 출전 자격도 두 번 따낸다. 미국 최우수 다이빙 선수로도 뽑혔다.

    하지만 하버드대에 진학한 후 미 대학체육협회 대표팀 선발에 나서려고 했다가 자진 포기하고 만다. 생애 최고의 대회를 앞두고 왜 그랬을까. ‘기버’로서 아픔이 있었다. 대회 몇 달 전이었다. 그는 자진해서 경쟁자 두 명에게 ‘선의’를 베풀었다. 새 기술을 가르치고 자세를 교정해줬다. 물속으로 모습을 감추는 입수 비법까지 전수했다. 정작 주 대회 결승에서 우승한 것은 그들이었다. 그는 상심한다.

    남에게 베푸는 사람은 결국 남에게 이용만 당하고 마는 건가. 그는 남은 인생을 또다른 기버가 ‘호구’로 전락하지 않도록 이끌어주는 데 바치기로 결심한다. “아무 대가도 기대하지 않고 끊임없이 남을 돕는 사람들 중 다수가 성공 사다리의 밑바닥으로 추락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타적인 성향을 보이는 사람의 몇 가지 특징만 조정해 준다면 이들도 누구나 성공 사다리의 꼭대기로 오를 수 있다. 주의해서 집중적으로 투자하면 성공은 하나의 부산물로 따라온다.”

    이런 자신의 생각을 ‘입증’하기로 마음먹고 쓴 책이 이 책이다. 출간 후 미국 내외의 평가를 보면 저자의 의도는 훌륭하게 성공했다. 책에 등장하는 다앙한 사례들과 탄탄한 연구 결과들은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저자는 나아가 ‘기버’를 위축시키는 환경을 문제 삼는다. “직장과 학교는 흔히 제로섬 환경으로 설계돼 있다. 이곳에서는 순위를 매기고 성적을 상대적으로 평가한다. 구성원은 서로 승자와 패자로 갈리는 경쟁을 벌인다. 상대는 이기적이라 가정한다. 그 결과 실제로 베풂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실제보다 적으리라 예상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베풂은 비정상적으로 보이고 이타적인 유형은 자신을 소수자로 느끼기 시작한다.”

    이런 환경 속에서, 저자는 우리 안의 ‘천사’를 되살리고 서로서로 격려해줄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사실은 이타적인 성향을 간직한 사람이 많지만, 그들은 동료가 그 가치를 공유하지 않으리라는 잘못된 가정 아래 그 마음을 억제하거나 숨기고 있다. 아무리 베풀고자 하는 사람이 많아도 그들이 다른 사람은 그렇지 않으리라고 가정하면 그 집단 혹은 회사 전체의 규범은 그것에서 멀어진다. (…) 우리 중 많은 사람이 이타적인 성향을 간직하고 있지만 직장에서 흔히 그것을 표현하길 주저한다. 그러나 협동 작업과 서비스 직종이 증가하고 소셜 미디어가 성장함에 따라 기버가 인간관계와 명성을 쌓아 성공을 극대화 및 가속화할 기회의 문이 활짝 열렸다.”

    나아가 조직과 사회의 성공 기준이 바뀌어야 한다고 제언한다. “기버의 기준에서 성공이란 남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개인적인 성취다. 조직의 고용, 평가, 포상, 승진 제도도 고쳐야 한다. 각 개인의 생산성에만 집중할 게 아니라 그 생산성이 타인에게 미치는 파급 효과까지 충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최근 학계의 주목할 만한 흐름 중 하나는 이타주의의 발견, 혹은 재발견이다. 그전까지 ‘이기심(self-interest)’을 공인된 인간의 기본 심성으로 봤다면, 이제는 타자와의 공감과 배려, 공동체에 대한 헌신성에 주목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시대의 반영이다. 이기심이야말로 사회 발전의 동력이라 믿었던 시대 사조가 지구 온난화, 금융 위기 같은 공멸의 위기를 초래한 후, 이타성에 새롭게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이 책은 크게 보아 그런 시대의 흐름에 기여한다. 이른바 사회적 성공에 이르기 위한 덕목으로 남에 대한 배려와 베풂을 부각시킨다. 그냥 도덕적 교훈을 들려주는 게 아니다. 조직심리학을 공부한 1급의 학자가 풍부한 사례와 학문적 성과를 토대로 논리를 전개한다.

    저자는 책 말미에서 “성공한 사람들 중에서 내가 개인적으로 존경하는 이들은 모두 기버”라며 “그들로부터 배운 것을 실천하고 또 널리 전하는 것이 내 의무라고 생각한다”고 쓴다. 나 역시 이런 책은 되도록 널리 소개하고 전하는 것이 의무라고 생각한다.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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