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인 지음ㅣ어크로스ㅣ288쪽ㅣ1만4000원
각자의 자리에서 최고의 성과를 이룬 거인들. 그들이 성공한 비결은 자신만이 갖고 있는 삶에 대한 태도 덕분이다.
이 책의 저자 김남인은 조선일보의 주말 섹션 위클리비즈에서 일하며 세계적인 석학과 예술가, 경영인들을 취재했다. 저자는 이들을 취재하며 지면에 담지 못했던 대가들의 삶을 이 책을 통해 소개하고 있다.
브로드웨이 뮤지컬계의 여왕 트라일라 라프는 세계적인 영화 감독 밀로시 포르만(Milos Forman)과 함께 '아마데우스'라는 영화를 만들고, 빌리 조엘, 밥 딜런 등 전설적인 가수들과 함께 협업을 했던 인물.
그는 오전 5시 30분만 되면 택시 문을 열며 하루를 시작한다고 한다. 그에게 '새벽 5시 반 택시 문 열기'는 영혼을 깨어나게 하는 일종의 '반 종교적 의식'이다.
"난들 왜 더 자고 싶지 않겠어요? 손 하나 들 수 없을 정도로 몸이 무거워 다시 잠들고 싶었던 아침도 수룩하지요. 그때 난 무조건 일어나요. 문 밖에 택시가 와 있거든요. 일단 나가서 그 안에 앉고 나면 다시 침대로 돌아갈 수 없죠. 택시가 나를 체육관에 데려다 줄 테고, 어쩔 수 없이 몸을 움직여야 하니까."
트와일라 타프는 "이 의식을 통해 육체에 발동이 걸리면 정신에도 물기가 돌고 빛이 나면서 잠재력이 깨어난다"고 말한다.
'소크라테스의 재림'이라는 평가를 받는 하버드대학의 마이클 샌델 교수. 그는 수백 명의 학생에게 어려운 철학 강의를 친근하게 전달해 세계적인 학자로 명성을 얻었다.
저자는 "샌델 교수는 부끄러움이 많고 얼굴을 붉히는 사람이었다"고 전한다. 하지만 샌델은 끝없는 질문과 치밀한 연습을 통해 강연을 하나의 '훌륭한 쇼'로 연출할 수 있었다. 어렸을 적 레이건 당시 캘리포니아 주지사와의 베트남전 토론에서 무참히 패배한 뒤 청중을 휘어잡는 카리스마의 위력을 실감했고, 자신도 이를 얻기 위해 노력한 것.
쓰러져가던 미국의 자동차 제국 GM을 살린 밥 루츠도 자신만이 갖고 있는 삶에 대한 태도가 있었다. 그는 1970년 후반부터 재무와 회계ㆍ법무팀으로 구성된 이른바 '데이터 제국'이 GM을 지휘하면서 회사가 비틀대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모험보다는 '예산 범위'를 강조하고, '디자인은 자동차 생산 공정의 일부일뿐'이라는 시각이 나오면서 정작 소비자들이 원하는 디자인과 기술이 제품에서 빠져버렸다는 것.
하지만 2010년 밥 루츠는 GM의 부회장으로 돌아와 신차 개발과 디자인을 맡게 되고, 결국 쓰러져가던GM을 살리는데 성공한다.
이 책은 거물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과 그들이 얻은 통찰을 전달하고 있다. 무엇보다 거물들 역시 자신의 일에 대해 고민하고, 조직과 치열하게 부딪치며 해답을 찾았다는 점에서 '그들을 거인으로 만든 태도'에 대한 힌트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