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사님은 얼마 받고 일하실까… 임원 연봉 X파일 개봉박두

조선일보
  • 신재용 서울대 경영대 교수
    입력 2013.04.24 03:09 | 수정 2013.04.24 04:26

    [이르면 내년부터 5억 이상 등기이사 연봉 공개, 그 오해와 진실]

    神도 모르는 개별 임원 연봉 - 대통령 연봉도 다 공개되는데
    삼성전자 등기이사 연봉은 누가 얼마 받는지 알 수 없어

    기업들의 이상한 나눗셈 - 연봉 최대한 낮춰 신고하려 사외이사 연봉까지 포함시켜

    내년부턴 달라질까 - 기업들, 임원 연봉 확 줄이고 非 금전적 보상 확대할 수도
    성과급도 공개하는지가 관건… 非상장기업은 공개 안돼 '허점'

    임원 연봉 X파일 개봉박두
    그래픽=김현지 기자
    지난 4월 9일 국회 정무위원회가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어 연봉 5억원 이상 등기이사의 연봉을 공개하도록 하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을 통과시켰다. 이르면 내년도 사업보고서부터 상장회사들은 경영진 연봉을 임원별로 개별 공시하게 된 것이다. 연봉 개별 공시 대상 임원은 대표이사, 사장 등으로 구성된 최고위급 임원, 즉 등기이사만을 말한다. 그럼에도 벌써 임원 연봉 개별 공시의 명암을 둘러싼 논쟁이 거세다. 미국은 1992년부터 임원 연봉을 공시했는데, 현재 국내 양상은 마치 그 당시 미국에서 벌어진 격론을 연상케 한다. 이 법안의 취지를 이해하려면 먼저 임원 보수에 관한 우리나라의 현행 공시제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삼성전자, 등기이사 누가 연봉 얼마 받는지 알 수 없어

    우리나라의 모든 상장 법인은 금융감독원에서 고시하는 기업공시 서식 작성 기준에 따라 사업보고서 등을 작성해야 한다. 이 기준에 의하면 등기이사의 보수와 관련해 강제적으로 공시해야 하는 것은 단지 보수 수준뿐이다. 고정급과 성과급 비중이나 구체적인 평가 및 보수 산정 방법에 대한 공시 의무는 없다. 게다가 보수 수준도 등기이사별 개별 공시가 아닌 등기이사 전체에 대한 지급 총액, 주주총회에서 등기이사들에게 지급할 수 있도록 승인된 금액, 1인당 평균 급여액만을 공시하도록 하고 있다. 예를 들어 2011년도 삼성전자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사내 등기이사 최지성, 이윤우, 윤주화 총 3명이 총 327억원을 받았고 이는 1인당 평균 약 109억원이라고 공시되어 있다. 그러나 등기임원 3명이 각각 얼마를 받았으며 이 중에서 고정급, 성과급은 얼마이고 이 보수 수준은 어떻게 결정되었는지는 공시되지 않기 때문에 주주를 포함한 외부 이해관계자들은 이에 대해 전혀 알 수가 없다.

    ◇사외이사 포함, 평균보수 낮추기도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현행 임원 보수 공시제도가 사내, 사외 등기이사의 보수를 별도로 공시하도록 강제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과도한 임원 보수 지급 논란을 피하고 싶은 기업들은 보수 수준이 높은 사내 등기이사와 보수 수준이 낮은 사외 등기이사에게 지급된 총액을 구분해 공시하지 않고 합산해 보고한다. 등기이사 1인당 평균 급여액을 크게 낮출 기회를 얻는 셈이다.

    예를 들어 해양과 조선 사업을 주로 하는 한 A 재벌 그룹 계열사의 2007년도 사업보고서를 보면 이렇다. 이 회사는 등기임원 10명에게 총 48억원을 보수로 지급하였고 임원 1인당 평균 보수액은 4억8000만원이라고 보고했다. 문제는 이 회사는 실질적인 최고경영자인 사내 등기임원은 4명에 불과하고 나머지 등기임원 6명은 모두 보수 수준이 낮은 사외이사라는 점이다. 국내의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상장 기업 사외이사의 평균 보수는 약 2200만원 수준이다. 30대 재벌 기업들도 일부를 제외하면 사외이사에게 평균 3500만~4000만원을 지급하고 있다. 앞의 A 재벌 기업 계열사의 사외이사 평균 보수를 4000만원으로 가정하면 사내이사에게 지급된 총 보수는 약 45억6000만원으로 계산된다. 이 경우 사내이사의 1인당 평균 보수는 11억4000만원이다. 다시 말해 공시제도의 허점을 이용해 사내임원 1인당 평균 보수액을 약 11억원에서 5억원으로 낮추어 보고한 셈이다.

    ◇5억 연봉에 성과급 포함해야

    임원 보상의 투명성에 대한 사회적, 제도적 요구는 세계적인 추세이며 미국, 영국 등 선진국에서는 임원 평가 및 보상 프로세스의 세부까지 공시가 강제되어 있다. 이번 임원 연봉 개별 공시 입법은 그러한 세계적 추세에 발맞추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번 법안은 몇 가지 문제가 있어 보인다.

    주요 기업의 등기이사 평균 연봉과 직원 평균 연봉 표
    첫째, 기준이 되는 5억원의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 일정 금액 이상을 공시하도록 하는 경우는 일본 이외에는 없다. 만약 5억원이란 금액 기준을 부여할 경우 기업들은 이 기준을 피해 나가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사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예를 들어 장기 성과를 연동한 성과급을 사용해 성과급을 분산해, 5억원 이상 연봉을 매년 개별 공시하는 것을 피할 수 있다. 또한 연봉을 5억원 미만으로 억제하고 대신 비(非)금전적 보상 등을 대폭 인상할 수 있다. 여러 계열사에서 등기이사로 보수를 받는 오너들은 회사당 보수가 5억원 미만이기만 하면 공시 대상에서 제외된다.

    둘째, 연봉의 범위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 성과급(현금, 주식 및 옵션 보상)을 포함한 총 연봉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 옳다. 명확한 기준이 없을 경우 전략적으로 특정 보상 항목을 제외함으로써 공시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근로소득 기준과 같은 일관성 있고 통일된 기준으로 공시 대상을 선정해야 한다. 특히 공정한 가치 산정이 어려운 스톡옵션 등의 가치 산정 기준을 명확히 해야 한다. 셋째, 주주와 외부 이해관계자가 관심을 가지는 것은 단지 보수 수준뿐만이 아니라 고정급과 성과급 비중은 얼마인지, 이 보수 수준은 어떻게 산정되었는지 등인데 법안은 이에 대한 언급이 없다. 끝으로 상장회사 등기이사들의 연봉만을 공시 대상으로 하면 연봉 공개에 부담을 느낀 오너들이 등기이사에서 물러날 수 있고 이 경우 책임경영을 저해할 수 있다. 비상장 기업은 아예 공개대상에서 제외되는 것도 문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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