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만원짜리 현대차 블루링크가 하루아침에 고물이 된 사연은?

조선비즈
  • 박성우 기자
    입력 2013.01.14 16:44

    현대자동차(005380)고객들이 화났다. 블루링크 때문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출시된 신형 싼타페부터 블루링크를 고가의 옵션으로 팔았는데, 시판 1년도 안돼 대체 서비스를 내놨다. 직장인 김형수씨(36)는 “첨단 기술이라 해서 200만원을 추가해 블루링크를 옵션으로 구입했는데, 1년도 안돼 새로운 게 나온다니 이럴 거면 왜 만들어 비싸게 옵션으로 왜 팔았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현대차가 지난해 4월 공개한 텔레매틱스 서비스(자동차와 무선통신을 결합한 새로운 차량 무선인터넷 서비스) ‘블루링크’가 일 년도 안돼 애물단지로 전락하게 됐다.

    현대차는 지난 8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3’애서 블루링크와 애플의 음성인식 애플리케이션 시리를 통합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소개했다. 2세대 블루링크로 불리는 이 시스템은 기존 콜센터와 연결해 상담원과 통화하는 1세대 방식의 텔레매틱스 ‘블루링크’를 뛰어넘어, 시리의 음성인식 기술을 활용해 목소리만으로 지리·차량·생활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시리와 연동한 기술을 연내 미국 시장에서 신차를 중심으로 적용할 예정”이라면서 "최근 현대차 미국법인과 구글과의 계약으로 구글맵을 활용하는 서비스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 현대차 독자기술 버리고 애플·구글과 손잡은 듯

    현대차 CES 2013에 소개한 기술은 애플의 최신 운영체제 IOS6가 탑재된 아이폰을 차량과 연결해 시리와 아이즈프리(eyes free·음성인식 내비게이션) 기능을 통해 음성만으로 다양한 정보와 지리정보를 제공받는 것이다. 현재의 블루링크는 콜센터의 상담원과 통화한 후 지리 정보를 내비게이션에 표시해줬지만, 이제는 콜센터 역할을 시리가 대체한다는 뜻이다. 새 기술은 아이폰 단말기 내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애플은 이러한 IOS6를 지난해 6월 공개했다. 당시 애플은 개발에 BMW, GM, 도요타 등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이 참여했다고 밝혔다. 현대·기아차는 이 과정에 참여하지 않았다. 이미 지난해 4·5월 블루링크(현대차), 유보(기아차) 등의 시스템을 공개하며 자체개발을 고수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국 시스템 상용화 1년도 안돼 독자 기술을 포기하고 애플과 구글과 손잡았다.

    현대차 관계자는 “물론 앞서 블루링크를 선보이기는 했지만, 애플 시리연동과 관련된 기술도 준비하고 있었다”면서 “자동차는 휴대폰과 달리 안전성 확보가 중요하기 때문에 시리의 상용화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이를 보완할 수 있는 블루링크를 내놓은 것”이라고 말했다.
    블루링크가 안전을 우선시한다는 현대차의 해명은 모순을 부른다. 블루링크는 차량 기본 사양이 아니라 추가로 돈을 더 내야 하는 옵션이다. 신형 싼타페에서 ‘안전’을 위해 블루링크를 쓰려면 8인치 스마트 내비게이션, 액튠 프리미엄 사운드 시스템, 듀얼 풀오토에어컨, ECM 룸미러, 후방카메라, 하이패스 등의 사양이 포함된 157만~221만원의 패키지를 함꼐 구입해야 한다. 결국 현대차는 운전자의 안전을 기본이 아닌 옵션으로 팔았다는 점을 시인하는 셈이다.
    서울의 한 사립대 컴퓨터공학 교수는 “시리는 운전자의 말소리를 듣고 결과도 음성으로 알려주기 때문에 운전자가 단말기 화면에 신경 쓸 필요가 없다”면서 “구글맵 역시 지리정보를 쉽게 알려줄 수 있어 블루링크의 존재감은 점차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 1년도 안돼 포기할 시스템 팔아 “한국 소비자는 봉?”

    전문가들도 현대차가 선보인 블루링크에 대해 결국 미완성의 기술을 최신기술로 속여 소비자를 우롱한 처사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한국과 같이 땅이 좁고 IT인프라가 잘 구축된 지역에서 텔레매틱스 서비스를 상용화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미국의 경우 땅이 넓고 내비게이션 시스템이 한국에 비해 열악하기 때문에 운전 중 길을 잃거나 위급상황이 발생해도 소식을 알리기 어렵다. 예를 들어 미국 서부 로스앤젤레스(LA)에서 동부인 워싱턴DC까지의 거리는 총 4374km로 서울과 부산을 5번 왕복하는 것과 맞먹는다. 차로 이동할 경우 약 5일 이상이 걸린다.

    반면 한국은 서울에서 해남 땅끝 마을까지 차로 간다해도 5시간면 도착할 수 있다. 전국에 깔린 이동통신망과 GPS를 통해 주소만 찍어도 정확히 방향을 찾아내는 내비게이션이 흔하다. 이 때문에 한국지엠은 2011년 텔레매틱스 서비스인 ‘온스타’의 한국 도입을 검토하다 철회했다.
    게다가 현대차는 최근 구글과 계약을 체결하고 구글맵 서비스를 미국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이 서비스는 운전자가 집에서 PC를 이용해 구글에 접속해 원하는 장소을 검색한 뒤 지리정보를 자신에 차로 송신해 내비게이션 화면에 띄우는 방식이다. 역시 유료 서비스인 블루링크를 통해 지리정보를 파악하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다.

    김필수 대림대학 자동차과 교수는 “현대차가 미국에서 시리 서비스를 처음 도입하면서 첨단기술이라고 생각해 200만원의 거금을 들여 블루링크를 선택한 국내 소비자만 시험대상이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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