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스를 수 없는 녹색 물결 바다에 Green ship 뜬다

조선일보
  • 김기홍 기자
    입력 2013.01.11 03:04

    친환경 선박 '그린 십' 개발하라… 세계 造船업계 전쟁
    -그린십 아니면… 바다 못나가
    C02 3년 안에 10% 감축시켜야… 규제 어기면 운항 금지 조치
    2016년 대기오염방지 규제 발효… 질소산화물 배출도 40% 줄여야
    -심장부터 바꿔라
    업계, 친환경 연료 LNG 주목… 삼성重, 亞 첫 LNG선박 건조중
    현대重 이중연료 엔진 개발해 벙커C유·LNG 선택해서 사용

    작년 말 한국과 중국 조선업계에 연비(燃比) 논란이 화제가 됐다. 한 외국계 투자은행이 발간한 '한국의 조선업계 현황'이라는 보고서가 발단이었다. 보고서엔 "한국산과 중국산 선박의 연비 격차가 예상보다 크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비교 대상은 세계 최대 철광석 생산업체인 브라질 발레가 한국 대우조선해양·STX조선해양, 중국 룽성(熔盛)중공업에 발주한 40만t급 초대형 광탄 운반선(VLOC)이었다. 이 조선소들이 건조해 운항에 들어간 VLOC를 비교했더니 중국 선박의 연료 소모량이 한국 선박보다 17% 정도 많았다는 것이었다.

    룽성중공업은 발끈했다. 이례적으로 설명회까지 열어 "중국 선박이 한국 선박보다 연비가 낮다면 발레가 설계 변경을 요구했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한·중 조선업계가 연비 문제로 자존심 싸움을 벌인 것은 '그린 십'(친환경 선박) 건조 기술이 조선업계의 최대 화두(話頭)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린 십 기술은 선박 운항 과정에서 연비를 높이고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기술이다. 고효율 엔진 개발, 온실가스 포집, 선체 최적화 기술을 장착한 그린 십을 만들기 위해 조선업계는 치열한 전쟁을 벌이고 있다.

    그린 십 기술에 사활 건 조선업체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STX조선해양 등 국내 조선업체는 일제히 그린 십 기술 개발을 올해 주요 경영 목표로 삼았다. 그린 십 기술 없이는 일감이 끊길 수 있는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다.

    국제연합(UN) 산하 국제해사기구(IMO)는 올해부터 발주되는 모든 선박을 대상으로 연비 효율을 나타내는 지수인 '선박제조연비지수(EEDI)'채택을 의무화했다. EEDI는 1t의 물건을 싣고 1해리(海里)를 운송할 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의 양을 표시하는 지수다. 규제치를 만족시키지 못하는 선박은 운항이 금지될 정도로 강력한 규제다. 이에 따라 모든 선박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15년 10% 감축을 시작으로 2050년까지 40% 줄여야 한다. 2016년부터는 선박 운항에 따른 질소 산화물 배출량을 현행보다 50% 이상 줄여야 하는 대기오염방지 규제도 발효된다.

    전 세계적으로 환경 규제가 강화되면서 자연히 친환경 선박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대형 선사 입장에서도 연료비를 줄일 수 있는 친환경 선박 운항을 늘릴 수밖에 없다. 선박의 주 연료인 벙커C유 가격이 1990년대 1t당 90달러대에서 최근 800달러대로 9배 가까이 치솟았기 때문이다. 보통 선가가 1억달러 안팎인 1만3000TEU(1TEU는 6m 컨테이너 1개)급 컨테이너선의 경우, 하루 연료 사용량이 100t에 달한다. 선박 연비가 10% 높아지면 연료비를 1년에 30만달러 안팎 줄일 수 있는 셈이다.

    경기 침체 여파로 신규 발주를 꺼리는 세계 대형 선사가 그나마 친환경 선박을 꾸준히 발주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박무현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은 "10년 전부터 친환경 선박에 꾸준히 투자한 유럽 선사인 머스크 라인은 지난 3년간 약 9000만달러의 연료비를 줄였다"고 말했다.

    (왼쪽)삼성중공업 선박연구센터 연구원들이 모형 선박 앞에서 프로펠러 성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오른쪽)삼성중공업이 운영하는 400m 길이의 선형 수조에서 모형 선박이 물살을 헤치고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삼성중공업 제공
    그린 십 기술의 핵심은 선박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는 엔진 기술 개발이다. 현대중공업은 작년 11월 세계 최초로 벙커C유와 LNG(액화천연가스)를 선택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선박용 이중(二重) 연료 엔진을 개발했다. 대양(大洋)을 항해할 때는 연료 효율이 좋은 벙커C유를 쓰고, 항구에 가까워졌을 때는 오염물질 배출을 줄이기 위해 LNG를 사용한다.

    국내 조선업체들은 오염물질 배출이 적은 LNG 연료 선박 개발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LNG는 벙커C유에 비해 질소산화물(NOx)과 황산화물(SOx)은 95% 이상, 분진은 100%, 이산화탄소는 약 23% 정도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 삼성중공업은 인천항만공사가 발주한 아시아 최초의 LNG 선박인 에코누리호를 현재 건조 중이다.

    특수 페인트, 부착물로도 연료 효율 높여

    친환경 선박 건조는 설계 단계부터 시작된다. 선종에 따라 에너지 효율을 가장 높일 수 있도록 배 모양을 설계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조선소는 가장 최적화된 배 구조를 찾아내기 위해 선형(船型)수조 시설을 이용한다.

    삼성중공업은 대전 대덕연구단지에 400m 길이의 초대형 수조 설비를 갖추고 있다. 이 수조에선 약 30분의 1 정도의 축적으로 특수 제작한 모형선을 이용, 실제 바다 위에서 운항하는 것과 같은 환경을 조성해 운항 데이터를 분석한다.

    선박의 마찰력을 줄이는 것도 연료 소비를 줄이는 중요한 방법이다. 조선업체들은 마찰을 줄이기 위해 특수 도료와 방오(防汚) 도료 개발에 나서고 있다. 선체 표면은 페인트로 덮이는데, 표면 거칠기가 0.01㎜ 거칠어지면 연료 소모가 0.3~1.0% 증가하는 특성이 있다.

    선박에 수중 생물이 달라붙지 않도록 하면서도 독성이 적은 친환경 방오 도료를 개발하기 위한 노력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선박은 오랫동안 바다를 운항하다 보면 선체 하부에 수중 생물이 달라붙어 추진 성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네덜란드의 선박회사 아크조노벨은 물을 밀어내는 물질과 물과 잘 달라붙는 물질을 바둑판 모양으로 번갈아 배열한 고분자 코팅 막으로 수중 생물이 선체에 달라붙지 않도록 했다.

    선박 운항 시 물의 흐름을 조절하기 위해 선체에 부가물을 장착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프로펠러 뒤쪽에 있는 방향조절 장치인 러더에 특수 판을 부착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선체 뒷부분에 '세이버 핀'을 장착, 프로펠러로 들어가는 물의 흐름을 개선해 연비를 높이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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