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연료·식용유 '황금 열매'에 세계 기업 각축

입력 2013.01.10 03:05

[세계의 돈 몰리는 ASEAN] ③팜오일 세계 1위 인도네시아
채산성 좋아 황금 작물로 통해 국내 종합상사·외국 자본 몰려
EU·中·인도 등서 수요 많아 작년 전 세계 시장 55조 규모… 10년간 매년 12% 고속 성장
식량자원 둘러싼 경쟁 가속화… 옥수수·밀도 兆단위 투자 봇물

칼리만탄섬 발릭파판(Balikpapan) 도시 경계선을 벗어나자마자 길가 농장에는 검붉은 열매 더미가 산처럼 쌓여 있었다.

생김새는 '거인의 나라'에 나오는 거대한 산딸기 같다. 열매 더미 하나의 무게는 20kg. 한 알의 크기는 살구 정도 된다. LG상사 이상무 차장은 "이게 전 세계 다국적기업과 한국업체들이 각축을 벌이고 있는 팜나무 열매"라고 말했다. 이 열매를 짜서 나온 것이 팜오일(palm oil)이다. 중국 등지에서 식용유로 주로 사용한다.

이 생산물을 놓고 한국 기업과 다국적 기업이 시장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팜오일 색깔이 황금색인 데다 채산성이 좋아 이곳에서는 '황금작물(golden crop)'로 불린다. 심은 지 3년 후 열매를 맺기 시작하며 25년간 수확한다. 지난해 전 세계 시장 규모는 520억달러(55조원). 1위 생산국은 인도네시아다.

팜 농장에 뛰어든 전 세계 종합상사·곡물 메이저

LG상사는 지난해 말 연간 4만t 규모의 팜오일 생산공장을 준공했다. 2009년 칼리만탄섬에 여의도 20배 크기의 팜 농장을 인수한 뒤 3년 만이었다. 하루에 6t 트럭 50~60대가 공장에 팜오일 열매를 공급한다. 회사 측은 "추가 농장 확보를 통해 연간 8만t까지 생산량을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예정대로라면 한국 연간 수입량(50만t)의 6분의 1에 해당한다.

한국 종합상사들은 3~4년 전 인도네시아 팜오일 관련 사업에 경쟁적으로 뛰어들었다. 삼성물산은 2008년부터 수마트라에 서울시 면적의 40%에 달하는 대규모 팜 농장을 운영해오고 있다. 대상은 칼리만탄섬에, 대우인터내셔널은 뉴기니섬에서 팜오일 농장개발 사업을 벌이고 있다.

외국계 자본에 의한 재배경지 확보 경쟁도 치열하다. 미국의 곡물 메이저 카길(Cargill), 영국 앵글로 이스턴(Anglo Eastern), 말레이시아 사임 다비(Sime Darby) 등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회사들의 농장이 칼리만탄·수마트라 섬을 중심으로 퍼져 있다.

주요 소비국은 EU(유럽연합)·중국·인도 등이다. 지난 10년간 매년 12% 이상 고속성장을 해왔다. 신흥국 소비자의 생활수준 향상으로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일례로 인도네시아 정부는 2020년까지 팜오일 생산량을 현재의 2배에 육박하는 연간 4000만t 규모로 늘릴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팜오일 넘어선 식량 전쟁

업계에서는 "팜오일을 비롯한 식량자원 시장 진출은 이제 시작"이라는 평가다. 일본의 대형 종합상사들은 주요 곡물에 한국 투자 규모의 10배 이상인 조(兆) 단위로 투자한다. 일본 마루베니 상사의 경우 지난해 미국 3위 곡물유통 대기업인 가빌론의 지분 전부를 인수하며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인수 금액은 38억달러(4조3000억원)였다. 이 회사는 이제 옥수수·밀 등 주요 곡물시장을 놓고 미국 곡물 메이저인 카길에 버금가는 규모가 됐다. 예컨대 미국 옥수수를 중국에 공급하는 일을 마루베니가 한다는 얘기다.

식량 가격은 기상이변과 개발도상국의 경제개발에 힘입어 지속적으로 고공비행을 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LG상사 송치호 부사장은 "식량 안보의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이들 자원을 미리 확보하는 것이 향후 수익성 측면에서 유리하다"며 "팜오일을 시작으로 다른 곡물에 대한 투자도 타진 중"이라고 말했다.

☞팜오일(palm oil)

팜나무 열매에서 추출되는 식물성 유지. 세계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식용유다. 국내에서는 라면을 튀길 때 이 기름을 사용하며 식용유·마가린·쇼트닝·비누·화장품 등 일상 생활용품에 넣는다. 유럽연합에서는 바이오디젤의 원료로도 많이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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