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성 CP 발행 혐의 LIG 오너 3부자 기소 방침 〈조선일보 10월 23일자 A10면〉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윤석열)는 구자원(77) LIG그룹 회장과 장남인 구본상(42) LIG넥스원 부회장, 차남 구본엽(40) LIG건설 부사장 등 경영에 참여한 오너 3부자(父子) 전원을 LIG건설의 2000억원대 ‘사기성’ 기업어음(CP) 발행 혐의(특정 경제범죄 가중 처벌법상 사기 등)로 기소할 방침인 것으로 22일 알려졌다.

다시 풀어 읽는 경제기사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기업이 영업이나 투자 활동을 하다 보면 큰돈이 필요한 경우가 생깁니다. 기업들은 이럴 때 필요한 자금을 어떻게 마련할까요? 가장 보편적인 방법은 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는 것입니다. 그러나 회사채나 기업어음 발행을 통해서도 자금을 조달할 수 있습니다. 이 가운데 기업어음은 회사채에 비해 많이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기업들에 꽤 인기 있는 자금 조달 방법입니다.

◇기업어음이란 무엇인가요?

기업어음(Commercial Paper·CP)이란 기업이 단기간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발행하는 '융통어음'입니다. 융통어음이라는 어려운 용어가 나오니 먼저 어음이 무엇인지, 어떤 종류가 있는지부터 알아봐야겠습니다.

어음이란 돈을 특정한 시점에 주겠다고 약속하면서 주는 증서입니다. 어음을 받은 사람은 만기일에 어음 발행인에게 어음을 제시하고 증서에 정해진 만큼의 돈을 받는 것이죠. 만약 어음 만기일까지 기다리기 어렵다면 은행에 가서 만기일까지의 이자만큼을 떼고 현금화(어음 할인)할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어음은 발행 목적에 따라 상업어음과 융통어음으로 구분됩니다. 상업어음은 기업들이 상거래를 할 때 대금 결제를 위해 발행하는 어음입니다. 예를 들어 조선사가 선박 부품 공급업체로부터 부품을 공급받은 뒤 현금을 주는 대신 몇 달 후에 주겠다고 약속하면서 어음을 발행한다면 바로 상업어음에 해당됩니다.

반면 융통어음은 상거래를 수반하지 않고 순수하게 돈을 빌리기 위해 발행하는 어음을 말합니다. 앞의 예에서 조선사가 단순히 자금을 빌리기 위해 어음을 발행했다면 이것이 융통어음이 되는 것이죠.

기업어음은 보통 만기가 1년 미만인 단기자금을 마련할 때 발행됩니다. 설비투자처럼 오랜 기간 필요한 자금보다는 회사의 일상적인 운영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할 때 발행하게 됩니다.

기업어음은 담보나 보증 없이 오로지 기업이 갖고 있는 신용에만 의지해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돈을 빌리는 기업의 입장에서 담보나 보증을 제공할 필요가 없으니 참으로 편리합니다. 그렇지만 돈을 빌려주는 입장에서는 어떨까요? 잘 알지도 못하는 회사가 발행하는 기업어음을 믿고 담보도 없는 상태에서 선뜻 돈을 빌려줄 사람은 흔치 않겠죠. 그렇기 때문에 아무 기업이나 기업어음을 발행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규모가 적당히 크고, 신용상태가 양호해서 믿을 만하다고 평가받는 기업들이 발행할 수 있습니다.

◇기업어음이 은행대출이나 회사채와 다른 점은 무엇인가요?

만약 기업이 은행 대출이나 회사채 발행 대신 기업어음 발행으로 자금을 조달한다면 그 이유가 무엇일까요? 예를 들어 기업 입장에서는 은행이 대출해 주는 자금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 처한 기업은 기업어음을 통해 돈을 빌려줄 기관을 찾게 됩니다. 은행 말고 자금을 공급할 수 있는 곳이 어디가 있을까요? 자산운용사나 연기금 같은 기관투자가들이 될 것입니다. 이들은 은행처럼 대출해 줄 수는 없지만, 기업이 발행하는 기업어음을 사줌으로써 기업에 자금을 대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기업어음이 회사채와 다른 점은 뭘까요? 기업어음은 만기 1년 미만의 단기자금 조달을 위한 것인 반면, 회사채는 일반적으로 3년 이상의 장기자금을 조달할 때 사용됩니다. 기업들이 자금을 오랫동안 빌릴 수 있는 회사채를 선호할 것 같지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닙니다. 회사채도 기업어음처럼 주로 신용으로 발행되는데, 만기가 길다 보니 돈을 빌려주는 입장에서는 기업어음보다 발행 회사에 대해서 더 많은 것을 따져보려고 합니다. 3년이 넘는 오랜 기간 동안 돈을 빌려주면 그사이에 회사가 망할 가능성은 없는지, 이자는 꼬박꼬박 지급할 것인지 등에 대해 신중히 고민해 봐야겠죠. 이런 고민들이 반영되기 때문에 기업이 회사채를 발행할 때에는 여러 가지 절차와 비용이 따르게 됩니다. 금융당국에 회사채 발행에 관한 신고서도 제출해야 하고, 돈을 들여 증권사로부터 기업실사(實査)도 받아야 되는 것이지요.

하지만 기업어음은 단기 자금을 빌리기 위하여 발행되기 때문에 돈을 빌려주는 입장에선 회사채보다 부담이 덜하겠지요. 그래서 기업어음은 회사채에 비해 발행 절차가 간편하고 발행 비용도 낮은 편입니다.

그렇다면 기업어음을 사주는 쪽은 왜 사는 것일까요? 기관투자가나 개인들은 기업어음을 단기 투자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짧은 기간에 자금을 투자하고 싶을 때 비교적 높은 수익률을 제공하니까요. 보통 은행예금보다는 기업어음의 수익률이 다소 높습니다.

◇기업어음에 대해 부정적인 기사가 종종 나오는데 왜 그런 것인가요?

이처럼 기업어음은 많은 장점을 가진 기업의 자금조달 수단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융 사건들을 보면 기업어음이 사건의 진원지가 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재무적으로 어려움에 처한 회사가 대규모로 기업어음을 발행한 후 파산에 이르게 되는 상황이죠. 지난해 3월 법정관리를 신청한 LIG건설의 경우도 그렇고, 얼마 전 법정관리를 신청한 극동건설과 웅진홀딩스도 전형적인 사례입니다.

기업의 부도 사태가 기업어음과 맞물리는 것은 사실 기업어음이라는 상품 특성에서 기인합니다. 어떤 회사의 경영 상태가 나빠져서 자금 사정이 좋지 않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재무상태 개선을 위해 장기의 안정적인 자금을 확보하고자 회사채를 발행하려 한다면 돈을 빌려주는 기관은 소문의 신빙성을 확인하기 위하여 기업 실사나 신용평가를 더욱 꼼꼼하게 할 것이며, 대개 회사채 발행 가능성이 크게 떨어집니다. 은행 대출도 마찬가지입니다. 대출 심사가 강화돼 추가 대출을 받기가 어려워지지요.

반면 단기 자금 조달을 목적으로 하는 기업어음은 회사채 발행이나 은행대출이 막히는 상황에서도 발행이 가능한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해당 기업의 기업어음이 얼마만큼 발행되고 있는지에 관한 정보도 회사채 시장에 비해서는 부족한 편이고요. 따라서 발행기업이 이런 점을 악용한다면 투자자에게 큰 손실을 입힐 수 있습니다. 만기가 돌아오는 은행 대출과 회사채 상환을 기업어음 발행을 통해 메우다가 결국은 무너지게 되는 것입니다.

이런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선 시장의 투명성을 높이는 게 급선무입니다. 기업어음이 가진 장점을 살리면서 투명성을 강화해 투자자를 보호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쉽게 배우는 경제 tip : 회사채

기업이 안정적인 장기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발행하는 채권을 말합니다. 은행 대출처럼 일정기간이 지나면 원금과 이자를 갚아야 하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선 부채로 분류됩니다. 회사채를 발행하는 기업을 대신해 금융회사가 원리금을 보장하는 보증사채로 발행되는 경우도 더러 있지만, 우리나라에서 발행되는 회사채의 대부분은 기업의 신용만으로 발행되는 무(無)보증사채입니다. 그래서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로, 회사채 인수기관인 증권사는 반드시 회사채 발행기업을 실사(實査)해야 합니다. 또 회사채 발행기업은 신용평가 전문기관으로부터 신용평가를 받아야 합니다.

퀴즈

기업이 단기간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담보를 내걸지 않고 자기 신용을 바탕으로 발행하는 융통어음을 '○○○○(CP)'이라고 합니다.

▲응모 요령 : 모닝플러스 홈페이지(morningplus.chosun.com)의 이벤트 코너에서

▲일정: 11월 21(수) 오후 5시 마감, 11월 23일(금) 당첨자 발표

▲경품: 도서문화상품권 1만원권(25명, 각 1장)

〈지난 회 정답 : 법정관리〉

도서문화상품권 당첨자(김경수 김경화 김국경 김기대 김오숙 김인식 김정옥 김종권 김창식 박경애 박규창 박도화 박수진 박현선 양인준 유혜경 이건태 이경자 이규동 이미경 이재웅 이창훈 장현철 홍순양 홍영진)

자본시장연구원·조선일보 공동기획
기사 문의는 (02)3771-0631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조정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