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대 나온 여자가 집주인…1박에 4만원대

입력 2012.11.04 06:00

기자가 직접 뉴욕서 '숙박 공유' 체험해보니…

여행을 할 때 비용이 가장 많이 드는 건 항공비와 숙박비.

소비자는 똑똑하다. 너도나도 비용을 절약하기 위해 각종 호텔예약사이트에서 평점이 높으면서도 저렴한 곳을 찾는다.

저렴하면 통상 청결·보안·교통 중 하나를 포기해야 하고, 마음에 쏙 드는 곳을 찾으면 가격이 비싸지기 마련이다. 최근 이처럼 호텔예약사이트를 넘나들며 가격을 비교하는 풍경이 점차 바뀌고 있다. 더 똑똑하게 진화한 소비자들이 나타난 것이다.

미국 미래재단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다섯 명 중 한 명은 돈을 절약하기 위해 새로운 서비스나 물건을 구매하지 않는 대신 협력적 소비를 선택하고 있다. 협력적 소비는 물건이나 공간을 ‘소유’하는 대신 ‘공유’ 하는 움직임을 일컫는다.

최근 인터넷이나 스마트폰 앱을 통해 전 세계 빈방과 투숙객을 연결해주는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창업 5년째를 맞은 미국의 에어비앤비(AirBnB). 한국에도 비앤비히어로(BnBHero)와 코자자(한옥 숙박 공유)와 같은 업체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들 사이트의 경우 현지인이 자신의 집이나 빈방을 여행자에게 쉽게 빌려줄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인프라를 구축했다.

◆ 저렴한 호텔 vs 현지인이 공유한 집

저렴한 호텔과 현지인이 공유한 집. 이를 선택하는 것은 순전히 개인 취향에 달렸다.

호텔은 독립된 공간을 보장받는다는 장점이 있는 대신, 저렴한 호텔의 경우 청결·보안·교통에서 문제가 있는 경우가 많다. 반면 공유된 집에 사용료를 지불하고 숙박하면 현지인이 사는 모습을 직접 체험하고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아무래도 남의 집에서 잔다는 막연한 거부감이 있다.

여행의 의미를 친구를 사귀고 현지인의 삶을 엿보는 것에 중점을 준다면 여행객들로 북적거리는 관광호텔보다 좀 더 저렴한 공유된 방을 빌리는 똑똑한 소비, 협력적 소비를 선택하는 것이 나쁘지 않다.

기자가 숙박공유를 체험하려고 찾아간 곳은 뉴욕 근처의 뉴와크 공항 부근이다.
이 지역 호텔의 숙박비는 1박에 6만원대부터 시작한다. 하지만 저렴한 호텔들의 경우 인터넷 후기에서 평가가 좋지 않았고, 평점도 10점 만점에 5~6점 수준. 한마디로 그저 그런 호텔들이다.

반면 에어비앤비에 공유된 방은 1박에 4만원 후반대. 화장실과 거실은 집주인과 같이 쓰고 방은 홀로 사용하는 방식이다.

에어비앤비를 통해 주인에 대한 정보를 미리 확인했다. 그녀의 이름은 일리언. 하버드 대학교를 졸업하고 영어·프랑스어·포르투칼어를 구사하는 여성이었다. 쉽게 어울리는 친근하고 재미있는 호스트(집주인)라는 소개에 불편함에 대한 초반의 두려움은 현지인 친구에 대한 기대감으로 변해갔다. 투숙 후기에서 적극 추천(highly recommended), 즐거운(enjoyable), 편리한(convenient) 이라는 단어를 계속 발견하면서 숙박에 따른 불안감도 사라졌다.

◆ 협력적 소비, 비용절약뿐만 아니라 용돈 벌이까지

입국수속이 예상보다 길어져 자정이 다돼서야 일리언의 집에 도착했다. 예상보다 2~3시간 늦은 시간이라 차라리 호텔을 가는 것이 나을까 후회가 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걱정은 기우였다. 미리 비행기 시간을 알려줘서인지 딸과 함께 자고 있던 그녀는 늦은 시간임에도 반갑게 맞아줬다. 늦은 시간이었지만 간단한 대화도 이어졌다. 그녀가 에어비앤비에 방 공유를 시작한 이유는 간단했다.

“일하지 않아도 여윳돈(extra pocket)이 굴러 들어오잖아요. 생각보다 쏠쏠합니다.”

노동을 대가로 돈을 버는 능동적인 돈(active money)이 아니라 가만히 있어도 들어오는 수동적인 돈(passive money)을 벌 수 있다는 신문기사를 읽고 나서 집의 빈방을 공유해 용돈 벌이를 하게 된 것이다.

에어비앤비에서는 숙박을 원하는 사람이 방을 내놓은 사람에게 메시지(전화번호·이메일·웹주소는 예약이 성사되기 전까지 교환할 수 없음)를 보내면 집주인이 이를 읽고 손님을 받을지 말지를 판단한다. 숙박 이후에도 에어비앤비를 통해 서로를 평가할 수 있는데, 이 평가는 다른 이용자들에게도 노출되기 때문에 가능한 잘 받는 것이 좋다.

8살짜리 딸과 사는 그에게는 손님을 받는 기준이 몇 가지가 있다.

일리언은 “무엇보다 투숙객이 우리 집에 머물려고 하는 이유를 가장 먼저 본다”며 “나의 경우에는 룸메이트를 받고자 하는 것이 아니므로 장기 투숙객은 망설이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딸이 다니는 학교에 일이 있거나 본인의 업무가 많은 기간에는 가급적 사람을 받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 방법 의외로 간단‥급한 예약은 호텔이 편리할 수도

에어비앤비 이용방법은 막상 해보면 예상과 달리 매우 간단하다. 우선 에어비앤비(www.airbnb.co.kr) 사이트에 들어가 회원가입을 해도 되고, 기존에 가진 페이스북 아이디로 접속할 수도 있다. 검색창에 내가 방문할 도시와 날짜, 인원수를 설정하고 검색을 하면 그 지역에서 방을 공유하는 회원들의 방이 나온다. 이때 독채를 빌릴지, 방 하나를 빌릴지 여부를 비롯해 가격 제한, 위치 제한 등 추가 검색 조건도 설정할 수도 있다.

메시지를 보내고 예약을 신청하고 나서 방주인이 이를 수락하면 사이트에 등록해놓은 휴대폰으로 문자가 온다. 예약 시 결제할 카드정보를 미리 등록하는데, 예약이 성사되지 않으면 결제가 이뤄지지 않으니 걱정할 필요는 없다. 이후에는 제공된 주소와 번호로 서로 연락을 하면 된다.

예약이 성사되기까지 대략 8~9시간이 걸렸다. 방주인의 응답 평균 시간도 주인 정보에 나와있으니 참고하면 좋다. 숙박과 관련해 문제가 발생하면 수수료를 받은 에어비앤비에 항의하면 된다.

다만 황급히 예약을 한 후 숙박을 하는 이용객의 경우 호텔이 더 편리할 수 있다. 예약 신청과 수락 그리고 다시 연락을 취하는 과정이 호텔 사이트나 전화를 통해 곧바로 숙박을 확정 짓는 것보다는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한편 최근에는 여행자들이 개인의 집(소파)에서 무료로 머물면서 여행하는 카우치서핑(couch surfing:http://www.couchsurfing.org)도 등장했다.

한 카우치서핑 이용객은 “카우치서핑은 무료로 남의 집에서 머물러서 여행경비를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공짜로 머무는 만큼 집주인과 대화를 나눠야 한다는 압박이 있어 에어비앤비를 더 선호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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