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이율 보증한 보험… 보험사엔 재앙, 가입자엔 축복

조선일보
  • 금원섭 기자
    입력 2012.10.31 03:10

    [저축성 보험, 4%까지 보증… 은행 예·적금 금리보다 높아]
    사업비 추가로 떼긴 하지만 10년 넘기면 비과세 혜택도
    보험사들 수익성 악화돼 일본처럼 파산할 가능성… 5000만원까진 예금자 보호

    2009년 말 A보험사의저축성 보험에 가입한 회사원 김모(43)씨는 요즘 뚝뚝 떨어지는 시장금리를 볼 때마다속으로 미소를 짓는다. 30년 만기 국고채 금리가 연 3.06%까지 떨어졌지만, 김씨가 가입한 보험은 최저 연 4.0%의 금리를 20년간 보장해 주기 때문이다. 이처럼 보험사가 시장금리 변동과 상관없이 지급을 보장하는 최저금리를 '최저보증이율'이라고 부른다. 이 최저보증이율 덕에 김씨는 시장금리 변동과 상관없이 20년 뒤 최저 1867만원의 원리금을 찾을 수 있다. 같은 돈을 연 3%대 은행 예·적금에 투자했을 때 20년 후 원리금(1751만원)보다 100만원 이상 이자를 더 받는다.

    요즘 같은 초(超)저금리 상황에서 과거에 들었던 저축성 보험의 최저보증이율은 보험 계약자에겐 '축복'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시장금리가 계속 내릴 경우 보험사들에 최저보증이율은 '재앙'의 씨앗이 될 가능성이 크다.

    ◇금융당국 "일본처럼 보험사 연쇄 도산 사태 우려"

    최저보증이율은 각 보험사가 시장금리, 자산운용 이익률 등을 감안해 결정한다. 시장금리가 떨어지면 최저보증이율을 하향 조정 하기는 하지만, 과거에 판 보험 상품은 약속했던 금리를 보험계약 기간 내내 지켜야 한다.

    24개 생명보험사가 최저보증이율에 따라 이자를 지급해야 할 저축성 보험의 보험료는 약 100조원에 이른다. 이 가운데 최저보증이율 5% 이상이 적용되는 자금이 3조원, 4~5%대가 18조원 정도인 것으로 추산된다.

    금융 당국은 저금리 상황이 장기화되면 보험사들이 최저보증이율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보고, 현황 파악에 나섰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1997~2001년 일본 보험사가 줄줄이 파산한 선례를 참고해 최저보증이율 지급으로 보험사가 부실에 빠질 우려가 없는지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 보험사들의 연쇄 파산은 연 6% 이상 고정금리를 주는 저축성 보험을 많이 팔았다가 시중금리가 1~2% 정도로 떨어지자 이자 손실을 견디지 못한 생보·손보사 8곳이 잇따라 무너진 것을 말한다.

    현재 생보업계 1위 삼성생명의 자산운용 이익률(4.3%)은 고객에게 주는 금리(4.6%)에도 못 미치고 있다. 삼성생명이 지난 29일부터 10년 만에 처음으로 사업 전반에 대해 외부 컨설팅 업체의 경영 진단을 받고 있는 것은 이런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소비자 입장에선 과거 고금리 보험 해약하지 말아야

    재테크 수단으로 보면 과거 고금리 저축성 보험에 가입했던 보험 계약자들은 만기까지 보험을 유지하는 것이 유리하다. 저금리가 장기화하면 은행 예·적금 금리는 계속 떨어지겠지만 최저보증이율은 보험 가입 때 정한 조건대로 계속 보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은행 예금은 이자소득세(15.4%)를 물어야 하지만 저축성 보험은 10년 이상 납입하면 비과세 혜택까지 받을 수 있다. 보험도 5000만원까지 예금자 보호를 받기 때문에 이 한도에서는 보험사 부실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다만 하나은행 방배서래골드클럽 이태훈 PB팀장은 "저축성 보험은 10년이 안 돼 해약하면 보험사가 사업비를 떼가고 세금도 내야 하기 때문에 은행 예금보다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 당국은 보험사들이 경영 부담을 의식해 기존 고금리 저축성 보험 고객에 대해 해약을 유도하는 마케팅을 펼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소비자 보호 차원에서 보험사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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