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통화 스와프 축소] 외환위기 때 대출금 회수… 어려울 때 야박했던 日

조선일보
  • 김태근 기자
    입력 2012.10.10 03:17

    한국과 외화 조달 '악연'
    2008년 금융 위기 당시에도 통화 스와프 확대 요청 거절

    한국은 외화 조달 문제에 대해선 '악연(惡緣)'이라는 말이 딱 어울릴 정도로 일본과 좋지 않은 기억을 많이 가지고 있다.

    가장 아픈 기억은 1997년 외환 위기 당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외환보유액이 바닥을 드러내 국가 부도 위기에 몰려 있던 우리나라에는 일본에서 빌린 단기 대출금이 220억달러가 있었다. 그런데 일본은 이 중 130억달러를 그 해 회수해 우리나라가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하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일본은 특히 1997년 12월 한 달에만 70억달러를 빼갔다. 당시 강만수 재정경제원 차관(현 산은금융지주 회장)이 "필요할 때 친구가 진정한 친구"라고 호소했지만 일본 측은 "일본 국내 은행들도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8%를 맞추기 어려운 형편"이라며 고개를 돌렸다.

    어려울 때 야박했던 일본의 행태는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당시에도 반복됐다. 위기 여파로 달러 조달시장이 막히자 우리 정부는 그해 10월 300억달러 규모의 한미 통화 스와프로 한숨을 돌리고 이어 일본에도 기존 통화 스와프 규모를 확대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일본은 "대규모 스와프 확대는 곤란하다"며 몸을 사렸다. 결국 우리 정부가 중국과 300억달러의 스와프 개설에 합의하고, 이를 근거로 일본을 압박한 뒤에야 한일 통화 스와프 규모를 300억달러로 늘릴 수 있었다. 전직 정부 고위 관계자는 "평소 그렇게 협의가 잘되다가 어려울 때가 되니 딴소리를 해 울컥하지 않을 수 없더라"고 했다.

    일본은 작년 10월에는 정상회담에서 우리 측의 통화 스와프 확대 요구를 흔쾌히 받아줬다. 그간의 악연이 해소되는 듯했다. 당시엔 일본의 엔고 현상을 약화시키는 효과도 있어 일본도 실리를 챙겼다는 분석이 있지만 어쨌든 유럽발 위기로 흔들리는 환율이 안정을 찾는 데 도움을 받은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지난 8월 독도 문제가 불거진 뒤 일본 정치권이 한일 통화 스와프 연장 중단을 언급하고 결국 연장이 무산되면서 한국과 일본의 달러 악연은 계속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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