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능 20% 낮춰 비용 80% 줄인 '강소 위성'이 살길

입력 2012.09.18 03:14

[위성 3.0시대의 경제학] [中] 소형 위성 틈새 공략
아리랑 위성 6분의 1 가격인 해상도 1m급 소형 위성 국내 업체 세계 첫 도전
세계 위성시장 패러다임 저비용 고성능으로 변화
"정부의 위성 개발 전략도 중저가 모델로 선회해야"

17일 대전광역시 대덕연구개발특구에 있는 국내 유일의 위성제작 기업 쎄트렉아이 전자광학 클린룸. 푸른색 방진복 차림의 연구원 2명이 눈부신 빛을 뿜어내는 원형장비를 이용해 '두바이샛-2'(DubaiSat-2)에 장착될 고해상도 카메라를 최종 테스트하고 있었다. 무게 300㎏의 두바이샛-2는 이 회사가 만든 네 번째 소형 인공위성으로 두바이에 수출될 모델이다.

박성동 대표는 "내년 초 발사에 성공하면 두바이샛-2는 세계 최초의 해상도 1m급 소형 위성이 된다"고 말했다. 무게 500㎏ 미만의 소형 위성 시장에서 지상 1m 물체를 파악할 정도로 정밀한 수준은 아직 누구도 도달하지 못했다. 지금까지는 유럽 위성기업 EADS 아스트리움(Astrium)이 칠레에 수출한 소형 위성이 해상도 1.5m급으로 가장 정밀했다.

두바이샛-2의 해상도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하 항우연)이 2006년 쏘아올린 지구관측위성 아리랑 2호와는 동급, 올 5월 발사된 아리랑 3호(0.7m)에는 약간 뒤지는 수준이다. 하지만 제작비용은 훨씬 적게 들었다. 두바이샛-2 제작비는 4000만달러(450억원)로, 아리랑 2·3호 제작비(2633억~2800억원)의 6분의 1에 불과하다.

두 위성은 각각 민간 주도와 국가 주도 위성개발을 상징한다. 두바이샛을 제작하는 쎄트렉아이는 저가 위성시장이라는 틈새를 공략해 상당한 성과를 내고 있다. 반면 고비용 구조로 출발한 아리랑 위성은 아직 단 한건의 수출 실적도 없는 처지다. 더구나 IT와 소재 기술이 좋아져 같은 성능이라도 위성 크기와 단가는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한국항공대 장영근 교수는 "현실적으로 진입 가능성이 낮은 대형 시장보다는 일단 중·소형 시장에서 시작해 더 큰 시장을 노리는 쪽으로 국가위성개발 전략을 수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전 대덕특구 내 인공위성 제조업체인 ‘쎄트렉아이’연구진이 두바이 수출 모델인 ‘두바이샛-2’를 조립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 위성은 항공우주연구원이 만든 아리랑 위성보다 가격은 6분의 1 수준이지만, 해상도는 1m로 거의 동급 수준이다. /신현종 기자 shin69@chosun.com
선진국만 이익 본 한국 위성 개발 역사

쎄트렉아이는 1999년 12월 '우리 손으로 위성을 만들어 수출한다'는 목표로 창업한 벤처회사다. 박 대표를 포함, 20년 전인 1992년 8월 한국의 첫 과학위성인 '우리별 1호'를 쏘아올린 KAIST 학부 1~2기 10명이 주축이 됐다. 지금까지 1300억원어치의 위성과 부품을 수출해 왔다. 영국 SSTL, 유럽의 EADS와 세계 소형 위성 제조 시장을 삼분(三分)하고 있다.

반면 국가가 개발을 주도한 통신위성 등 정지궤도 대형 위성들은 미국 보잉록히드마틴, 유럽 아스트리움, 탈레스-알레니아가 90% 이상 장악하고 있어 시장 진입이 거의 불가능한 현실이다. 한국 정지궤도 위성인 천리안은 아스트리움에 개발부터 조립까지를 사실상 다 맡겼다. 저궤도 지구관측 중형 위성인 아리랑 역시 핵심부품을 수입·조립했다. KAIST 박철 교수는 "아리랑은 국가가 돈을 대는 구조 아래서 경제성을 따질 필요가 없으니 무조건 최고 성능, 최고가 부품을 가져다 써 경제성이 없다"고 말했다. '최고의 기술을 들여와 이 시장에 바로 진입하겠다'는 '중간진입' 전략은 결과적으로 실패라는 진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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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형 위성 시장에서 틈새 노려야

세계 시장에선 한국의 위성보다 성능은 더 좋고 가격은 더 낮은 위성이 속속 나오고 있다. 대표적 사례가 일본 아스나로 위성. 일본이 수출전략 모델로 개발하고 있는 이 위성은 크기는 495㎏으로 소형이지만 해상도는 0.5m로 미국 군사위성 수준에 육박한다. 개발비는 90억엔(1200억원)으로 아리랑 2·3호의 절반도 안 된다. 일본 정부는 수십 년짜리 장기저리 차관을 대주면서 해외 수출을 지원하고 있다.

아스나로 사례는 위성 개발에 '2대8' 법칙이 현실화됐다는 것을 보여준다. 기존 예산의 20%만 들인 소형 위성으로도 대형 위성의 80% 성능을 내는 일이 가능해졌다는 뜻이다.

KAIST 탁민제 교수는 "정부 주도 위성개발은 단가를 더 낮추고 부품을 국산화해 경제성을 높여야 한다"며 "일본처럼 민간 위성제작사의 수출도 정부가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지궤도위성(Geostationary Earth Orbit Satellite)

지구 자전 주기와 같은 속도로 약 3만6000㎞ 고도에서 지구 주변을 공전하는 위성. 특정 지역 상공에 정지해 있는 것처럼 보인다.

☞저궤도위성(Low Earth Orbit Satellite)


지구 상공 500~1500㎞ 궤도에서 운용되며, 주로 원격 탐사와 기상 관측에 이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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