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무역주의로 가는 세계… 한국기업 집중 견제

조선일보
  • 김기홍 기자
    입력 2012.08.24 03:13

    한국이 세계적 경쟁력 갖춘 철강·전자·자동차 등이 타깃
    선진국뿐 아니라 신흥국도 한국 상대 수입 규제 남발
    상반기만 새로 15건 추가돼… 견제 목적 특허소송도 급증
    세계 각국, 한국 견제용 수입 규제 급증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이달 초 현대중공업·효성 등이 수출한 한국산 초고압 변압기에 대해 반(反)덤핑 판정을 내렸다. 국내 업체들은 최고 29%의 반덤핑 관세를 얻어맞았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 제품과 미국 제품은 용량이 달라 시장에서 직접 경쟁하지 않는다"며 "한국 제품의 시장 점유율이 높아지는 걸 막기 위해 미리 견제에 나선 미국 업체들에 꼼짝없이 당했다"고 말했다.

    세계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한동안 잠잠하던 보호무역주의 움직임이 다시 일고 있다. 특히 우리 수출 기업을 상대로 주요 선진국의 견제가 몰리고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우리 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막기 위한 특허 소송까지 급증하는 추세다.

    ◇수입 규제로 몸살 앓는 한국산 제품

    한국 기업을 타깃으로 하는 각국의 수입 규제 조치는 올해 상반기에만 15건에 달했다. 작년 한 해를 합쳐 16건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규제가 빠른 속도로 늘고 있는 것이다. 수입 규제는 본래 경기 침체기에 늘어난다. 불황으로 수출이 막힌 자국 기업 보호를 위해 보호주의로 돌아서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최철규 외교통상부 심의관은 "수입 규제 조치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지난해 말부터 대비에 들어갔다"며 "올해 세계 경제가 당초 예상보다 더욱 나빠지면서 수입 규제가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우리 기업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철강·전자·화학·자동차 업종에 대한 견제가 집중되고 있다. 피해를 봤다는 자국 기업의 일방적 주장을 수용해 한국산에 대한 규제조치에 나서는 것이다. 미 상무부는 지난달 월풀의 주장을 받아들여 한국산 세탁기에 최고 82%의 예비관세를 부과했다. 캐나다는 자국 제조업체들의 제소에 따라 한국산 탄소강관에 대한 덤핑 조사를 실시해 조만간 예비 판정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프랑스 정부는 자국 자동차 업계가 "한·EU FTA(자유무역협정)로 한국산 자동차 수입이 급증해 고사(枯死) 상태에 빠졌다"고 주장하자, EU에 한국산 자동차에 대한 수입 규제를 요청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프랑스 정부의 규제 움직임에 대해 "올랑드 좌파 정권이 푸조 노조에 선물을 주기 위해 보호무역주의를 들고 나왔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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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흥국도 규제 남발, 특허 분쟁도 급증

    최근엔 중국·인도 등 신흥국에서도 우리나라를 상대로 수입 규제 조치를 남발하고 있다. 브라질은 지난 4월 철강 제품 2개 품목에 대한 반덤핑 조사에 나선 데 이어 지난달 나일론과 타이어에 대한 반덤핑 조사를 시작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5건이던 한국산 제품에 대한 브라질의 수입 규제 조치는 현재 9건으로 늘었다.

    중국·인도·터키·인도네시아·브라질 5개국이 우리 기업을 상대로 실시하는 수입 규제 조치는 전체의 절반 이상인 68건에 달한다. 허윤 서강대 교수는 "수입 규제는 실시되는 순간 해당 기업이 즉각적인 타격을 받는다"며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면 수입 규제 판정이 뒤집히는 경우가 90%에 달하지만 현재로선 오남용을 막을 뾰족한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한국 기업을 상대로 한 특허 분쟁도 급증하고 있다. 24일(현지 시각) 1심 평결이 예정된 삼성전자애플의 특허 소송이 대표적이다. 포스코도 "우리 영업 기밀을 이용해 전기강판을 제조했다"고 주장하는 신일본제철로부터 1조4000여억원을 물어내라는 소송을 당했다. 코오롱도 방탄복 등에 쓰이는 아라미드 섬유 개발과 관련, 미국 듀폰으로부터 1조원이 넘는 손해배상 소송을 당한 상태다. 한 특허 전문 변호사는 "최근 한국 기업을 상대로 하는 특허 소송이 급증세"라며 "한국 기업에 밀려 경쟁력이 떨어진 일본 전자업체들이 특허 소송을 대거 제기하고 있어 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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