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세상] 10대그룹 오너 평균 지분 첫 1% 아래로… 20년새 4분의 1로 줄어

조선일보
  • 김태근 기자
    입력 2012.07.02 03:01

    0.94%… 오너 지분율 왜 이리 줄었나
    - 기업 외형 커지며 자연스레 지분 줄어… 개인 돈 투자 않고 계열사 늘린 영향도
    소수 지분 오너들이 '시총 737조 경제' 지배
    - 계열사 동원해 우호지분 늘려 기업 장악, 내부지분율 56%… 지배력은 더 강해져
    앞으로는 어떻게 되나
    - 소유 구조 막을 근거 없어 추세 지속… 독일·스웨덴선 재단 만들어 구조 개선

    국내 10대 그룹 오너가 소유한 회사 지분이 사상 처음 1% 밑으로 떨어졌다. 반면 이들 그룹 오너들의 우호지분은 전체의 55.7%로 늘어 오히려 그룹에 대한 지배권은 강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일 "올해 4월 기준 10대 그룹 오너의 평균 지분율이 0.94%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공정위는 1993년부터 매년 대기업집단(자산 5조원 이상인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을 지정하고, 이들의 지분구조를 공개하는데 이 비율이 1% 밑으로 떨어진 것은 처음이다.

    10대 그룹의 시가총액은 737조원(4월 말 기준)으로 전체 주식시장의 60%에 이르고, 매출 규모는 상장사 전체의 절반을 넘는다. 지분 1% 미만의 그룹 오너 10명이 우호 지분을 통해 경제 전체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이다.

    ①계속 낮아지는 오너 지분

    공정위에 따르면 1993년만 해도 10대 그룹의 오너 지분은 3.5%였고, 내부지분율은 44.4%였다. 오너 지분은 떨어지고, 내부지분율은 올라가는 현상이 20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그 결과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지분은 0.52%,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지분율은 0.04%까지 떨어졌다. 10대 그룹 중 총수 지분이 가장 높은 한진그룹도 2.58%였다.〈그래픽 참조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그래픽 뉴스로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조선닷컴

    오너의 지분이 낮아지는 이유에 대해 재계는 "기업의 외형이 커지면서 창업자의 지분은 자연스럽게 줄어든다"고 설명한다. 한국경제연구원 배상근 연구위원은 "국내 대기업은 오너가 외부 투자를 받거나, 계열사를 늘리는 방식으로 성장해 왔다"며 "이런 방식으로 기업 규모(자본금)가 커지면, 자연스럽게 오너 지분 비율은 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 설명에 동의하지만 유독 우리나라만 오너 지분이 너무 낮다고 말한다. 오너가 문어발식으로 사업을 벌여 지분율이 너무 떨어졌다는 것이다. 실제로 올해 SK그룹 오너 지분이 0.04%로 떨어진 것은 최태원 회장의 개인자금 투자 없이 계열사인 SK텔레콤하이닉스를 인수해 계열사로 편입한 결과라는 것이 공정위의 설명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사립대 교수는 "우리나라 대기업 오너 지분이 특히 낮은 것은 적은 투자로 많은 기업을 가지려는 오너들의 욕심 탓"이라고 했다.

    ②되레 강해진 기업지배력, 부작용 우려 목소리 높아

    10대 그룹 오너들의 지분은 줄었지만, 지배력은 오히려 강해졌다. 계열사를 동원해 우호 지분을 늘렸기 때문이다. 10대 그룹의 내부지분율은 55.7%로 우호 지분이 절반 이상이다.

    세계적으로 희귀한 이런 소유구조에 대해 경제 전문가들은 '지배하는 소수'의 부작용을 걱정한다. 김우찬 고려대 교수는 "대기업의 90% 이상이 소수 지분을 가진 오너가 경영권을 가진다"며 "이 때문에 오너들이 경영 과정에서 사익을 챙기는 행태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룹이 일감을 몰아줘, 오너와 그 가족이 이득을 챙기는 현대글로비스 같은 사례가 빈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자기 지분은 1%도 안 되는데, 우호 지분을 늘려 기업을 지배하다 보니 주요 그룹 소유구조는 보통 사람은 봐도 모를 정도로 복잡해졌다. 공정위는 이날 주요 대기업집단 63곳의 지분도를 처음으로 공개했다. 지분도는 공정위 홈페이지(www.ftc.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에 따르면 오너가 있는 그룹은 자본금 출자가 평균 4.4개의 회사를 거쳐 이뤄지고 있었다.

    ③현행 제도하에선 문제 지속, 기업 소유구조 개선책 나와야

    문제는 이처럼 오너 지분은 낮아지고, 계열사를 동원해 기업지배력은 높이는 소유구조가 앞으로도 지속 가능한지 여부다. 김진방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행법상 이런 소유구조를 막을 근거가 없어, 추세가 상당 기간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상속 과정의 세금 문제로 지분 변동이 생기는 것 같은 특수 사정이 없는 한, 소수 지배구조는 흔들리지 않는다는 얘기다.

    공정위에 따르면 오너가 있는 43개 기업집단에 대한 외부세력 지분은 기관투자자 17%, 외국인 16%에 머물러 있는 형편이다.

    주요 그룹의 소유구조 개선이 필요하다는 전문가 의견이 많은 것은 이 때문이다. 강병호 기업지배구조원장은 "우리나라 그룹들도 독일·스웨덴처럼 별도의 재단을 만들어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채이배 좋은기업지배연구소 연구위원은 "순환출자금지, 출자총액제한제도 등 지배구조 규제에 대한 논의가 시급하다"고 했다.

    반론도 있다. 배상근 연구위원은 "지분이 적다고 기업성과가 나쁜 게 아니다. 대기업의 문제를 소유구조에만 돌리는 시각은 문제"라고 말했다.

    ☞내부지분율

    특정 그룹 계열사의 지분 중에서 그룹 총수와 가족, 친척, 그룹 임원, 계열사 명의로 보유한 지분을 모두 합친 것을 의미한다. 내부지분율은 총수의 의사에 동의하는 우호지분의 전체 합계를 의미한다.

    ☞순환출자

    재벌 그룹 계열사 사이의 자본금 투자가 이뤄지는 구조 중 하나로, 자본금 출자의 연결고리가 'A-B-C-A' 형태로 원모양으로 순환하는 구조를 말한다. 삼성그룹의 예를 들면 '삼성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SDI-삼성물산-삼성에버랜드' 형태의 자본금 출자 고리가 다수 형성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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