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한 소니… 떠오른 삼성 다른 조직문화가 성패 갈랐다

조선일보
  • 이명우 한양대 특임교수·경영학 박사
    입력 2012.06.28 03:08

    [이명우 교수의 경영 수필]
    자유분방함 강조하던 소니 내부 갈등 조절에는 취약
    삼성, 단결된 조직력 갖추고 강한 리더십으로 빠르게 성장
    문제의식 느낀 소니 신임사장 '하나의 소니' 외치며 조직 개선

    이명우 한양대 특임교수·경영학 박사
    "삼성과 소니, 두 회사 중에 누가 승자가 될 것인가?"

    삼성전자에서 오랫동안 근무하던 필자가 십년 전 소니코리아로 옮긴 이후,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이다. 하지만 시장환경과 경쟁여건이 빠른 속도로 바뀌고 있어 두 회사를 모두 경험한 필자로서도 대답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친정'회사를 비교해 언급한다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생각했던 필자는 "문과 1등과 이과 1등을 비교해서 무엇 하나요?"라며 애써 '비교 불가' 혹은 '비교 무의미'라는 답변을 하곤 했다.

    삼성 따라잡기 위해 일체감 강조한 신임 소니 사장

    일본 종합잡지 문예춘추(文藝春秋)는 최신호에서 '애플, 삼성에 이기는 비책(秘策)-소니 새 사장의 개혁선언'이란 제목의 좌담 기사를 실었다. 전례 없는 위기 상황에서 발탁된 51세 CEO 히라이(平井) 사장의 각오가 눈에 들어왔다. 이 기사는 또 앞부분에서 '모노즈쿠리(최고의 제품을 만들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는 자세라는 뜻으로, 일본 사회의 장인정신을 의미), 일본의 영광과 좌절'이란 제목으로 "일본기업은 왜 애플, 삼성에 졌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일본 기업의 반성과 도전을 주문하고 있다.

    어쩌면 삼성에 소니는 이제 더 이상 경쟁 상대가 아닌지도 모른다. 삼성전자와 소니의 최근 실적을 비교하면 더욱 그렇다. 그러나 삼성전자 근무 시절엔 소니를 롤모델(귀감)이자 경쟁자로 여겼고, 이후 소니에 근무하면서 삼성과 경쟁하기 위해 한국시장을 공략했던 필자는 "전 직원의 일체감을 고양하기 위해 '하나의 소니(One Sony)'라는 콘셉트가 중요하다"는 히라이 신임사장의 문제의식이 확 가슴에 와 닿는다. 소니의 창업정신은 자유활달(自由豁達)이다. 이는 개인의 창의를 존중하고 조직의 다양성을 장려하는 것으로, 소니다움을 추구하는 조직문화의 DNA였다. 그러나 이 자유활달의 조직문화는 창업세대에 비해 카리스마가 부족했던 전문경영인들의 리더십과 조화를 이루지 못했다. 이 때문에 소니는 많은 비용을 치러야 했다.

    옛 소니, 임원진 공감대 형성 위해 한국땅에 모여

    2004년 여름, 필자는 소니코리아 대표로서 신라호텔에서 열린 한 모임에 참석했다. 삼성과 소니가 두 회사 합작법인인 S-LCD의 준공을 자축하는 만찬자리였다. 양측에서 모두 40명 정도씩 참석했는데, 소니 측에서는 놀랍게도 본사 임원의 대부분이 나왔다. 당시 소니 본사의 전체 임원 수는 40여명이었는데 일부를 제외하고 거의 참석한 것이다. 소니의 최고 경영진이 한꺼번에 움직이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어서 필자는 일본 본사에서 온 임원에게 물었다. "이번 합작 사업이 소니에 이렇게 중요한가요?" 그 질문에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이 합작사업이 중요하다기보다는 이 합작에 다른 의견을 갖고 있는 임원들이 아직 많아 한 목소리를 내도록 하기 위해 모두 참석하게 했습니다." 회사 내부의 의견 차이로 LCD 합작 파트너를 선정하지 못하던 소니는 당시 차기 사장 후보로 알려져 있던 구다라기 부사장에게 결론을 내도록 했다. 그는 고심 끝에 삼성을 파트너로 결정했지만, 자유활달 조직문화의 영향 때문인지 합작공장이 준공될 때까지도 회사 안에서 이견이 표출되고 있었다. 그러자 구다라기 부사장은 이데이 회장에게 "이번 준공식에 모두 참석해 같이 밥 먹고 사진이라도 찍어야 뒷말이 없을 것 같다"며 전 임원의 참석을 부탁했다고 한다. 일본에서조차 한자리에 모이는 경우가 드문 소니의 전체 임원진을 공감대 형성을 위해 이국 땅인 한국에서 한자리에 모이게 한 것이다. 성공적인 프로젝트 추진을 위해 경영진의 공감대를 끌어내는 것은 매우 중요한 과정이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서야 전 직원들이 '한 방향의 중요성'으로 무장된 삼성과 어떻게 경쟁할 수 있단 말인가?

    조직문화의 경쟁력이 승부 가른다

    싱가포르 국립대학(NUS)의 장세진 교수는 그의 저서 '삼성과 소니'에서 "삼성의 부상과 소니의 부진은 전략의 차이로 설명할 수 없고 전략보다는 내부의 조직 프로세스와 경영진의 리더십의 차이가 두 기업의 운명을 결정했다"고 하면서 삼성의 스피드와 실행 중심의 조직문화를 높게 평가하였다. 인시아드(INSEAD)경영대학원의 이브도즈(Yves Doz) 교수도 저서 '신속전략게임(Fast Strategy)'에서 집단적 몰입(Collective Commitment)을 끌어낼 수 있는 조직문화가 기업경영의 핵심요소라고 강조한다. 회사의 다른 역량이 비슷하다고 할 때, 속도감 있는 경영과 조직을 일사불란하게 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힘이 중요하다.

    이제 대학에서 경영학을 연구하고 가르치는 필자는 '삼성과 소니 중 누가 승자가 될 것이냐'라는 질문을 받게 되면 이렇게 대답한다. "누가 이기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떤 문화를 가진 조직이 경쟁력이 있느냐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런 면에서 소니 신임 사장이 제시한 '전 직원의 일체감', 즉 '하나의 소니(One Sony')'로의 조직 문화를 만들려는 시도는 그동안 취약점을 감안하면 매우 의미 있는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삼성도 최근 경제 위기 해법으로 '기본으로 돌아가자'는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이 역시 시의적절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이 뛰어난 경영성과로 구성원들의 자신감이 지나쳐 혹시라도 자만하는 부분은 없는지, 강력한 리더십과 속도경영이 성공 요인이었지만 혹시라도 군대식 속도전의 그림자는 없는지, 신(新)경영의 초심으로 돌아가 업계에서의 바뀐 위상에 걸맞게 조직문화를 다시 추스를 때이다. 두 회사의 경쟁구도 변화에 따른 조직문화 혁신 경쟁이 더욱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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